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의 첫 저녁, 잠을 설친다. 아침 9시,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깬다. 포르투에 비가 내리고 있다.
여행자에게 날씨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과도 같다. 안다, 아는데 그럼에도 비가 오면 서운하다. 리스본에서처럼 금세 그칠 거라 생각했지만 일기예보는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올 거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오늘 어린이날이다. 조카들에게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다. 어린이날 받은 선물로 신이 나서 고모의 전화는 받는 둥 마는 둥이다. 조카들은 어느새 커서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되어있다. 어린이날인 대한민국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다.
오전 10시가 좀 넘은 시간 포르투 시내 투어를 나가본다. 생각만큼 추운 날씨였다. 비가 오는 관계로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지 위주로 다녀야 될 것 같아서 성당과 미술관으로 향했다.
비바람으로 인해 우산도 별 소용이 없다. 급한 마음에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카르무 성당으로 간다. 건물 외벽의 아줄레주가 인상적인 성당이다. 입장료 5유로를 지불하고 성당으로 들어간다. 성당의 내부는 화려했고, 관람로를 따라 볼거리가 적지 않았다. 성직자가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방과 수녀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보이는 작은 집도 있었다.
관람 동선이 상당히 길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무언가는 없었다.
비는 그칠 줄을 몰랐고, 바람은 더 강하게 불고 있었다. 우산도 소용이 없을 지경이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점심시간이 되어 다시 나간다. 5월에 겨울 아우터가 말이 되나 싶지만 지금 여기선 말이 된다. 너무 춥다.
유튜브 때문에 한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숙소 근처 한식당 'SEOULSTICE'로 간다. 잠깐 찾아본 결과 포르투에 한식당이 제법 많이 있었다. 한식당 골라서 가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식당 메뉴 중에 돼지 국밥이 있길래 주문을 한다. 미니 김밥도 추가해서. 외국에 나가서 굳이 한국식당을 찾는 입맛이 아니었는데 요즈음은 한식을 찾게 된다. 이런 것도 나이 탓인가??
돼지국밥이 나오고 냄새만으로는 돼지 누린내가 좀 나는 것 같았는데 국물 맛은 괜찮았다. 밥까지 말아가며 먹었다. 덕분에 몸이 좀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여전히 비바람이 불긴 했지만 나온 김에 가까이에 있는 Museu Nacional Soares dos Reis(소아레스 두스 레이스 국립 미술관)으로 간다. 여행자는 비가 와도 여행을 해야만 한다.
포르투갈 최초의 국립 미술관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일요일임에도 운영을 하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비를 피해 미술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성당 혹은 미술관, 박물관등은 많이 거르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비가 오는 오늘 같은 날은 미술관, 박물관만큼 괜찮은 곳도 없다.
8유로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간다. 국립 미술관답게 전시된 작품들이 많다. 굳이 내용을 알고 본다기보다는 그냥 둘러본다. 그러다 눈에 밟히는 작품들이 있으면 사진 한 장 남기면 된다. 전시작품이 많고 공간이 커서 둘러보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중앙에 작은 정원도 있다. 아줄레주는 어떤 건물이든 하나씩은 존재하는 듯하다. 미술관을 관람하는 와중에 비가 그치고 해가 난다. 여행자의 기분에도 해가 난다.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을 거라고 일기예보는 알려주었다. 다시 숙소에 들러 우산을 놓아두고 겨울 옷을 좀 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또다시 나간다. 입장료가 없는 수정궁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볼 생각이었다.
수정궁 정원에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작새, 비둘기, 닭, 오리 등등의 새들이 섞여서 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보는 아라비다 다리의 모습이 신의 한 수 같다. 수정궁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본 후 렐루서점으로 향한다.
어제나 오늘이나 렐루서점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30분 타임으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늘어선 줄이 통행을 방해하는 정도이니 말이다. 아무래도 렐루 서점은 오픈런은 해야 할 듯하다. 나는 곧장 포르투 쇼핑거리인 플로레스 거리로 간다.
상 벤투 기차역을 나오면 맞은편으로 바로 보이는 거리가 플로레스 거리이다. 식당과 상점들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그곳을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치고 있었다. 조만간에 상점들을 훑으로 다시 한번 가야 할 것 같은 곳이다.
나는 다섯 시간째 걷고 있었고, 워커 때문인지 발 뒤꿈치가 양쪽 다 까져버렸다. 그 핑계로 숙소로 돌아왔다. 일몰시간에 맞추어 노을과 야경을 보러 다시 나갈 준비를 하며 오늘의 여행일기를 쓰고 있다.
저녁 8시가 넘어서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넌다. 아직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노을이 지는 모습을 제대로 본다. 리스본에서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저녁 8시 40분 즈음해가지고 저녁 10시 가까이 되어야지만 어두워지는 곳이면 새벽 00시는 그저 초저녁일 뿐이겠구나. 마냥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이 여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저녁을 먹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전 이탈리아에서도 그랬지만-
노을과 야경을 보겠다고 모루정원으로 왔다. 이곳은 한국 관광객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포르투갈이 한국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행지라는 걸 실감한다. 절반은 한국사람인 듯하다. 하지만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핸드폰의 캐시워크 어플이 이상하다. 나는 분명 하루 평균 2만보씩 걷고 있고 매일 100원을 채우고 있는데 이 100원들이 자꾸만 사라진다. 처음엔 한국과의 시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여행 이후 벌써 500원 가까이 손해를 본 것 같다.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