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기 전에도 '노란 신호등'이 켜진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이무진 《신호등》 중에서 | 작사 · 작곡 이무진(3'51'')
요즘 달리기를 하기 위해 공원으로 갈 때마다 신호등을 한 두 번 정도 마주치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그리고 빨강 · 초록불이 아닌, 오히려 노란색신호등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빨리 바뀌어라, 하는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잠시 대기 중인 '노란색'신호등은 정말 짧구나 느껴지면서도 그 사이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대기하면서 또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든다.
우리가 화가 날 때 마다도 이렇게 노란 신호등이 깜빡깜빡 바로 눈앞에 바로 보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경고 경고 : 흥분 상태가 극에 달했습니다. 이제 곧 욱하면서 동시에 폭탄같이 와락와락 천둥'버럭'과 어마무시한 에너지 덩어리가 쏟아질 예정입니다
삼
이
일
,
땡!
생각해 보니 그런 신호등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
불쑥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화나기 전에 내 몸에 미세하지만 같은 신호가 오기도 한다. 어떻게 알았냐고? 나는 크게 '욱'하는 이유가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대부분 크게 노하는 단계까지 가는 과정도 비슷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미 쏟아낸 화가 너무 후회스럽고 숨고 싶어도 그때에도 이것만큼은 들여다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꼭 물어야 할 한 가지 질문!
그럼 당장은 아니지만, 화를 참는데 계속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다음부터는 신호등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나는 이럴 때 어김없이 화가 났다.
시간에 쫓겨서 준비할 때 (나 혼자만 발 동동, 아이들이 *더불어 신랑까지 태평해 보이는데 나만 뭔가 분주히 준비하는 순간)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5번 이상 하는데 아이들이 전혀 미동도 없고 아무 시도조차 안 할 때 (나 누구랑 말하니?)
육체가 피로하고 지친 상태에서도 아이들 각자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거기에 에너지를 써야 할 때 (학습을 봐줄 때, 청소를 한 번 더 할 때)
자자, 여기까지 화가 난다고 해서 이런 종류의 화가 무조건 '욱'과 '버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위의 상황이 2가지 이상, 3가지 모두 해당될 땐 슬슬 발동의 신호가 온다.
: 대부분은 혼합 상황일 때 '욱'의 신호탄이 터진다.
예) 시간 맞춰 가야 하는 다른 약속이나 스케줄이 있음에도 아이의 놀이터 시간이 지체돼서 '이제 그만 가자'하는데도 아이가 안 가겠다고 신발을 벗고 고집을 피워 드러눕는다면, 여기에서부터 신호등은 켜진 것과 다름없다. 동시에 내가 배가 고프거나 육체적으로 좀 더 지친다면 아래의 신호들이 어김없이 나온다.
깜빡깜빡, 초록색 안전에서 빨강 신호등으로 바뀌기 전 '노랑' 신호가 커졌다.
단순한 속사포 잔소리에서 이제 목소리가 단계별로 커진다.
가르침 → 화가 섞인 짜증 + 핵심 가르침 → 속사포 잔소리 → '내 감정'이 터지기 시작한다.
>> 엄마 힘들다! 이제 그만해, 엄마 지쳐서 가야 돼! 이미 늦었다고! 엄마 화났다고!
내 안에 숨겨져 있는 Y의 염색체가 발동 걸리기 시작할 만큼 점점 굵고 커지는 목소리, 내가 말하면서 듣지만 '듣고 싶지 않은' 고함과 다름없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몸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목소리다.
찡그린 채 소리를 지른 탓일 수도 있지만 등이나 손에서 식은땀이 나온다.
여기까지가 신호다, 신호가 오면 가야 하거나 멈춰야 하지만 '욱'신호등은 조금 다르다. 노란색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대기'중인걸 표시하는 것처럼 나도 여기까지 오면 일단 모든 것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비겁하지만 도망가야 한다!
전에는 식은땀과 동시에 멀쩡하던 배가 아프거나 콕콕 쑤셨는데 병원에 가도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화가 나고 긴장된 상태에서 특히 배가 요동칠 듯 아프다가 다시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졌다. 신기하게도 아이들 등교와 등원을 마치면 다시 온몸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이 대목에서, 의사 선생님께선 웃으셨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스트레스와 위장은 특히 밀접한 관련이 있고 배에서도 주기적인 신호가 일어난다고 하셨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밥을 먹었는데도 배가 지나치게 더 꼬르륵거린다거나, 갑자기 배탈이 난 것처럼 복통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상담과 증상을 들어서인지, 그 이후로 내 '욱'이 줄어든 건지 복통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욱을 지름과 동시에 어딘가 식은땀이 나오면서 기운은 툭 꺾이는 기분이 들었다.
신호등 노란불로, 내 몸에서도 미리 준비하고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뇌에서, 오는 신호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마음이 갑자기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아이고, 내 팔자야~ 팔자, 로 흐르기 전에 '전환'거리를 찾아야 한다.
나는 이런 때 주로 물을 마시거나, 아이들 가방에서 나온 마이쮸 하나라도 입에 물었다. 달달한 사탕이나 캐러멜을 먹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났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땐 무조건 자리를 떠야 한다. 놀이터, 바깥 길거리 현장이라면 화나는 대상이 있는 '아이들'로부터 떨어진 다른 곳으로 한 바퀴 산책을 한다든지 방 안, 거실이라면 다른 방에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다리를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팔을 흔들고 이동을 하면 차오른 화가 스르륵 어딘가로 빠진 느낌을 받는다.
굳이 '욱'까지 가고 더 큰 후회를 하지 않아도, 복통을 일으킬 정도로 뭔가를 참아내지 않아도 나만의 신호등, 해결법을 가지고 있으면 든든해진다.
뇌는 신기하게도 해결이 된 게 아닌데도 다른 풍경, 나 혼자만 온전히 맞이했을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빨간색 신호등으로 가기 전에 신호를 멈춰준다. 다시 걸어가고 아이랑 마주할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눈앞이 샛노래질 것처럼 '욱'하는 순간이 찾아올 땐 물을 마시거나 입에 뭔가를 물어도 폭발할 것 같은 감정 앞에선 걷자, 세상엔 다 부딪치고 싸워야 하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도망갔다 다시 돌아오는 지혜로운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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