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준다
봄이 오니 언 연못 녹았다는 문장보다
언 연못 녹으니 봄이 왔다는 문장을
곁에 둔다
절망으로 데려가는 한나절의 희망보다
희망으로 데려가는 반나절의 절망을
곁에 둔다
물을 마시는 사람보다 파도를 마시는 사람을
걸어온 길을 신발이 말해 주는 사람의 마음을
곁에 둔다
응달에 숨어 겨울을 나는 눈보다
심장에 닿아 흔적 없이 녹는 눈을
곁에 둔다
웃는 근육이 퇴화된 돌보다
그 돌에 부딪쳐 노래하는 어린 강을
곁에 둔다
가정법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보다
가진 게 희망뿐이어서 어디서든 온몸 던지는 씨앗을
곁에 둔다
상처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곁에 둔다
봄을 알리는 꽃들의 휘황찬란한 향연보다
마음에 봄을 품은 아들이 건네는 네잎클로버가
힘을 준다
고생길로 안내하는 한나절의 모험보다
모험으로 안내하는 반나절의 고생길이
힘을 준다
쇼핑 다니며 이것저것 소비에서 오는 기쁨보다
무심히 들춘 페이지 속 나를 울린 구절들이
힘을 준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등산보다
나뭇잎 하늘 보며 노트에 끄적이는 등산이
힘을 준다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보다
예쁜 말로 웃게 만드는 사람이
힘을 준다
미래형의 잡히지 않는 희망들보다
즐길 게 현재뿐이어서 무엇이든 하려 하는 자세가
힘을 준다
지쳤을 때 힘내라고 백 마디 하는 사람보다
마주 보며 함께 맛있는 밥을 먹는 사람이
힘을 준다
삶에서 중요한 관계 형성에 있어 배려, 존중, 공감 등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만 그것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나와의 관계 형성!
무엇보다 자신부터 챙기고 나를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가장 쉬운 듯하나 가장 어려운 것!!!
나 또한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엄청 자랑스럽거나 사랑스럽진 않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글쓰기를 통한 내면의 나와 대화하며 알아가는 과정에서 깨닫거나 얻는 바가 있다.
자신을 허투루 생각하거나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나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대를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건 건강한 방식이 아니라 자칫 어긋난 애정 표현으로 흘러갈 수 있다.
맹목적인 표현 방식이 아닌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를 줄 수 있으려면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
"평소에 애들 챙기거나 집안일하다 보니, 혼자 있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안 떠올라."
주변에 은근히 이렇게 말하는 엄마들이 많아서 얼마나 속상했던지...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며느리이기 이전에!
한창 하고 싶은 게 많은 소녀 시절을 다 지나왔다.
세월과 환경 그리고 일상의 쳇바퀴가 이리 만들어버렸다.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가 무엇을 통해 힘과 에너지를 얻는지, 언제 기쁨과 긍정의 기운이 솟아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생각할 때 은연중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지,
길을 걷다가 나를 멈칫하게 하거나 뒤를 돌아보게 만든 건 뭐였는지,
머리 꼭대기까지 분노 게이지가 올라왔을 때 그 감정을 어떻게 터뜨리고 싶은지,
생일을 맞이하여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어떻게 선사하고 싶은지,
외식하거나 배달앱에서 남편도 아이들도 아닌, 내가 먹고 싶은 메뉴 딱 한 가지를 고른다면 무엇인지,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고 싶을 때 어떻게 하는지, (아무도 모르게 몰래 흐느껴운다, 가족이 보든말든 대놓고 목놓아 운다,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 참았다가 코인노래방 가서 마이크 씹어먹을 기세로 포효한다 등등)
그림자 같았던 일상이 서서히 본연의 내 모습으로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