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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Oct 30. 2022

NGO 마케터가 되다

인생에 한 번쯤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약간 민망하기는 하지만, 캐내다에서 그렇게 하고 싶었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결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한국에 돌아와서 실제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한 자격증을 따는 과정을 6개월 정도 진행했고 1/2 정도 과정을 이수했다. 사실 한국에 돌아와서 6개월간 아침에 일어나면 한국어 교사 강의를 하루에 5개씩 듣고 운동을 하고 자고를 반복하며 진짜로 이 직업을 내가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한 3년에 한 번씩 나에게 진솔한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는 마치 전신 거울 앞에 알몸으로 서서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나를 마주하는 일종의 의식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이 시간을 갖으며 나에게 진솔하게 질문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가 진짜로 무엇인지를. 단순히 마케터라는 직업이 힘이 들고 못할 거 같아서 대체안으로써의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선생님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인지를 나에게 물어봤다. 사실 6개월간 백수 생활을 하면서 선생님이 되는 공부를 하는 것은 평소에 이것저것 많이 하고 에너자이저 같은 나에게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마케터로 돌아가서 일을 하라고 하면 또 하기는 싫어서 마지못해 공부를 이어갔던 거 같다. 그러다가 내 인생을 바꾸는 연락 한 통이 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운이 좋고 감사하게도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고 이를 통해 매달 일정의 생계비 및 취업장려금이 들어왔었다. 이와 동시에 혹시나 하여 마케터 관련 취업 공고가 나오면 연락이 올 수 있도록 설정을 해두었는데 한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그 연락이 나를 다시 마케터의 길로 돌아올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지금 일하는 곳의 이름은 ‘국경없는의사회’로 전 세계 70여 개국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간다는 신념 하나로 1971년 유럽에 세워진 단체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는 2022년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고 나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디지털 후원개발팀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엄연히 말하면 마케터라기보다는 디지털팀에서 디지털 관련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태어나서 정말로 단 한 번도 NGO에서 일을 하거나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나로서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상업적인 곳에서 마케터라는 직업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광고와 마케팅만을 담당해봤지 후원을 장려하도록 하는 펀드레이징 관련 직업이 있는 것도 나의 마케팅 경력이 이와 같은 단체에서의 경력으로 제2의 커리어를 갖고 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가끔씩 정말로 안타까운 국내 환자분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 비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그 또한 정기적이지 않았던 사람으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서 후원을 일으키는 업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은 되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 회사의 물건과 서비스를 불특정 다수에게 혹은 특정 사람들에게 판매하도록 돕는 과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후원을 해야 하는 이유를 어필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면접에서도 강조하여 말씀드렸고 다양한 부분에서 감사하게도 인정을 받고 현재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펀드레이징 및 온라인 광고 부분을 중점적으로 맡아서 일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아직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바로 성과가 나올 정도로 일에 적응을 잘하고 나의 지금까지의 마케팅에서의 경력이 이렇게 다른 곳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사용된다는 것이 뿌듯하고 감사할 뿐이다. 더불어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을 가족과 주변 지인분들이 알면서 되게 응원과 격려와 지지를 많이 해주셔서 더 힘이 되었다. 추가적으로 이 말을 하면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일했던 어떤 직장에서든 야근을 하면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현재 직장에서는 야근을 해도 정말로 기분이 안 나쁜 적이 많았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저 세상 반대편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분들에게 그만큼 후원금이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랄까.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 디지털에 친화적인 사람이 필요한 비정부기구 단체와의 콜라보는 이루 말할 것이 없다. 살다 보면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데 여러분도 지금 당신이 하는 그 어떤 일도 미래의 일 혹은 기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앞으로 나의 커리어는 이곳, 국경없는의사회에 도움이 되는 실력 있는 디지털팀 팀원으로 성장하여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유럽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실에서도 일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여러 외국인 분들도 있어서 영어를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랑스어를 잘하면 조금 더 편해지는 부분도 있는 거 같다. 현재의 외국어 실력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하고 싶다. 사실 이렇게 보이는 커리어보다는 우리 국경없는의사회의 진심이 더 많은 한국 후원자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닿고 소통할 수 있을지를 디지털을 하나의 수단으로 잘 풀어나가고 싶은 욕심이 가장 크다.


3 뒤면 나도 30대가  텐데, 30살이 되었을  20대의 나를 바라보며 잘살았다고 말할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삶을 보내길 바란다. 더 나아가 요즘 한국에는 연차를 불문하고 실력이 있는 마케터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분들도 나처럼 이와 같은 단체에서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업무가 있는지를 모르거나 있어도 상업적인 곳에서의 경력으로 이직이 되는지 모를 수 있을 거 같다. 더 많은 마케팅 관련된 인재분들이 좋은 일을 하는 곳에서도 일을 해보며 다양한 경험을 느껴보면 하는 마음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상업적인 곳에서 마케팅을 담당할 시절, 때론 온라인 광고를 할 때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거짓된 혹은 과장된 문구로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 이익만을 추구하게 될 수밖에 없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일할 때 괴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거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마케터분들이 다양한 선택지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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