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너머_그 너머에 내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혼돈 없는 세상을 꿈꾼 어리석음..

by 제이쌤

새벽 찬바람결에 오싹한 느낌이 들어 선풍기를 꺼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떴다가 선풍기 바람이 아닌 창문에서 들어오는 가을바람이라는 사실에 웃음이 지어졌다.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듯도 하지만, 유독 더 덥게 느껴졌던 올해 여름이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고 있다면,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삶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거라 했다. 이 가을바람을 느낀 아침 웃음이 난 건 그런 이유인지 모르겠다.


삐걱대며, 맞추려 부단히 애를 쓰며 살아가는 남편과의 이야기는 글로 잘 써지지 않는다. 필히 마주해야 할 일인데, 여느 글에서 알콩달콩 잘 살아내는 오래된 부부의 이야기만 봐도 닫아버리고 말만큼 내가 회피하고 살아가는 줄은 안다. 여러모로 잘 맞는 두 남녀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또 세상의 여러 조건들이 그 둘을 결혼까지 도와, 서로밖에 없는 듯이 살아가면야 그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그 희박한 축복을 나는 갖지 못했다는 그 억울함.


욕심 없는 사람처럼 말하면서 순 욕심꾸러기지. 그저 억울하기만 했다. 아니 진행형으로 억울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있지도 않은 애교를 쥐어짜 내기는커녕 틱틱거리는 말투로 상대하기 일쑤이다. 나의 마흔셋 인생에서 그 외의 일들은 손톱만큼씩이라도 나아지고 나아가는 방향으로 걸으며 살고 있는 거 같은데, 남편과의 문제는 늘 제자리걸음인 이유도 어쩌면 내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며, 그걸 깨닫게 된다고 한들 우리의 관계가 좋은 방향을 향할지, 아니면 다른 방향을 향해 갈지는 미지수다.

오늘 <질서 너머>라는 책 소개 유튜브를 잠깐 보다가 밀리의 서재로 서문을 읽고, 소개자가 깨달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삶에서 혼돈을 빼고 삶을 말할 수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저 너머에 도대체 내가 바란 것이 무엇이었나. 혼돈 없는 세상을 꿈꾼 거라면 그건 나의 환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혼돈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두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 방향을 전환해야 하지 않나.


현재의 혼돈을 그저 방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저 먼 곳의 모습이 혼돈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는 이 기특한 깨달음.


전자책으로 보다가 종이책도 구입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 종교의 색깔도 보이고,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자기 계발서의 냄새도 좀 나지만, 분명 내가 생각지 못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마흔이 혼돈으로 가득한 것이 어쩌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일지도, 다만 이 혼돈 너머에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방향성은 잘 설정하고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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