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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al Oct 06. 2020

Ep. 01 : 쭈리

전지적 반려견의 시점


                                                                                               




나는 이 세상에서 우리 주인을 가장 사랑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익숙해지기 전부터 주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날씨가 쌀쌀해진 2017년 어느 날, 요즘은 하루하루가 무서워 코를 자주 핥는다. 특히 밤이 되면 더욱 그렇다. 우리 주인과 다음 서열의 사람이 매일 소리를 지른다. 나는 얼굴을 갸우뚱거리며 주인에게 다가갔지만, 이제는 무서워서 가까이 가기 싫다. 불안하다. 주인과 함께했던 산책이 너무나 그립다.



어느 순간부터 낯선 냄새의 사람들이 우리집에 자주 들어왔다. 나는 내 영역에서 낯선 냄새를 풍기는 이 사람들이 싫다. 그들이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긴장이 됐다. 눈을 치켜 뜨며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낯선 인간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이상한 물체를 여기저기에 붙이고 다닌다. 나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그 것들을 물어 뜯었다. 낯선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결국 무서워서 집으로 도망치 듯 숨어들었다.


                                                                                                                             

매일 밤 우리 주인은 혼자 있을 때 이상한 액체를 자주 마신다. 그리고 나를 강제로 안으며 뭐라고 자주 말한다. 액체를 마신 주인에게 이상한 냄새가 나서 뽀뽀를 하기 싫었다. 주인이 나를 내려놓자마자 내 영역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한 없이 슬퍼하는 주인을 바라보며, 답답함에 나도 몸과 머리를 긁었다. 무엇보다 우리 주인이 슬퍼하는 모습에 내 마음도 아프다.



불안함에 온 몸이 가렵고 배가 고프다. 낯선 냄새의 사람들이 싫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싫다. 그리고 아무도 나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외롭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이 집을 나갔다가 일찍 돌아왔다. 나를 바라보며 나가자는 주인의 말에 흥분이 되었다. 꼬리를 인정사정 없이 흔들고 주인의 품에 안겨 얼굴을 핥고 뽀뽀를 했다. 드디어 주인과 같이 바깥 세상을 볼 수 있다. 밖에 나와보니 공기가 상쾌했다. 나를 품에 안고 나온 주인에게 내려달라고 표현했지만, 곧장 낯선 물체의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곳에 들어가니 공기가 탁하다. 그리고 어디론가 움직인다. 답답함에 창문을 열어달라고 주인의 팔을 긁어댔다. 주인은 창문을 열지 않고, 나에게 뭐라고 계속 얘기만 했다. 주인 얼굴에서 물이 계속 흘러내려 얼굴을 핥아주었다. 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도착한 이 곳. 전에 와 본적이 있는 냄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주인이 내 그릇을 꺼내 물과 밥을 담아주었다. 밥을 먹고 난 뒤, 주인은 나를 안고 습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를 앉혀놓고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나는 물이 싫다. 물이 내 피부에 닿는 느낌과 털을 말리는 물체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더욱 싫다. 코를 핥고 하품을 했다. 그래도 항상 끝나고 나면 주인이 맛있는 것을 챙겨주니까 좋다.



시간이 흘러 주변이 어두워졌다. 공간에 빛이 들어오고 누군가 이 곳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사람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를 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나를 안아주지 않고 주인에게 바로 간다. 그리고 나서 주인과 같이 소리를 지른다.



무서워서 귀를 숨기고 꼬리를 내렸다. 그러자 한 사람이 나를 안고 다른 공간으로 데려갔다. 어두운 공간에 들어가니 주인의 소리가 작아졌다. 밀폐된 공간 안에 같이 있는 사람에게서 쾌쾌한 냄새가 난다. 밖에서는 아직도 주인의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긁어대며 나도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시끄러운 소리가 없어지고 나서야 문을 열어준다. 나오자마자 주인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슬프다.



낯선 공간의 한 모퉁이에 옆으로 누었다. 어둡고 조용해진 이 공간이 너무나 쓸쓸하다. 이상하게 밥은 맛이 없고, 내가 용변을 보는 새로운 공간은 매우 불쾌하다. 주인과 밖으로 나가서 용변을 보고싶다. 그렇게 주인을 기다리다 잠이 들어간다. 지금 우리 주인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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