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평생 운동으로 결정한 이유
여러모로 건강에 적신호가 생기자 체중도 엉망이 되었다. 갑자기 수개월간 8킬로그램이 불었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니 열흘 만에 6킬로그램이 줄었다. 컨디션에 따라 급격히 체중이 늘거나 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몸이 상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고백하건대, 지난해 정서적 충격으로 조울증을 심하게 앓았더랬다. 조울증은 마음도 건강도 모두 나를 갉아먹었다. 체중 자체의 증감보다 몸 상태가 나빠진 게 문제였다.
운동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조울증 초반에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기 위해서 책을 보고,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정서적 불안은 머리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보다 못한 친구와 가족은 운동을 권했고, 나 또한 이대로 그냥 나를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운동을 시작했더랬다.
헬스, 수영, 요가, 골프로 시작했고 지금은 매일 운동하기에 적합한 수영과, 요가로 정착했다. 골프는 주기적으로 하기보다 친구들 만날 때 스크린골프로 만족하는 걸로 정리했다. 굳이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없으니 그 정도만 해도 즐겁다.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꽤 둔하다는 게 느껴졌다. 문을 타고 올라 다닌다든지, 우르드바다누라 아사나를 알기 전에도 그렇게 뒤로 누워 거미처럼 걸어 다니기도 했지만 그게 지금처럼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웬걸. 이제는 도무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계단을 오를 때, 조금만 가도 허벅지가 터질 것만 같다. 플랭크 자세에서는 힘을 주지 못하고 푹푹 쓰러지기 일쑤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랄까.
새삼 깜짝 놀랐다. 내가 이토록 기운이 없었다니! 수영과 헬스를 하면서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게 도무지 왜 때문에 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되던 것이 왜 안 될까.
그러던 어느 날, 답을 발견했다. 어느 예능 프로에서 한눈에 봐도 비쩍 마른 여배우가 나와선 항상 다이어트를 하고 있단다. 깜짝 놀란 진행자가 지금도 마른 몸인데 왜 다이어트를 하냐고 묻자, 그녀는 대답했다.
"저는 제 몸이 가벼운 게 좋더라고요. 특정 체중이상 나가면 몸이 너무 무거워서 숨이 차는 거예요. 그러면, 걷기가 힘들고 움직이는 게 둔해지더라고요."라고. 그제야 번뜩 생각이 났다. 내가 가볍게 움직였던 시절의 체중은 42킬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을.
당장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독감에 두 달 내내 앓아눕느라 먹고 자고를 반복했더니, 체중은 어느새 50.7kg가 되어 있었다. 목표는 일단 43kg로 정했다. 그 때 보다 나이가 든 지금 상황에서 내 키(160cm)에 42kg까지 내려가면 기초체력이 어떨지 보장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목표 체중은 43kg. 아무래도 식사량에 따라 44kg를 살짝 넘어설 수 있을 것을 감안, 43kg~44kg를 오가는 선으로 체중을 줄이는 게 지금의 내 몸에 가장 안전할 것 같으니까.
내 경우, 체중을 줄이기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근육이 없는 몸이어서 먹지 않으면 그대로 빠진다. 열흘 만에도 수 킬로그램씩 빠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그러나 이제는 먹지 않고 체중 줄이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단순히 체중만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그런 방법도 있겠지만, 다이어트의 목적이 건강이라고 볼 때 그런 방식은 좋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처음하는 다이어트니 만큼 요요없이 건강하게 잘 해내고 싶었다.
건강한 식단으로 브런치와 저녁을 먹고,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빼야 할 체중은 얼추 7킬로그램. 목표 기간은 한 달로 잡았다. 중간중간에 사람들과 미팅을 하고, 가족 모임을 다니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적지 않았지만 대체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먹으면서 체중을 줄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루에 200g~400g 정도를 꾸준히 줄여 나가다가도, 한 번씩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에는 순식간에 며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목표 달성 마감 기간을 10일 앞두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44kg에서 1kg만 더 빼면 되는데, 목표달성을 목전에 두고 그 구간은 마의 구간이었다. 여기서 먹는 양을 더 줄이는 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운동량을 늘리기로 했다. 기존 운동 외 며칠간 8~10km를 걸으며 운동량을 늘렸다.
그렇게 하고 나니 하루에 500g빠지는 날도 있었다. 주로 100g~200g씩 아주 조금조금 야금야금씩 빠지기 시작했고, 이네 목표 3일 앞두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유지만 잘 해나가면 된다는 안도감에 더해 목표 달성의 기쁨도 잠시, 산너머 산이라. 한 달 만에 갑자기 7킬로그램을 줄였으니, 유지가 쉽지 않을 테다. 탄단지 식단에서 이제부터는 먹고 싶은 건, 양을 줄여 먹고 불필요한 군것질(디저트류)은 당분간 지양하기로 했다.
이제 43.5kg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확실히 44kg로 들어서면서 몸이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43킬로그램 대에 들어서니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아사나 수련에서도 힘을 받았다. 일상생활에서 대체로 컨디션이 좋은 편이고, 몸에 기운이 없거나 늘어지거나 그러는 일이 잘 없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적정 체중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여배우의 말처럼 남들에겐 마르게 느껴지더라도 본인에게 가벼운 생활 체중의 기준 말이다. 일상생활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정도랄까. 그런 면에서 지금의 체중이 나에겐 딱 적당한 것 같다.
다이어트를 해 본 건 처음인데,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마치게 되니 뿌듯한 기분을 덤으로 얻었다. 비실비실하느라 책 쓰는 것도 속도가 안 붙었는데, 이젠 정말 열심히 원고 마감만 하면 될 듯. 음... 편집자님들께 전화를 해야겠다.
역시, 건강이 최고.
홍유진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