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유진 Jan 30. 2024

시간이 없다는 핑계

운수 좋은 날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강남 한가운데 자리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출. 퇴근 시간 즈음해서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 것 같고 그 외 시간엔 비교적 사람들이 적다. 주말의 경우, 토요일은 많고 일요일은 적은 편인 듯. 


수요일. 요즘 매일 출석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강의 시간 맞추기에 빠듯할 것 같았으나 일단 요가원은 무조건 출석하기로 했다. 


먼저, 오늘은 마치고 곧장 밖으로 나가기 수월하도록 문 옆에 매트를 깔기로 결정했다.(공용 매트가 비치되어 있으나, 나는 요가원에 개인 매트를 두고 사용한다.) 소지품도 탈의실이 아닌 문밖 복도에 둘 것. 수업 시작 15분 전 도착하기로 했다. 사바아사나(마무리 동작) 구령할 때,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야 한다. 고 선생님께 수업 시작 전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려 놓아야 할 테니까.


계획은 요가원 입장과 동시에 무너졌다. 바닥에 요가 매트가 달랑 두 장 깔려 있던 것이다. 보통은 방문자의 수에 맞춰 요가 매트를 깔아 두기 때문에 입장하면서 오늘 함께 수련할 사람들의 인원이 대략 몇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은 학생이 단 두 명이라는 이야기. 



일단, 먼저 나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 강사의 입장이기도 한 나는 강사들에게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가 얼마나 강의에 활력을 주는 요소인지 알고 있다. 출석률과 결석률도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강의 도중에 수강생이 빠져나가는 것만큼(물론,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 있어 그런 것을 알고 있더라도 그런 수강생이 있으면 강의 도중 수강생들의 집중도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맥 빠지는 일도 없으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평소처럼 다 끝낸 후 나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수업 전까지 명상을 하기로 했다. 정각에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그때까지도 다른 하나의 매트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인트로가 거의 끝나고 본격 수업이 진행된 것 같다. 아, 오늘 수업은 나 홀로 하겠구나. 그 생각은 적중했다. 


오늘 강사님의 수업 계획이 무엇이건, 나와 강사님 단둘뿐인 공간에선 오직 서로에게 초집중할 수밖에 없으리. 강사님은 평소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른 날보다 핸즈 온도 깊이감 있게 도움을 받았다. 


아사나마다 동작, 몸짓, 근육 사용하는 법, 호흡 하나하나까지 구체적인 지도를 받으니 평소 그룹으로 할 때 보다 훨씬 도움이 많이 되었다. 


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제대로인가 아닌가. 궁금했다. 관련 책을 찾아 사진으로 보거나 구체적인 설명을 읽어 보았으나, 뭔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던 것들이 일시에 해소되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강사님의 구체적인 지도 한 번으로 수개월간 책으로, 그룹으로 수련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해 들었던 아쉬움이 한 번에 씻겨 내려갔다. 


바쁜 강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날이어서 출석에만 목표를 두었던 초반의 마음과는 달리, 그날의 수업은 어떤 날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알찼더랬다. 그야말로, 우연히 얻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시간이야말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같은 시간을 살더라도 누군가는 24시간을 48시간으로 살고, 누군가는 10시간도 채 못 살아낸 채 다음날을 맞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치고 피곤하거나, 귀찮아서, 좀 더 몸을 편하게 하고 싶을 때. 우리는 자주 중얼거리곤 한다. '시간이 없어서.'라고. 


'시간은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분명 그 일을 위해 사용해야 할 시간이 필요할 테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에 필요한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그에 따른 시간 계획을 세워 둔다면 원하는 결과는 대체로 충분히 어쩌면 그보다 더 훌륭하게 얻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 결정한 일들을 지켜나가는 힘으로 조금씩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운은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거라고. 어쩌면 오늘 같은 날은 그런 나를 위해 찾아온 선물 같은 하루가 아니었을까. 운수 좋은 날. 

이전 02화 잘 되는 날, 안 되는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