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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방법을 찾지 말고 모든 것을 놀이화하라!

 아이들이 45개월쯤 되었을 때, 유튜브로 슬랩스틱 애니메이션 '라바'를 보기 시작했어요. 빨간 애벌레 레드와 노랑 애벌레 옐로우를 중심으로 3분 이내의 단편이 몇 개씩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러닝타임 내내 등장인물의 대사 없이 몸개그로만 이루어집니다. 우리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것이 ‘콱’, ‘휙’, ‘우당탕’, ‘푸욱’, ‘뿡’, ‘뿌직’, ‘꽉’ 같은 효과음과 ‘꺄악’, ‘꽥’, ‘흑흑’ 같은 비명소리와 울음소리,  '쩝쩝', '꿀꺽'  그리고 배경음 등 비언어적 행동으로만 진행되는 영상이 도무지 교육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소시지를 서로 먹겠다며 아귀다툼을 일삼는 데다 이성을 잃고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장면이 매화 등장했어요. 혀를 손처럼 사용하며 음식을 삼켰다 토하고 먹기, 방귀, 콧물, 침을 분비물 공격을 반복하는 등 더럽고 불쾌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제발 보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라바가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이 미칠 거라고 결론짓고 영상 시청을 중단하는 것이 옳은 건지, 아니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라바의 어떤 점이 아이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는지 고민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지 고민해보았어요. 


 왜 라바를 좋아할까 편견 없이 바라보고 선입견 없이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고, 내키지 않았지만 아이의 시선으로 눈을 맞추고,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이를 존중하는 양육자의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모든 아이는 위대한 힘을 타고 난다’는 믿음으로 사교육 없이 행복한 영재를 키우는 방법을 강연과 책으로 전하고 있는 최희수 작가는 <푸름아빠 거울육아>에서 ‘아이들은 좋아하고 재미있으면 무엇이든 몰입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떤 분야든 한계를 가지지 않고 도전하며, 갈수록 깊어진다.'라고 했습니다. <아이 내면의 힘을 키우는 몰입독서>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고,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간다'라고 말했어요.


 가장 접근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이었어요. 검색된 도서는 애니메이션을 캡처해서 엮어놓은 만화책과 스티커북, 퍼즐, 컬러링, 그리고 놀이북뿐이었어요. 읽을만한 책이라곤 만화책뿐이라니 적잖이 실망스러웠죠. (시답지 않은 책이라고 평가절하했던 이 만화책이 후엔 아이들의 한글 떼기와 읽기 독립을 이끌어준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지요.) 


 만화책만으론 몰입과 확장을 경험하기엔 부족하다 판단되어 라바로 놀아주기라도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어떻게 하면 라바를 매개로 하여 재밌게 놀 수 있을까?' 초록 검색창에 ‘라바’, 혹은 ‘라바 놀이’, ‘라바 게임’ 등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이 검색되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정보 공유의 주체인 엄마들이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방법에는 관심이 높기 때문에 엄마표 과학놀이, 수학놀이, 미술놀이에 관한 정보는 손쉽게 찾을 수 있지만 순수한 놀이, 오직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놀이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요. 정보 또한 없을 수밖에요.


 '찾을 수 없다면 내가 그 시작이 되겠다!'라는 일념 하에 모든 놀이 활동을 라바로 시작하고, 라바로 마무리하는 ‘모든 놀이의 라바화’를 시도했습니다. 말이 거창한데 한 마디로 말하면 모든 놀이에 라바가 등장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저녁식사에 소시지 반찬을 내놓으면서 “옐로우가 좋아하는 소시지다! 옐로우가 와서 먹기 전에 얼른 먹자!”라고 말하는 거예요. 밥을 먹으면서 “아~ 이렇게 맛있어서 옐로우와 레드가 서로 먹겠다고 다퉜던 거구나.”하고 말을 거드는 것이지요. 엄마의 한 마디에 아이들은 라바를 떠올리며 씨익 미소 지었고, 신이 나서 자신이 재미있게 보았던 에피소드를 설명하느라 목소리를 높였어요. 소시지 하나로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웃음이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 되었어요.


 아이의 관심사를 놓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주겠다 결심하면 신기하게도 이전에는 몰랐던 영역이 눈에 띄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보이게 시작합니다. 해주겠다 마음을 먹는 게 어렵지 놀이를 찾고 만드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고민과 연구를 반복하니 대략 20가지 정도의 놀이가 만들어졌습니다. 



1. 라바 블럭놀이



2. 라바 풍선놀이                                                                            



3. 라바 색칠놀이                                                                            



4. 휴지심으로 라바 만들기                                                                            



5. 라바 폭죽놀이                                                                            



6. 라바 거미줄 놀이                                                                            



7. 애벌레 관찰하기                                                                            



8. 스티커북을 활용하여 라바와 친구들 이름을 한글과 영어로 익히기                                             



9. 요리하기 (라바 소세지)                                                                          


    

10. 라바 만득이 만들기                                                               



11. 천사점토로 라바 만들기                                                                            


12. 라바 야바위                                                                             



13. 라바 빨대총 만들기                                                                             



14. 라바 테마파크 방문하기                                                                             



15. 라바 퍼즐하기                                                                             



16. 곤충 한살이 익히기 (애벌레>번데기>나비)                                            



17. 라바 의사놀이                                                                            



18. 라바 메모리카드                                                                             



19. 라바 쿠키 만들기                                                                             



20. 셀로판지로 색의 원리 배우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부모가 알아주고 지지해줄 때, 아이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또한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말하고, 싫어하는 것을 싫다고 말하며 나의 감정과 욕구를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아이에게 허용하는 것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의 참 모습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인 나 역시 나의 감정과 욕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자기 사랑을 배워야겠지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놀아주는 것이 어렵고, 방법적인 부분에서 한계를 느낄 때 ‘모든 놀이의 공주화’, ‘모든 놀이의 카봇화’를 시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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