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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May 25. 2022

영수증, 이게 뭐라고 눈물이

캐나다 식음료 편 에필로그

사실 이번 편은 지난 4개의 글을 통해서 캐나다 식음료 추천 관련된 내용을 나누며 약간의 식음료 편의 에필로그로 오랜만에 정보성에 초점이 둔 글이 아닌 이전의 글들처럼 수필처럼 글을 써보는 코너를 가져보려고 한다. 캐나다에 살면서 종종 음식을 배달하거나 우버 앱을 통해서 포장을 하고 매장에 가서 픽업을 해갔다. 거의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음식을 포장하고 있는 포장지에는 검정 혹은 다양한 색깔의 유성팬으로 내 이름과 웃는 얼굴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가끔은 작은 흰색 영수증 위의 좁은 여백에라도 나의 영어 이름과 함께 Merci (불어로 고맙다는 의미)와 웃는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었다.


또 한 번은 집에서 과자와 군것질 거리가 너무 먹고 싶은데 밖에 나가기도 귀찮고 과자집까지 가며 겪어야 할 수고들이 힘들어서 주문을 한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오늘만큼은 여한 없이 먹고 싶어서 과자로 몇만 원어치를 주문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간식거리가 두 봉지로 나뉘어 오고 한 봉지에는 나의 이름과 함께 고맙다는 내용과 서비스를 주었다는 내용이 유성팬과 함께 역시나 웃는 이모티콘 (이번에는 돈을 많이 써서 그런지 조금 더 발랄해 보이는 이모티콘이었다)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봉지에는 나의 이름과 함께 느낌표가 2개가 달려서 왔는데 (Joy!!) 나를 애타게 부른 것 같기도 하고 오늘 할 장사를 다 해서 퇴근해도 되어서 기쁨과 감사의 표시로 나를 불러준 것인지 모르겠으나 나 마저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신나는 글씨체를 발견했던 적도 있었다.


이 글씨들이 뭐라고 캐나다에 있는 그 당시의 나는 위로를 받았다. 한국에서 지내면 나의 이름을 친근하게 불러주는 사람이 많지만, 생각해보니 타지에서 혼자 지낼 때 나의 이름을 이렇게 밝고 간절하게 불러준 사람과 그랬던 적이 없었다. 유명한 시 중에서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의미부여를 넘어 이렇게 감동이 될 줄이야. 내 이름을 적은 사람도 이 작은 정성을 알아본 나도 우리 서로는 모르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날로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번은 따로 앱을 주문하거나 포장을 하지 않고 직접 방문해서 테이크아웃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이때도 나의 이름을 물어봐서 대답해줬다. 이 때 신기했던 점은 내 영어 이름을 아주 정확하게 잘 적어줬다는 것이다. 항상 내 영어 이름(Joy)을 말하면 99%의 외국인은 Joey로 적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미국의 유명한 시트콤인 Friend의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Joey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또 한 가지 떠오르는 인상적인 점은 한국에서는 스타벅스를 제외하고는 주문자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모두 781과 같이 3자리 숫자처럼 대기번호표를 받고 번호로 사람을 호출한다. 한국에서는 왜 사람의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수증의 한가운데에 내 이름(Joy)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이었다면 "285번 손님~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라는 익숙한 문장으로 나를 호출했을 텐데 여기서는 내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었다. 뭐랄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받는 느낌이었달까. 약간의 꼴값을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싶고 많은 사람들과 나의 생각을 공유해서 소통해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영수증, 이게 뭐라고 나를 이렇게 감동시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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