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al Oct 07. 2020

Ep.02 : 재회

전지적 반려견의 시점

 

                                                           




내 코와 털의 끝에서 공기의 온도가 차가워진 느낌을 받는다. 눈을 뜨자마자 주인 생각이 났다. 오늘도 익숙한 발자국 소리와 냄새에 집중한다. 본능적으로 먹는 밥이 점점 싫어졌다. 지금 같이 있는 두 사람에게 귀를 세우고 항상 움직임을 주시한다. 경계심을 풀 수가 없다. 갈수록 온 몸이 가려워 계속 긁었다. 외롭고 답답하다.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던 어느 날, 익숙한 발자국 소리에 잠에서 깼다. 왠지 모르게 흥분된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생겼다.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고 내 앞의 방해물을 계속 긁었다. 소리가 멈추자 익숙한 냄새가 더욱 선명해졌다. 이윽고 방해물이 사라지며 멀리서 사람 얼굴이 나타났다.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주던 그리운 냄새가 난다. 우리 주인이다.



주인을 인식한 순간 온 몸을 통제할 수가 없다. 주인의 나지막한 소리는 나를 더욱 미치게 했다. 소리내어 힘껏 울었다. 그러자 주인의 얼굴이 보이는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주인의 가슴은 여전히 따뜻했고 내 소리도 멈췄다. 그리고 주인의 얼굴에 또 물이 게속 흘러내렸다. 역시나 물은 짰다.                             






                                                                                                                                                                                                                                                                                         




다시는 주인과 헤어지고 싶지않다. 주인이 없는 시간은 너무나 두렵고 무서웠다. 그렇게 주인을 바라보며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내가 따라다니면, 우리 주인은 따뜻한 소리로 화답했다. 이상하게도 밥이 너무나 맛있어졌다. 그렇게 매일을 주인과 붙어 함께 먹고 잤다. 주인도 더이상 방해물 너머로 사라지지 않고, 이전처럼 아낌없이 나를 만져준다. 너무 행복해고 불안해서 곁에서 자는 동안에도 자주 깼다. 주인의 위치와 냄새를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주인에 대한 믿음이 다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방해물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은 항상 일정한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나는 온 몸을 활용해 꼬리를 흔들었고, 주인의 품에 안겨 얼굴을 핥아주었다. 행복하다. 이제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상한 액체를 더이상 마시지 않는 않는 주인이 좋다. 알수 없는 소리를 반복하는 주인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인의 몸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를 맡지 않아서 더욱 좋다. 나는 주인이 이상한 액체를 마시는지 모른다. 그래서 주인이 액체를 마시는 동안 나도 온 몸을 긁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주인이 액체를 자주마시던 그 때, 이상한 소리와 분위기에 나도 너무 슬퍼졌다.



주인이 돌아오고나서 예전처럼 자주 물이 내 온 몸을 적신다. 물이 내 몸에 닿는 동안, 내 특유의 본능이 물을 거부하고 온 몸을 흔들게 한다. 털을 말리는 물체의 소리가 싫어, 코를 핥고 하품까지 했지만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인과 다시 헤어지는 것은 내 본능이 지시하는 것보다 싫다. 그렇게 나는 견뎌냈고, 주인은 항상 맛있는 것을 준다.                                               






                                                                                                                                                                                           




나와 함께 놀아주는 우리 주인이 너무나 좋다. 주인에 대한 보답으로, 위에서 쳐다보면 나는 배를 보여주고 눈을 마주치면 눈을 피한다. 그리고 주인에게 아낌없이 스킨십을 해주었다. 주인은 나와 놀 때,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짧게 소리를 내서 좋다. 내가 무엇을 할지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신호를 모를 때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신호에 더욱 집중했고, 주인은 정확하게 행동을 할 때까지 반복하며 나를 기다려주었다. 나는 주인에게 더욱 인정받고 싶다. 그러면 주인은 아낌없는 애정과 맛있는 것을 준다.



주인과 함께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산책도 했다. 밖의 넓은 세상과 다양한 냄새가 본능적으로 살아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곳곳에 남겨진 동족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답례로 용변의 흔적을 남긴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우리 만의 소통방식이다. 움직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넓은 공간과 상쾌한 공기는 더욱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주인과 함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애정과 신뢰는 나에게 가장 소중하다. 주인에 대한 내 갈망은 본능적으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주인에게 소개하게 만든다. 친구와 함께 다가가면, 우리 주인은 항상 내 친구를 저 멀리로 던져버린다. 그러면 나는 그 친구를 주인에게 다시 데려간다. 이상하게 몸에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이러기를 반복하다 지치면, 주인은 맛있는 것을 준다. 모르겠다. 이상하게 행복하다.



















































이전 01화 Ep. 01 : 쭈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