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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Feb 25. 2024

아사나는 언제든 반드시 된다

설날 요가 원데이 클래스

지난해 설 명절은 영국에서 보냈다. 올 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진 않아서 국제선센터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기로 했다. 


저렴한 가격에 3박 4일 동안 예불 드리면서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서울을 떠나지 않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명절엔 어딜 가나 교통체증이 심하니까.




입실 일정이 오후 3시다. 입실 전까지 애매하게 시간이 남아 어떻게 시간을 알차게 보낼까 생각하다 급하게 설 바로 전날 오후, 원데이클래스를 신청했다. 2월 9일 금요일 오전 10시, 3시간 '하타요가' 집중 수련 플랜이었다. 수업 하루 전이고 불과 20시간도 채 남지 않아서, 신청 가능할까 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취소한 사람이 있어 간신히 참여할 수 있게 되었더랬다. 운이 좋아, 나는.


하타요가 심화 버전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경험 많은 선생님의 핸즈온이 기대되기도 했다. - 그 생각은 맞았다. 조용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돋보이는 찬드라 선생님. - 요가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인도가 연상되는 내부 열기가 일단 마음에 들었다. 추우면 몸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살짝 더운 느낌이 나는 좋더라. 시간에 거의 맞춰 갔기 때문에 이미 사람들이 다 들어와 있었는데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2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스튜디오는 꽉 찼고, 요가 매트 간격이 촘촘하여 팔을 제대로 펼 수 조차 없었다. 이국적이다. 뉴욕의 어느 요가 스튜디오를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아사나마다 한 호흡을 넉넉히 가져가는 것.

인트로와 엔딩에서 명상과 호흡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


아사나 하나가 종료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필요 적절한 난이도의 몸 푸는 아사나 큐잉 - 단순히 쉬어가는 것도 좋지만, 이런 방식으로 다음 아사나를 연결하니 뭔가 더 잘 된다는 느낌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 찬드라 선생님의 세심한 핸즈온과 용기를 주는 36.5도 언어의 온도까지. 기분 좋은 수련이었다. 잘 안 되는 아사나 때문에 속상할 뻔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도움으로 평소 엄두도 못 내던 간다 베룬다에 도전했고 실패는 했지만 용기를 얻었다. 


컴업드롭백, 잘하고 싶은데 그날도 눈으로만 배웠다. 허리 디스크 발병 때문에 깊은 후굴이 들어가는 아사나는 지레 겁을 먹고 자꾸 무너지는데 어떻게 하면 조을지. 코어힘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등, 어깨, 기립근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음에 감사한다. 수련하는 동안 끊임없이 내 몸을 관찰하고, 변화를 느낀다. 찰나의 순간에 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지금 내 속에 있는 의식의 흐름이 어떤지 관찰하는 과정이 좋았다. 3시간 수련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고도 의기양양했다. 


수련 중 오늘따라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는데 차분하게 그런 마음을 잡아갈 수 있도록 리딩해 준 찬드라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선생님의 용기를 얻은 말 한마디. "아사나는 언제든 반드시 된다. 는 걸, 여러분은 수련을 통해서 다들 아실 거예요." 그렇지 그렇지. 머리서기가 언제 되려나 했는데 도전 5번 만에 성공해 낸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에 머리서기 큐잉을 받고서는, 얼마나 한숨을 쉬었는지. 


그런데 웬걸? 당시, 연경 선생님 단 한 번의 핸즈온으로 감을 잡았고, 얼마 있지 않아 첫 성공을 했더랬다. 이후 집에서 셀수할 때, 혼자서 되길래 얼마나 신기했던지. 지금은 핀차까지 도전해 보려고 용기를 내는 중. 데이바이데이 나아지고 있어 기쁘다가도 '지금의 나' 수준보다 조금 더 욕심이 날 때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행스러운 건, 요가는 요가라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속도로 가는 것. 그게 ‘요가’다. 설날 수련에서 그런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고 놀랍게도 엄두도 못 내는 아사나를 도전해 보았다. 그거면 되었다. 


24년 설날엔 이러하였다. 그러나, 

25년 설날엔 분명 달라져 있을 테니까. 


#간다베룬다 

#핀차 

#드롭백컴업 

#에카파다라자카포타 


5월 즈음엔 요런 아사나를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촬영하고 싶다.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 보기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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