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사춘기 엄마가 위험하다.
부디 혼자 울지 마시기를..
100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식민지에서 경제 대국이 된 대한민국. 그 공간을 함께 사는 현 세대들 중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프지 않고 가엽지 않은 세대가 없을지 모릅니다. 급속한 성장 이면의 성장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니까요.
그중에 현재 40-50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렵게 찾은 정신과에 수많은 또래 엄마들이 있어 놀랐다는 이야기를 전한 지인이 있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가끔 숨도 안 쉬어지고 며칠째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더니, 아이가 있냐, 몇 학년이냐 물으셨답니다.
"중2, 고1 아들 둘입니다."
하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며,
" 그럴만합니다. 그런 분들이 너무 많이 오십니다."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내년이면 10년 차에 들어서는 독서 지도 교사입니다. 또 색깔이 너무 다른 고1 딸과 6학년 남매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학군지 한복판에 살면서 자식 교육에 열성이었던 엄마이며, 책 육아에 미쳐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사교육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던 제가 지금은 사교육 사업을 합니다. 제 사업의 목적은 거창하지만 '행복'입니다. 나의 행복은 물론 많은 가정의 행복에 이바지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 고학년부터 그 죽일 놈의 '사춘기'도 함께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은 또 부모님대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정이 많습니다.
금쪽이 아이들로 가득한 세상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그 아이들 뒤에는 더 아픈 부모가 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순종이 미덕이고, 현모양처가 꿈인 여자가 많은 시대였습니다. 또 일명 MZ라 불리는 지금 세대는 자기표현이 정확한 세대입니다. 그 사이에 서있는 40-50대 엄마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인내를 강요하는 목소리와 여자도 얼마든지 자신의 삶을 살아도 된다고 말하는 목소리 사이에 내 자리는 어디쯤인지, 무엇이 옳은지 헤맵니다.
워킹맘으로 살아왔든, 주부로 살아왔든 아이의 사춘기는 내 그간의 삶을 뒤돌아보게 할 만큼 큰 위기로 정신없이 흔들리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큰 아이의 사춘기로 저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좌충우돌 힘든 시간이었지만, 비교적 그 터널을 잘 지나온 큰 아이와 저는 지금 친구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그 터널의 문턱 앞에 서 있는 두 아이가 더 있기에 저도 함께 한번 더 지나가야 하는 터널입니다.
그 깊고 짙었던 어둠에서 길을 잃지 않고 빠져나오게 도와준 건 다름 아닌 책이었습니다. 독서 지도를 하면서도 삶에 정말 도움이 되는 독서의 의미를 깨닫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독서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사춘기에 만약, 이런 독서를 깨달았다면 나는 조금 더 빨리 지금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책을 통해 저는 아이와의 관계는 물론, 저를 찾아가고 있고, 이전의 저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교육 사업도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의 책 육아 동지이신 분도 아이의 사춘기로 한참을 힘들어하실 때 제가 독서 모임을 권유했습니다.
"우리 이제 아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살도록 놓아주고, 우리의 삶을 위한 책이나 같이 읽으시지요."
그렇게 주변에 책을 도구로 성장을 꿈꾸는 40대 엄마들을 모아 독서 모임을 꾸렸습니다. 그 모임에서 우리는 함께 읽으며 육아와 나의 성장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놓은 저의 이런 기록들을 모아,
사춘기아이를 키우다 내가 먼저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을 위한 마음이야기, 교육이야기, 그리고 사춘기아이와 함께 읽을만한 책, 엄마들을 위한 책 이야기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지난하고 짙은 터널을 지나는 동안 이 글들이 작은 등불이 되었으면 합니다. 너무 외롭지 않으시기를, 주저앉아 혼자 울지 마시기를, 그 어둠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시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