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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터스 Mar 03. 2021

아티스트 데이트

13. 춤과 글의 상관관계






    다시 돌아온 아티스트 데이트 날, 전시회를 보러 가거나 당일치기 여행을 떠날까 싶었지만 나는 사당의 한 연습실로 향했다. 글을 쓴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정적인 캐릭터를 떠올리기 쉽다. 물론 나도 꽤 정적인 사람이지만, 스윙댄스라는 취미가 있다.

    스윙댄스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스윙댄스를 물어보면 나는 《라라 랜드(La La Land, 2016)에서 두 주인공이 추던 춤과 비슷한 춤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커플 댄스라는 점 빼고는 비슷한 것이 없다. 스윙댄스는 스윙 재즈 음악에 추는 춤이다. 흑인 문화에서 시작한 이 춤은 오랜 세월을 보내며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보통은 리더와 팔로워로 불리는 두 사람이 커플이 되어 추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솔로 찰스턴으로 불리는 솔로 부문도 있다. 나는 리딩을 배워보지 못했기 때문에 팔로잉을 한다. 처음 춤을 시작했을 때는 리딩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리딩만 따라가는 게 아닌, 팔로워만의 표현을 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자기표현을 위해서는 음악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거기에 맞춰 몸을 쓰는 법을 익혀야 한다. 결국 솔로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티스트 데이트 날 아침, 아직 마르지 않은 빗방울이 스며든 공기를 마시며 연습실에 우두커니 서 있다. 나는 아직 쪼렙이기 때문에 음악을 제대로 들을 줄도 모르지만 미디엄 템포의 스윙 재즈를 틀어놓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박자를 맞춘다. 에잇 카운트를 세면서 나는 천천히 트리플 스텝을 밟는다.


    시선은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며 내 몸이지만 내 몸 같지 않은 춤사위를 지켜본다. 스텝을 밟기 위해서 내 어딘가에 있을 무게중심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을 스텝에 실어야 하지만 아직 나는 무게중심도 제대로 찾지 못한다.

    

   무게중심을 알아내기 위해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춤을 추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만의 중심을 찾기 위해서 나를 지켜봐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활자이든 한강 둔치에서 바라본 사그라든 노을이든, 오늘처럼 거울 속에서 땀을 흘리는 나일지도 모른다. 춤을 오래 추다 보면 근육이 붙는다고 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춤을 오래 추기 위해서는 근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글을 쓸 때도 이런 근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활자를 유연하게 만들 근육이 필요하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마치 스트레칭을 하는 것 같다. 몸을 풀어주어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법이다.     



* 스윙 재즈가 궁금하다면 추천! 

Gorden Webster – 《Exactly like you




                                                                                                                                          Written by. 이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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