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꼭 해야 할까?

우리만의 속도로 걷기

by 김열매

그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헤쳐나갈 문제가 너무 많았다. 결혼은 단순히 서로 사랑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결혼식을 꼭 해야 할까?”


나는 결혼 로망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었는데, 웨딩드레스나 공주놀이는 내 관심 밖의 일이었다. 사람과 교류하는 걸 즐기지 않는 탓에 주변 지인도 매우 적었고, 결혼식 30분 진행하자고 몇 천만 원을 쓰는 게 합당한 지출로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얘기하면, 나는 결혼식을 안 하고 싶었다. 결혼식을 올려도 여러 이유로 혼인신고를 안 하고 사는 부부들도 많은데,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은 안 올리고 사는 부부도 괜찮지 않을까?


양가 부모님들께 우선은 자금이 부족하니, 결혼식은 나중으로 미루고 혼인신고 후 집부터 합치겠다고 말씀드렸다. 다행인 것은 “그래” 한 마디로 허락이 끝났다는 점이다. 양가 모두 자식을 믿어도 너무 믿어주신다.


속 마음은 생략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는 말하지 못하고 ‘우선’ 미루겠노라 말했다. 일단은 한 고비 넘긴 셈이었다.


갑작스럽게 결혼하겠다는 딸의 선언에 엄마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안 그래도 하나뿐인 자식한테 금전 도움을 받은 것을 미안해하셨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엄마의 쌈짓돈과 외삼촌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한 가정을 꾸리기에 넉넉한 비용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연애 3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했다. 드디어 공식적인 부부가 된 것이다. 결혼식 같은 이벤트가 없어서 그런 건지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 가족관계증명서에 배우자라고 적힌 그의 이름 세 글자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 우리 부부야? 남편, 아내인 거야?”


서로 어색하게 남편, 아내라고 불러보며 관계를 재정비했다. 서로의 보호자임과 동시에 이제는 진짜 한 배를 탄 가족이 된 것이다.


신기한 마음도 잠시,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이제 집도 구하고, 살림살이도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둘 다 철저하고 계획적인 성격이라 모든 것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운 좋게 친정집 근처에 우리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고, 많이 무리하긴 했지만 대출의 힘을 빌려 매매했다. 결혼식을 생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필요한 가전가구 목록을 정리했고,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제외했다. 결혼식을 생략하니 오히려 현실적인 준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와 웨딩홀은 없었지만, 서류 한 장과 우리만의 보금자리인 집 한 채가 부부의 시작을 굳건하게 해 주었다.


남들이 어떻게 살든 무슨 상관인가.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과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사회가 정한 ’이상적인 기준‘에 맞춰야만 가정을 꾸릴 수 있다면, 결혼은 누구에게나 버거운 과제가 될 것이다. 결혼적령기가 늦어지는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SNS 속 화려한 삶에 현혹되어 그것이 마치 사회의 표준인 양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허상을 좇기보다, 둘만의 기준과 가치를 세우고 그 안에서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결혼’이라는 이름이 지닌 진짜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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