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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Oct 30. 2022

번아웃 극복 후기

건강한 완벽주의 인간이 되다

이번 여행을 통해 크고 작은 결실을 맺기도 하고 많은 부분을 배우고 느꼈다. 우선 번아웃에 대해서 조금 더 학문적으로 탐구를 해서 원인을 알고 싶어 졌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관련된 책과 글을 잡히는 대로 많이 마구 읽었던 거 같다. 이번에 찾아온 번아웃에 대해 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단순하게 1개의 원인으로 번아웃의 결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들이 엉켜 있었고 여러 실타래를 풀어보니 근본적 원인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이 부분은 다르게 해석하면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닌 '남'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다. 약하고 어리고 여린 마음으로 포장된 내가 아닌 남이 주인이 되는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자칫 회사를 위한 쓸데없는 희생정신이 폭발하여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야근을 하고 새벽까지 일을 하며 목숨을 바쳐서 일하게 된다. 더불어 장기적으로 건강한 커리어 향상과 프로젝트 종결을 바라보지 않고 단기적으로, 단타적으로 일을 해내는 건강하지 못한 패턴을 계속해서 가져가게 되는 결론을 초래한다.


두 번째는 '나를 아껴주지 못하는 마음 상태'다. 첫 번째 원인처럼 내가 아닌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상태가 되면 나를 생각하기보다는 환경을 보고 주변을 살피기 마련이다. 사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절대 잘못된 건 아니다. 여기서 번아웃의 구덩이로 빠질지 안 빠질지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야근을 하다가도 "잠깐, 뭣이 중헌데, 내가 제일 중요해!", "오늘은 그만하고 퇴근하자"를 빠르게 외칠 줄 안다면 그 사람은 번아웃이 찾아 올 가능성은 아주 낮아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나이고 오늘도 내일도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회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나를 위해서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강사 출신 김미경 작가님의 말을 빌리자면, 나 한 몸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게 당연하나 대단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함께 일하는 '사람' 혹은 '상사'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원인을 잘 컨트롤한다고 해도 마지막, 함께 일하는 사람이 힘들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 사람은 바꿀 수 없는데, 그러면 어떡하나? 나도 고민을 엄청 했던 부분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선 사람은 바꿀 수 없지만, 회사는 바꿀 수 있다. 마음에 안 맞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매번 회사를 바꿔야 하는 말은 아니다. 심지어 그렇게 한다고 한들 새로운 회사와 제각기 다른 조직문화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과정에서 내가 너무 힘들 것이다. 전 직장을 그만둔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가운데 핵심인물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직장 상사였다. 매번 말로는 편하게 하고 언제나 편이 되어주겠다고 했지만, 그 말을 끝까지 신뢰를 못 하겠는 걸 어쩌겠는가. 믿음이 가지 않았고 나를 향한 태도가 롤러코스터처럼 매번 변했다. 이를 맞추기도 너무 힘들었고 매번 존중받지 않는 기분이 들 때면 눈물이 차오를 때도 있었다. 마치 가스라이팅을 당하듯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안 좋으면 모든 것이 전적으로 화살이 나에게 날아오고 나를 위해 존재하는 척하지만 실제는 나를 괴롭히는 사이코 같은 사람이었달까. 지금 새롭게 이직한 회사에서의 상사분은 정말로 감사할 정도로 나를 케어해주시고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다.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분이랄까.


마지막으로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 꼭 갖춰야 할 덕목(?)을 공유하고 싶다. 실제로 번아웃을 극복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는 바로 '내려놓음' 혹은 나 스스로를 '멈추는 연습'을 하는 거다. 앞에서 말한 번아웃의 근본적인 원인 두 번째에서 말한 것처럼, 빠르게 퇴근을 외치는 일이 바로 멈추는 연습을 하는 거다. 솔직하고 냉정하게 말하면, 나 한 명 회사에서 하루정도 사라진다고 해서 회사가 망하거나 회사가 작동을 안 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등 1인 기업에서 혼자 많은 일을 맡고 있다고 해도 내가 오늘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다고 해서 회사가 위기를 겪어나 하지 않는다. 너무나 큰 책임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르게 말하는 거다. 예전에 나는 모든 것을 내가 책임을 지듯이, 마치 CEO처럼 일을 해왔던 거 같다. 순수한 건지 미련한 거지 그 당시에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도 이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상사도 주변 사람도 없어서 혼자 매몰되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중, 혼자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마지노선을 정하고 그 마지노선을 넘으면 과감하게 스스로에게 OFF를 선언하고 퇴근을 하기를 바란다. 실제로 나도 전 직장에서든 현 직장에서든 혼자서 2인 정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새로운 직장에서만큼은 일정 시간이든 에너지를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내려놓고 퇴근을 하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보니, 실제로 다음날 출근을 해도 걱정했던 만큼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쌓여있던 업무를 그대로 나를 기다렸지만 내 마음은 한결 더 가벼워졌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보니, 업무적으로 오는 과부하와 번아웃은 점차 사라져 갔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몇 년 전 번아웃이 온 이유는 어떻게 일을 하는지 단순히 몰라서였던 거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회사에 취직을 하면 업무에 대해서 배우고 스스로 업무에 필요한 공부는 당연하게 하지만, 업무를 대하는 자세와 워크 앤 발란스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디서 배우거나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 나도 그랬듯이 많은 사회초년생 혹은 업무를 한지 오래된 사람들도 번아웃이 오고 나서야 워크 앤 발란스에 대한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알아가기 시작하는 거 같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한국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내용에 대해 인지할 틈도 없이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곳에 뛰어들 정도로 삶이 빠르고 각박하고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닐까 싶다.


번아웃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당장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복잡한 것들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고 지금 당장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내 글을 읽는 소수의 몇 명 사람만이라도 나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한 번 사는 인생 업무를 할 때든 안 할 때든 행복할 자격이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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