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 Forever-Student of Yoga
나는 꽤 성격이 급했다. 완벽주의를 원했고, 원하는 일을 할 때마다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지칠 줄을 몰랐다.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았다. 저돌적이었고, 열정이 보통 사람들의 수치를 넘어섰다. 잠도 자지 않고, 식사 거르기를 밥 먹듯 하면서 매진한 덕분에 감사하게도 나의 20대와 30대는 나이에 비해 꽤 많은 경험을 얻었다. 기간 대비 빠르게 원하는 만큼의 성과도 있었다. 반면, 쉽게 싫증을 느꼈다. 막상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예 흥미를 잃는 것이다. 당시엔 왜 그런지 몰랐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으므로, 꽤 오래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랬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인생에 몇 번의 위기가 찾아오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서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나치게 쏟아버린 에너지가 문제였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완전히 방전되어 버렸다. 두 번 다시 그 분야를 쳐다보기가 싫어졌다. 징글징글했으니까. 그것이 내 인생 총량에 비추어 얼마나 합리적인 노력과 결과였는지.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고통진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그것을 얻음으로써, 나는 무엇을 잃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인생이란 늘 이렇게 엇박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므로.
그 이후, 내 좌우명은 "가늘고 길게"가 되었다. 너무 애쓰지 말 것. 인생을 살아내는 힘 중에는 지구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린 하루살이가 아니니까. 지나치게 애쓰며 살면, 빨리 지치고, 지침은 포기를 부른다. 예전에는 무엇이건 한번 하려면 제대로,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고 생각했다. 업무적으로는 그래야 할 필요가 있겠다. 인생에서는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을 전체로 놓고 보면, '필요' 자체가 필요치 않다. 삶은 흐르고, 그 흐름에 나를 내어 맡길 때 가장 순풍에 돛 단 듯 힘들이지 않고 잘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은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요가는 과정이 중요한 철학이자 운동이다. 내가 평생 가져가야 할 운동으로 요가를 선택한 이유다. 요가는 평생의 연습이다. 꾸준히 배우고, 연구하고, 연습하고 완성해 가는 것이다. 도전해야 할 아사나가 끝이 없다. 같은 아사나라 해도 정서적, 물리적 상태에 따라 매일 다를 수 있다. 요가는 몸과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과 생각들을 제3의 눈으로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마음 챙김 명상까지를 포함한다. 나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정화하는 의식이랄까.
지난 주말, 원장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았다. 그는 20살부터 요가를 해왔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국내부터 미국이나 홍콩 등 해외까지 직접 배우러 다니며 요가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해 온 여러 사례들이 인상적이었다. 6시간 동안 이어진 그날의 강의는 적지 않은 인사이트를 주었다.
누군가 내게 어떤 요기니가 되고 싶냐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대답하겠다. A Forever-Student of Yoga! -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답 역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답할 수 있겠다. -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내게 있어 '요가란, 진정한 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사나는 물리적으로 나를 다스리는 도구가 될 것이다.
부족한 아사나 하나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과 심적 고난을 겪는다. 수련하는 동안 도무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스스로를 목도한다. 내 몸 하나 마음먹은 대로 어쩌지 못하는데, 하물며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이르면,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조금쯤은 넉넉해진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넉넉한 마음을 얻기 위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수련하고 배우고 연습할 것. 배움의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찾아가 보려 한다. 느려도 괜찮다. 천천히, 고요하게 그리고 조금쯤 나태하고 고독한 삶을 즐기겠다.
그리고 그렇게 터득한 내용을 좋은 기운과 온기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홍유진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