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전지대가 필요한 우리의 마흔

독서모임으로 힐링하며 성장하는..

by 제이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아프게 만들었을까.

주변을 돌아보면 아픈 사람 투성이다. 나부터가 내 상처를 마주하기로 용기를 낸 것이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다. 어쩌다 내 스스로가 아픈지조차 모른 채 상처 입은 채 나와 타인을 공격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많은 사회가 되었을까.


최근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보면 충동성이 높고, 인내심이 매우 결여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물론 사회 문제는 어느 시대나 있었다. 온 나라가 울분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부조리하고 부당함을 견뎌내야 했던 일제 치하에서의 우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최근 소설 '토지' 11권을 읽어나가며 그 시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예측해 보기도 한다. 내 땅에 쳐들어온 타국의 부당함이 널려있는 시대였다. 죄 없이 잡혀가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감당해 내야 했던 그 시대 사람들의 울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신분 질서가 무너지는 시대였다. 가장 화가 많고 울분이 터져 나오는 시기는 부당하는 것을 인식하는 그 순간이다. 부당함을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며 자각하지 못할 때는 화도 나지 않는다. 인식한 순간 그간의 나의 억울함이 화산처럼 폭발하게 된다. 그 시기를 지나 해소의 단계로 들어서야만 비로소 안정을 찾게 된다. 그 시대는 그 억울함이 폭발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이야기 속에 백정이었던 이들의 울분이, 여전히 소작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억울함이 절절하다. 그런 억울함이 일상인 시기의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만큼 아팠겠지.


일제치하를 사는 것도, 신분 사회를 사는 것도 아닌 우리는 왜 이렇게 분하고 억울하여 자신과 타인을 괴롭히며 살아가는 걸까.


분하고 억울하여, 어느 정도는 모두가 금쪽이인 우리의 아이들. 어떤 모습을 '정상'이라 규정지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혼란스러운 매일을 보낸다.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해주어야 할지, 가르치고 통제하고 훈육하여 잘 자라게 해 주어야 할지, 아이들의 어떤 행동들 앞에 서서 그 경계를 고민해 본다. 아픈 아이들 뒤에서 이렇게 더 아픈 고민들을 하는 아픈 엄마들이 있다.


그녀들과의 온라인 독서 모임을 진행 중이다. 덜 아픈 세상을 꿈꾸며, 아픔이 손톱만큼씩이나 치유되어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거창한 꿈을 품고 만든 소소한 모임이다. 형식도, 꼭 읽어야 할 필독서도 없다. 그저 책을 통해 인생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지혜를 갈구하는 이들이 모였다. 서로를 도닥이며, 주저앉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각자의 방향과 방법과 속도로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내가 오늘 책에서 얻은 지혜와 깨달음을 나눈다. 어쩌다 보니 모두 사십 대, 사십 대 초반부터 끝자락까지 모두 있다. 마흔, 흔들려서 아름다운 그녀들.


나도 미숙한데, 그 미숙한 채로 십여 년쯤 좌충우돌 아이들을 키워내느라 나는 돌아볼 틈도 없이 살아오다가 만난 나이 마흔이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 있다. 이제 이곳이 바다인지 강인지 호수인지조차 모르고 헤매던 날들을 지나, 이곳은 너른 바다임을 인식했다. 계속 닥쳐올 파도는 누구에게나 처럼 나에게도 다가올 것임도 안다. 알지만 두렵고, 이왕이면 멋진 서퍼처럼 파도 위에 올라타 우아하게 잘 넘어가고 싶다. 그래서 지혜를 모아보려는 것이다. 내 상처를 기꺼이 마주할 용기를 갖추기 위해, 그래서 더는 아픈 엄마가 아니라 치유하는 엄마가 되어주기 위해, 내 인생의 후반기를 잘 살아내기 위해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마음을 가진 이들이다.


아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줄어야 할 엄마자리를 살아가지만, 우리도 마음을 내보여도 안전한 그런 공간도 필요하다. 꺼내놓지 않고 꽁꽁 숨기기만 해서는 치유될 수가 없다. 이 공간이 그런 공간이기를 바라본다.


이 독서 모임에 어떤 끈끈한 유대가 필요한 것도, 의무가 필요한 것도 아닌, 그저 살아가다 잠시 스치는 시절인연이 되어도 괜찮다. 세상은 돌고 돌아 언젠가 어딘가에서 좋은 일들과 인연으로 또 마주치게 될 테니까..




오늘 나눈 구절들.


<니체의 말>
류시화님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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