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애쓰지 말고, 딱 거기까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이 잘 풀리는 날이 있고, 잘 안 풀리는 날이 있다. 요가도 그렇다. 이상하리만치 잘 되는 날이 있고, 내 몸이 아닌 듯 잘 안되는 날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원장 선생님이 있고, 요일별 시간별 여러 선생님이 여러 장르의 요가를 가르친다. 이를테면, 월요가, 하타요가, 하타 어드밴스드, 빈야사요가, 힐링 요가, 아로마&사운드 모닝 요가, C 요가, 하타 베이식, 플라잉 요가, 아쉬탕가 요가, 요가 베이식 아로마, 하타 집중 정도가 있다.
내 경우, 한 선생님이 하나의 장르를 집중도 있게 가르치는 곳이 더 맞는다. 일전에 지금 다니는 요가원에서 1월 1일엔 클래스가 없어 알아보던 중 집 근처 작은 요가원에서 하타 요가 클래스를 한다고 하여 갔더랬다. 집에서 걸어 10분이면 가는 곳이라 처음에 내가 고려했던 요가원 중 하나라 관심을 두고 있던 참이었다.
소그룹 레슨의 장점은 집중도가 높고, 선생님의 세심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다니던 요가원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서도 그런 점이 확실히 좋았다. 수업용 매트도 고급 요가 매트로 불리는 '만두카'를 사용하고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물론, 내가 다니는 요가원 수강생의 입장으로 다양한 수업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나는 그 장점을 잘 이용하지는 못한다. 하루 일과 중 갈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에는 갈 수 없으니까.
나는 하타 요가를 좋아하고, 그쪽으로 꾸준히 수련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가능한 시간에 가려니 요가원 시간표에 맞춰 가는 수밖에. 그리하여 나는 이곳에서 힐링 요가, 월 요가, 플라잉,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등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요가 종류가 참으로 다양해서 어리둥절했다. 뿌리는 같고, 창시자에 따라 갈라져 나온 각기 다른 스타일의 요가라는 점만 막연히 알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요가원에서 다채롭게 진행하는 프로그램 덕분에 조금은 그 차이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 사이 요가원에 새로운 수업이 추가되면서 나 역시 좀 더 좋아하는 수업을 깊이 있게 들을 수 있게 되어 수련에 가속도가 붙었다. 하타 어드밴스드 클래스가 주 3회 추가되었다.
요가원에는 비기너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출. 퇴근 시간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물론, 비기너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라도 '올 레벨'로 듣는데 문제가 없다. 숙련자들은 같은 아사나라도 더 깊은 동작으로 수련한다. - 이외 애매한 오후 시간대 요런 심화 수업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럴 때는 내가 프리랜서라는 점이 무척 감사하게 느껴진다.
하여, 월. 수. 토. 일엔 비교적 덜 힘든(?) 편이고 하타 어드밴스 클래스인 화. 금엔 늘 좌절하고 망연자실하며 숙련자 선생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넋을 잃고 돌아오는 시간을 반복하고 있다. 수련은 힘들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고 있어 요즘은 확실히 즐겁고 재미있다.
더불어 최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요가 장르는 '인사이드 플로우 요가'다. 빈야사 요가를 베이스로 음악을 곁들인 형태로 음악의 흐름에 따라 요가 아사나를 연결 동작으로 이어한다. 하나의 행위 예술처럼 보이기도 하고, 음악이 함께 있으니 뭔가 액티브한 느낌이 들기도 하여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어졌달까.
내가 집중하고 있는 하타 요가는 산스크리트어로 해를 뜻하는 '하(Ha)'와 달을 의미하는 '타(tha)'를 합한 말이다. 전자는 양의 에너지를 상징하여 위로 솟는 뜨거운 육체적 남성적인 성질을 나타내고, 후자는 음의 에너지를 상징하여 가라앉는 차가운 정신적 여성적 성질을 나타낸다고 한다. 즉, 하타 요가란 이와 같이 성질이 다른 음과 양의 에너지를 조화롭게 하는 요가다.
