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부부가 되기로 했다

그렇다고 속도위반은 아니고요

by 김열매

“난 너랑 결혼할 건데? 너 내 아내가 돼라!”


나는 순간, 내가 무슨 포켓몬이라도 된 줄 알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는 나를 잡기 위해 포켓볼을 던졌다.


“잡혀라, 잡혀라!”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며, 우리의 결혼은 이미 정해진 미래라는 것처럼 굴었다.


결혼생각이 하나도 없었던 당시의 나는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그의 맹목적인 태도가 나쁘진 않았다. 누군가 나를 간절히 원한다는 건, 생각보다 기분이 매우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 나름의 연애 철학이 있었다. 한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최소한 사계절을 함께 보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친구로 지냈다지만, 연애 한 달 만에 결혼 얘기가 나오다니, 솔직히 한 편으로는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결혼이라니,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만약 내가 결혼하게 된다면 이 남자랑 할 것 같다는 확신이었다.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본능적 이끌림이 있었다.




“나 돈 없어. “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도돌이표처럼 우리는 이 말을 반복했다.


그는 또래보다 모아둔 돈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통장 잔고는 믿기지 않겠지만 고작 200만 원이 전부였다. 욜로족은 아니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님을 도우며 모아둔 돈을 전부 드린 탓이었다.


그는 친구 시절부터 내 사정을 알고 있었다. 즉, 내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연애를 시작했고, 이제 결혼까지 논하는 셈이었다.


본인이 손해를 봐서라도 나랑 결혼하고 싶다니, 요즘 시대에도 저런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요즘 결혼 트렌드는 ‘반반 결혼‘이다.

예전에는 남자가 집을 구하고 여자가 혼수를 마련하는 것이 결혼의 암묵적 룰이었다면, 이제는 정확히 같은 액수의 돈을 합쳐서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돈 없는 나를 그가 괜찮다고 한들, 과연 그의 부모님까지 그렇게 생각하실까 걱정이 됐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시댁, 고부갈등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가진 게 없으니 위축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묻고 싶은 게 많으셨겠지만, 바르게 자란 아들의 선택을 그저 믿어주셨다. 나는 그 믿음에 보답하기로 했다.


그렇게 연애 3개월 만에 결혼 결심이 섰고, 우리는 부부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사계절은커녕, 첫 계절도 끝나기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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