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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Jan 22. 2024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요가로운 삶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보면 2023년은 그 어떤 때보다 다사다난했다. 연초부터 사랑하는 이의 중병으로 노심초사 했던 시간이 겨우 지나가려나 했다. 그리고 나서 얼마 가지 않아 가장 사랑하는 이가 내 곁을 떠났고, 그로 인해 지난한 방황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관계였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가슴 통증. 미칠 것 같은, 그래서 차라리 마비되어 버리면 좋을 것 같던 이성.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2023년 상반기를 채워갔다. 


먹지도, 자지도 못한 지난 시간들이 잔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살아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방구석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을 나의 30대와는 달리 먹지도 자지도 못하지만, 내 몸을 일으켜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강의를 했다. 놀라운 변화다.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 경험이 주는 '버티는 힘'이 아주 조금은 내게도 생겼나보다. 세계 최고 유리멘탈인 내게도 아주 조금은 마음의 근육이 생긴 것이다. 


옛 현인들은 언제나 옳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도 모르는 사이, 떠난 자리에 먹먹했던 심장을 사랑스러운 이들이 채워주고 있었다. 돌아보면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그 어떤 편견도 없이, 가만히 나를 들여다 봐주고 지켜주었던 내 사람들. 마음의 근육, 버티는 힘은 그들의 사랑으로부터 자란 게 아니었을까.




다시 시작했다. 요가. 꽤 오래 전에 몇 개월 하다가 그만 두었더랬다. 몸치에 뻣뻣쓰. 유연성 제로의 저주받은 몸뚱아리다, 나는. 그럼에도 왠일인지 요가가 생각보다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당시에 알게 되었더랬다. 이사를 가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이어졌을른지도. 아니 어쩌면, 당시는 인연이 아니었으리. 


다시 요가를 시작하게 된 건, 엉뚱하게도 골프 연습을 하다가 전체적으로 체력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탓이다. 담당 코치가 (놀랍게도)공을 딱딱 잘 맞춰 치는데, 힘이 너무 없어서 비거리가 덜 나온다며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권했다.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으로 수영, 근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으로 요가를 골랐다. 


유산소 운동에 수영이 좋다는 사실은 워낙 유명해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 20대 초반, 비오는 날 바다 수영을 하다가 협재 해수욕장에 빠져서 사망할 뻔 했던 트라우마가 있어 여지껏 물 근처도 가지 않으려고 했더랬지만 막상 강습에 참여하니 초보반에서는 유아풀을 사용해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다. 


요가는 정적인 운동으로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 몸 구석구석 근육을 깨우는 전신운동이다. 나는 워낙에 땀이 없지만, 제대로 요가 수련하는 숙련자들의 경우 땀을 비오듯 흘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근력을 키우기에 좋다는 이야기. 


요가 등록은 아무 생각없이 이루어졌다. 마침, 정부로 부터 받은 지역화폐카드에 공돈(?)이 들어와 있었고, 요가원 비용과 딱 맞아 떨어졌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요가원을 찾아 등록을 마쳤다. 


집에서 가까운 요가원, 하필 골라도 너무 잘 골랐다. 아쉬탕가 요가 전문 요가원이었던다. 하. 첫날, 온 몸이 경직되어 있는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벅찬 것. 요가원 선생님은 한 분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일관성 있는 교수법으로 배우기에 좋았다. 아쉬탕가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구령에 맞춰 따라가기에도 급급했던 시간들. 지난 주 오랜만에 찾아가서 수련했는데, 선생님이 엄청 늘었다고 칭찬 많이 해주셨다. 


요가를 하면서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건, 단순한 운동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마음챙김'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관하여는 나중에 또 기록할 일이 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할 때, 책으로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요가 관련 책을 찾아 읽으면서 더욱 요가를 깊이있게 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아사나(체위)가 있고, 요가 종류도 매우 많아서 평생 운동으로 지루하지 않게 늘 새로운 아사나에 도전하면서 배우는 기쁨을 즐기며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요가 마인드는 더 좋고. 불교 철학에 관심 있는 나는 요가 철학과 불교 철학에 교집합 되는 부분이 많아서 - 이 또한, 나중에 심도있게 기록해두고 싶다. - 마음에 쏙 들었다. 


지난해 성수동 작업실을 얻으면서 기존 요가원을 부득이 떠나야 했는데, 역시 집 근처 요가원을 알아보다 집 근처는 아니지만 좋은 기회로 지금의 요가원에 등록했다. 요가를 하면서 깊게 수련할 수 있으면서도 차후 요가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는 요가 강사 자격과정이 있는 요가원. 일정 기간 요가 수련은 물론 철학, 해부학 등 관련 지식을 공부하고, 평가를 거쳐 합격하면 국제요가강사 자격증이 주어지는 커리큘럼이다. 



내 경우, 확실한 목표가 있으면, 성실함이 생긴다. 목표가 성실과 인내를 견인하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 두달 넘게 독감에 고생하는 바람에 요가원에 가지도, 수련을 할 수도 없어서 내심 마음이 편치 않았더랬다. 연말이 되면서 몸이 회복되면서 별다른 장애 없이 거의 매일 요가원 출석 도장을 찍고, 못 가는 날에는 다문 30~50분 이라도 셀프 수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가 강사 자격과정 등록했단 소리에 주변에서 나를 보곤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원래, 요가를 그렇게 오래 했었냐면서. 본인은 요가를 수년동안 했는데도 그런 건 생각도 못했다는 것이다. 기간보다 중요한 게 있다. 밀도다. 


골퍼들이 '구력'을 과시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구력을 말할 때 '3년', '2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실력은 맨날 고만고만하다는 것이다. 어느 100돌이들의 불평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경우는 평소 연습장에서 연습한 내용은 연간 몇 시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날 가르치는 프로 코치의 말이다. - 결국, '기간'이 실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밀도 있는 훈련 시간'이 실력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어디 골프뿐일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근육을 키우려면, 하루에 한시간 이상 맥북 앞에 앉아서 글쓰기를 해야한다. 일기든, 블로그든, 무엇이든. 강의만 들어서는 수백시간 들어도 결코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 무엇이건, 내 노력과 에너지와 몸이 그 시간을 온전히 메워야 원하는 결과를 가질 수 있다. 


돌아와서.

나는 안다. 시작이 늦었다고 더디 가는 것이 아니다. 매일 한 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과 에너지와 내 몸으로 온전히 그 시간을 메워낸다면 반드시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요가 강사로 활동할지 말지는 그 뒤의 문제다. 기실, 누군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훨씬 더 집중하고 연구하게 되므로 본인 스스로에게 더 깊은 공부가 된다는 것을 '오랜 강의 경험으로'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올 초여름에는 서울숲에서 야외 요가 클래스를 열어보는 것을 목표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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