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마음에 대한 사과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 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사과
몇 마디 삼키고 눈치만 보다가
눈치만 보며 쭈뼛만 하다
엄마처럼 막연히 먹먹 해지는
그런
기억들이 오늘도 묻겠지
묻고 싶다.
그 시절 왜 그리 감정 표현에 인색했느냐고..
특히나 좋아하는 감정을 주고받음에 있어 어찌 그리 무디고 서툴렀느냐고 말이다.
친구의 부탁으로 연애편지는 대신 써줄지언정
연모하는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쓴 내 연애편지 한 장 없었구나.
좋아해도 관심 없는 척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도 모르는 척,
그땐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게 세상에서 나를 보호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강을
너무 쉬이 건너버려 억울함도 간절함도 없네.
단지 미안할 뿐
기억 속 어딘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 시절 어렸던 나에게 사과하고 싶다.
뒤늦게라도 고백할게.
그땐 메마른 감정이 뜨거운 감정보다 나을 거라 생각했어.
상처받기 전에 시작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겁쟁이 같은 생각이 가득했어.
이제 와 돌이켜보니 난 그냥 어리석었어.
차여도 보고,
슬픔에 몸서리도 쳐보고,
기쁨에 겨워 세상 만물이 내 것인 것처럼
하늘을 나는 기분도 느껴볼,
너만의 권리를 빼앗았으니 할 말이 없네.
진심으로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