하타 요가의 특징은 한 자세로 오래 머무르는 '부동'이다. 보통 한 동작에서 3분에서 7분까지 머물기도 한다. 숙련자들은 15~30분을 머물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까지 머무르는 경지는 아니다.
앉거나 누워서 하는 아사나가 많은 것도 하타 요가 특징의 하나다. 고난도의 자세로 앉거나 누워서 하는 자세가 많아 자칫 골반과 어깨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나는 초반에 골반보다 어깨에 무리를 자주 느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서서 하는 아사나가 주를 이루는 빈야사 요가 스타일이 맞는 사람도 있다지만, 내 경우는 고요한 부동이 좋아서 하타가 잘 맞는 것 같다.
수련 시간이 긴 것도 하타 요가 특징 중 하나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서서 하는 자세가 많은 빈야사나 아쉬탕가 요가에 비해 정적인 자세로 부동하는 게 주를 이루는 하타요가는 그 유지 시간이 길어서 하타 어드밴스 클래스만 해도 90~120분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90분 클래스를 선호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후굴 자세가 많다는 점이다. 나는 전굴이 어려운데 반해 후굴 아사나를 접근하는 게 좀 더 쉬워서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랬다. 후굴! 전굴의 굴욕을 후굴로 만회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감사하고 있었건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후굴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끌어주는 힐링 요가 시간이었다는 거.
새벽 수영 없이, 몸을 풀지 않고 일하다가 급히 뛰쳐나온 게 문제였을까. 새벽 서너시까지 일하다 자느라 몇 시간 잠을 못 잔 게 문제였을까. 생리 중인 것이 문제였을까.
파드마 아사나
단다 아사나
자누 시르사아나나, 아! 왜 전굴은 이다지도 어려운가.
아르다 띠딸리 아사나
뿌르나 띠딸리 아사나
받다 코나 아사나
아르다 받다 파드마 파스치모타나아사나, 전굴!! 망함.
파당구쉬타사나
브릭샤아사나, 오늘따라 이것도 엄청 비틀거림.
우띠따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 왜케 비틀거리지.
파리푸르나 나바아사나, 척추 곧게! 다리 펴고! 힘들어.
우스트라아사나, 충격! 뒤로 나동그라지다니.
살람바사르반가 아사나, 흔들거렸다.
할라아사나
대충 기억나는 것만 이 정도인데, 평소 잘 되던 것도 오늘은 내내 비틀거리며 중심을 못 잡거나 힘을 못 쓰고 뒤로 나동그라지기도 했다. 이런 이런. 아도무카스바나사나, 발바닥 바닥에 딱 붙이고 다리를 쭉 시원하게 펴야 하는데. 햄스트링이 말을 듣지 않는다.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서도,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이 떠다녔다. 호흡을 정렬하고 집중하려고 애써보는데도 평소에 잘 되던 아사나조차 계속 엉키면서 되지 않으니 속이 상하는 것이다. 내 몸의 상태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면서도 어느새 나는 스스로 다그치고 있었던 것.
다행히도 그런 시끄러운 속마음은 곧 정리되었다. 호흡을 계속 정렬하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집중했다. 스스로 내 상태가 그렇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긴장한 근육을 이완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일었던 마음의 교란이 금세 싸악 씻겨 내려갔다.
오늘은 그런 날인가 봐. 가능한 만큼만 가져가자. 너무 힘들면 거기까지. 호흡에 집중하면서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고 근육이 조금만 더 자랄 수 있도록, 지나치게 애쓰지 말고, 딱 거기까지.
나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부족하지만 거기에서 아주 조금만 더 해 보는 노력. 나는 그래서 요가가 좋다. 데이 바이 데이, 지나침이 없는 노력으로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 낼 수 있는 마음의 근육도 함께 키울 수 있으니까.
내일은 오늘보다 한 뼘 더 잘할 수 있을 테니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멀리 보면 이 또한 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