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진정한 기획이 무엇인지 증명해내는CEO의 천재성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천재 CEO


 올리비에 시보니는 자신의 저서 <선택설계자들>에서 맥킨지에서 처음으로 컨설팅에 참여하였던 고객사에 대한 경험을 전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CEO는 천재였다. 컨설팅 업체의 분석 결과를 마냥 따르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모델링의 변수를 바꾸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계산할 만큼 예리했다.


기업인수에 대한 컨설팅 결과 수익성 없다는 결론 


 시보니가 맥킨지에서 처음 기업 컨설팅에 참여한 대상은 미국의 대기업을 인수할지 검토하고 있는 유럽의 중견기업이었다. 이 기업이 선정한 이상적인 목표는 기업 인수에 성공해서 기업규모를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는 비관적이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그들이 기회로 삼고자 했던 모습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이 분명했다. 결정적으로 합병을 했을 때 이익이 얼마되지 않고 제한적이었다. 기업간 통합도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번 합병이 이 기업에게 있어 전략적이든 경영적이든 이익이 될 것은 거의 없었다. 고객사가 지불해야 할 인수 가격이 높은데 반해 기업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주주가치 창출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CEO는 스스로 컨설팅하고 있었다.   


 고객사 CEO는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받았다. 그는 맥킨지가 비관적으로 결론 내린 전제조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보고서의 결론을 무시했다. 컨설팅 팀이 예상하지 못했던 의견을 냈다. 

 CEO의 주장은 간단했다. ‘컨설팅 보고서에서 수익이 크지 않다고 예측한 것은 인수가격을 미국달러화로 모델링한 결과인데 이 부분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을 놓쳤다.’는 것이다. 시보니의 팀이 한 것과 달리, 그는 계약과 관련된 모든 숫자를 자국 통화로 바꾸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미국 달러화가 곧 자국통화에 비해 평가 절상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바꾸어 모델링할 경우, 인수 대상 미국 기업의 달러화 기준 현금 흐름이 늘어나는 만큼 인수 가격은 매우 타당한 금액으로 보였다. CEO는 확신에 차서 기업 인수 자금을 자국 통화기준으로 차용할 계획을 세웠다.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건 하나의 범죄를 덥기 위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환율이 미래에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절상되지 않고 계속 떨어진다면 이번 인수 계약은 최악의 거래가 될 것이었다. 시보니는 이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이상을 꿈꾸는 20대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 이것은 충격이었다. 철저한 분석과 여러 옵션에 대한 신중한 숙고, 진지한 토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계략적 평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직감을 신뢰하고 별다른 정보 없이 정당화될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CEO만 있을 뿐.’


컨설턴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회를 포착해내기에 천재


 컨설팅 팀 내부에서도 CEO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었다. 한쪽은 이 CEO 그야말로 미친 것이며 오판이 곧 드러날테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전략적 비전을 만들고 우리 같은 컨설턴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기회를 포착해내는 천재라는 것’이었다. 그가 통계에 의존하는 우리의 근시안적 분석을 무시한 것부터가 그의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들 또한 기다려보자고 했는데 이유 또한 정반대였다. 그 CEO가 옳다는 사실이 입증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올리비에 시보니는 굉장히 큰 의문이 들었다. 컨설팅팀 내에서 양분된 어느 쪽의 말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가 미친 사람이라면 어떻게 CEO가 되었을까? 그가 탁월한 전략적 판단력을 갖춘 천재라면 왜 굳이 우리에게 분석을 의뢰하고 우리의 결론을 무시해버리는 걸까?’


  시간이 지나자 몇 가지 진실이 드러났다. 그 CEO는 확실히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 그 거래 이전과 이후에도 그는 자국에서 당대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평가받았다. 놀랍게도 그의 확신대로 달러 가치가 실제로 올랐다. 이후 몇몇 큰 거래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일로 밀어붙여서 거의 파산 직전이던 지방 기업을 선도적인 글로벌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맥킨지 컨설팅 팀원 중 일부는 이렇게 말했다. 

  “거봐, 천재라고 했지!” 

이전 05화 기획 하면 안되는 실무자, 창작의 고통속 부서장이 기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