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일기- 유명인과 이름이 같을 때

"이름이 000? 오 연예인이다~!"

by 기역

내 이름은 흔한 이름이다.

중학생 때도 우리반에 성은 다르지만 같은 이름의 친구가 있었다.

내 이름은 왜 이렇게 흔한걸까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이름이 흔한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에는 안 흔한 이름보다 흔한 이름이 훨씬 많다.

나도 그들중 한명이고.


왜 우리 부모님은 내게 흔한 이름을 주었을까.

튀지 않는 이름을 가진 평범한 사람 A로,

세상에 조화롭게 섞여서 원만히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아니었을까.

이름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없을 무난한 이름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길 바라는 마음.

그렇게 생각하니까 흔한 이름에는 그런 따뜻한 마음이 숨겨져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흔하다 여겼던 내 이름에 위기가 찾아온건 내가 대학생 때였다.

이름을 말할때마다 사람들이 한마디씩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나와 동명이인의 연예인이 나왔기 때문이다.


내 이름을 들은 사람들 중에 열에 여덟은


“어?000?“


”000랑 이름 똑같다!”


라는 말을 어김없이 덧붙였다.


아무런 접점 없이 살아온 그녀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그녀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간에 내게 그녀의 존재는 각인될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에이 뭐 연예인이랑 이름 같고 좋은 거 아니에요?

그게 뭐라고 의미부여하냐 할 수도 있지만,

열명을 만났는데 여덟명이 그 말을 해온다면 솔직히 그건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걸로 놀리고 싶어하는 사람도 가끔 있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라는데 듣기 싫은 얘기는 어떨까.

이제와서 말하는데 솔직히 지긋지긋했다. 나중엔 약간 대꾸하고 싶지 않은 정도였다.


그 연예인은 하필 내가 20대 초반에 사람들과 교류가 많던 시절에 특히 인기가 많았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그녀도 연예인으로서 정점을 찍고 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선망받는 외모를 가진 초미녀 연예인이었기에 괜히 약간 작아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왜 하필 나랑 이름이 같을까 약간의 원망섞인 생각을 했었다.

아무리 흔한 이름이지만 성까지 같을 건 뭐야.

약간 억울했다. 내가 그 사람보다 늦게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나이도 더 많은데....



'또 오해영' 스틸컷


내가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이영애)나 또 오해영(예쁘고 공부를 잘하는 오해영과 비교를 당하는 평범한 오해영)에서 주인공들이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받는 고통에 공감하는 이유이다.


사람은 이름따라 간다는 말은 틀린 얘기다.

이름이 같아도 사람은 저마다 굉장히 다른 인생을 산다.

나는 나의 인생을, 그녀는 그녀의 인생을.


이제 이름을 듣고 연예인이랑 이름이 같다는 얘기를 듣지 않을만큼 나도 나이가 찬 걸까.

지금은 거의 듣지 않는다.

나와 이름이 같은 그녀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느덧 유대감이 생겼는지 나도 이젠 그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잠시 그녀가 비판의 구설수에 올랐을 때 나는 그녀가 그 상황을 잘 벗어나기를 마음으로 기원했다.

지금도 그녀의 팬까지는 아니지만 그녀의 활동을 응원한다.

나는 그녀가 나락가는 일 없이 롱런하는 연예인이 되기를 이제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000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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