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역할놀이를 못하는 이유
아이 잘 키우는 방법을 고민해본 분이라면 ‘책육아’ 모르는 분은 없을 거예요. 바른 인성, 깊고 넓은 지성, 풍부한 감성발달에 책만 한 것이 없습니다. 독서습관과 더불어 아이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놀이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 집중력과 문제해결력, 호기심과 도전정신, 그리고 건강한 신체발달을 기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책육아로 밤새도록 책 읽어주는 건 할 수 있지만 아이와 노는 것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제발 혼자 놀아!” “나 좀 내버려 둬.” 하며 아이가 혼자 알아서 잘 놀기를 바랍니다.
왜 그럴까요?
놀이는 쌍방 소통과 상호작용을 요구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딱히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내가 세이펜이다~’ 생각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놀이는 아니에요. 놀이는 끊임없이 소통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이의 눈빛을 살피고,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 주의 깊게 들어야 해요. 활동에 따라서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놀이를 하면서 소통과 교감이 없으면 하루 종일 놀고도 엄마와 연결감을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 놀자! 놀자!”하면서 하루 종일 놀아달라며 엄마에게 매달리게 되는 거죠.
아이와 노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많은 부모들이 한 목소리로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상황극, 역할놀이입니다. 이 역할놀이가 유독 힘든 이유는 주어진 배역에 맞게 감정을 살려 연기를 해야 하고, 적절한 대사도 쳐야 하기 때문이에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보다 꾹 참고 누르는 것에 익숙한 엄마나 아빠에겐 특히나 힘듭니다.
저는 역할놀이야 말로 놀이의 꽃이자 끝판왕이라고 표현합니다. 공주놀이, 소꿉놀이, 선생님놀이, 병원놀이, 전쟁놀이, 자동차놀이, 레고놀이 등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역할놀이의 종류와 형태도 다양해요.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놀이해줘야 할 것 같은데 너무 힘들어.’ ‘그렇다고 혼자 노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미안하고 짠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역할놀이가 편해지는 꿀팁
어떤 상황을 만들고, 생각나는 대사도 없어 막막할 때 저는 아이와 책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려 상황을 재연하고, 인물의 대사를 따라 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내용인데?'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것이 책의 내용이었다는 걸 깨달으면 반색하여 놀이에 참여합니다. 뒤이어 이어질 전개가 예상되기 때문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조금의 변형을 주어도 색다른 재미를 느낍니다. 놀이가 만족스러웠다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책을 한 번 더 가져올 거예요.
놀이를 자기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가길 원하는 아이를 키우신다면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세요. 아이가 친절하게 어떤 말을 하면 되는지 알려줄 거예요.
너무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운 연기도 놀이를 재미없게 만드는 장애물이죠? 저는 만약 아이가 5살이라면 ‘나도 5살이다!’ 생각하면서 정신줄을 살짝 놓고,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놀았을 때 놀이가 훨씬 편안해졌어요.
역할놀이는 아이의 언어발달을 돕고, 사회성을 배우고, 창의력과 상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혼자 놀라며 아이를 밀어내기보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마음을 내어 아이와 소통하는 시간 가져보세요. 놀이는 양보다 질입니다. 단 5분을 놀아도 엄마가 기쁨으로 함께한다는 아이는 그 사랑의 힘으로 잘 자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