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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Feb 22. 2024

에너지의 연결성

그리고 시르사아사나 II

요가원 C요가하는 날. 연경선생님이 오늘은 시르사아사나 II에서 바카사나 전환 연결을 피크로 리딩했다. 


연경선생님은 오늘 주제와 진행에 대하여 우리에게 간결히 브리핑한 후 곧장 시작했다. 받다코나아사나로 시작해 신속하면서도 천천히, 오늘 집중적으로 사용해 볼 몸의 구석구석을 풀어주는 아사나로 큐잉했다. 


시르사아사나I이 이제 좀 안정화 되려나 했더니, 오늘 선생님은 시르사단다아사나까지 연결해보도록 제안했다. 하늘로 곧게 뻗은 다리를 천천히 90도로 내리려는데, 부들부들 떨리더니 이내 두 다리가 맥을 못추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래도 첫시도는 해 보았으니 되었다. 집에서 틈틈이 연습해 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나를 제외한 4인의 강사들은 시르사아사나 II를 진행했다. 다리를 하늘 향해 똑바로 쭉 펴내고, 오른쪽 다리부터 파드마를 짰다. 그리고 서서히 겨드랑이 바로 아랫쪽 팔뚝(삼두근) 위로 파드마를 짠 다리(양반다리)를 내렸다가 조금 후 다시 다리를 위로 들어올린 후 다리를 풀어 하늘 향해 똑바로 펴내기. 


잠시 부동. 다시, 시르사아사나II에서 파드마 짠 다리로 내려와, 바카사나까지 완성해 보는 수련을 진행했다. 나는 나의 속도에 맞춰 시르사아사나I에서 시르사단다아사나로 연결시키는 연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강사들마다 하나하나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함께 수련하는 사람들을 틈틈이 관찰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그들이 어려움을 겪는 동작에 대하여 선생님이 솔루션을 제안하고, 그렇게 해 보는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해결되진 않더라도 그들이 선생님의 큐잉에 따라 동작을 시도하다가 생긴 또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것은 지금은 알지 못해도 후에 해당 아사나를 수련할 때 꽤 좋은 정보가 된다. 일종의 선행학습이랄까.


무엇보다 수련하는 사람마다 어려움을 겪는 내용이 비슷할 수도, 매우 다른 영역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선생님이 제안하는 솔루션도 그때그때 달라지는데 바로 그 부분에서 '혼자 하는 수련'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보석 같은 꿀팁'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요가 스튜디오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집에서는 원하는 아사나를 중심으로 천천히 셀프 수련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역시 완성도가 한층 높아진 아사나를 만나게 되니까. 




오늘은 연경선생님의 핸즈온을 통해 시르사아사나 II를 시도해 보았다. 오래 버티진 못했지만, 선생님의 응원과 지지, 그리고 세심한 큐잉과 핸즈온을 받으면서. 어디에 힘을 써야 할지 몰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금세 두 다리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첫 도전치고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시르사아사나 I을 난생처음 도전했을 때도 그녀가 잘 이끌어준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기대했던 것보다 빠른 기간 안에 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내게 있어 그녀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할 수도 있다'하는 믿음과 신뢰를 갖게 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그녀의 큐잉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에너지는 밝으면서도 단호하고, 다정하면서도 세심하다. 그녀는 필요이상으로 친절하지 않다. 필요한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하고, 수련자들의 질문과 고민에 대하여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진지하고 성실하게 정성껏 답변한다. 그것에는 대부분 그녀가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묻어 있었고, 그래서 더욱 진성성이 느껴졌다. 바로 그 점이 나는 참 좋았다.


그런 그녀의 에너지가 수련하는 내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에너지의 연결성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는 긍정의 기운을 전하고, 공명하게 한다. 그녀의 요가에 대한 열정과 온도,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온전히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따뜻한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그녀가 리딩하면 그것이 비록 나에게 낯설고 위험부담을 가질 수 있는 아사나에 대한 도전일지라도 별생각 없이 - 된다 안 된다. 이런 유의 분별하는 마음 없이. - 시도해 보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패하더라도 괜찮고, 실패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될는지 그녀라면 방법을 찾아 주리라. 믿으며 일단, 그녀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어디선가 요가 수련에 있어 선생님에 대한 완전한 믿음은 실로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상호 에너지의 연결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를 보면서, 온화하고 좋은 에너지는 보이진 않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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