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먹는 포르투 여행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했다

by 천사의 시

새벽 늦게 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렐루서점 입장 티켓(1인 8유로부터)과 Calem의 투어(와이너리 투어+와인 시음+파두공연/1인 36,000원) 티켓을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새벽 3시가 좀 넘어서 겨우 잠이 들었다. 포르투는 새벽 3시가 되어도 조용하지 않았다.




오전 9시가 다 되어 일어나 투어 준비를 하고 10시에 숙소를 나선다. 어제와 달리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다. 이제 본래의 포르투갈 날씨로 돌아온 듯싶었다.



숙소 근처 비토리아 전망대로 가 본다. 전망대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그저 고지대의 공터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에 있다 보니 내려다볼 수 있어서 그냥 전망대로 칭하는 것 같았다. 골목이 외져서 밤에 다니기에는 위험할 것 같아서 오전에 전경만 잠깐 보고, 사진만 찍고 인근 볼사궁전으로 간다.



볼사궁전은 현재 오피스 건물로 사용이 되고 있어서 30분 정도의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다고 한다. 입장료가 10유로가 넘는데 입장객이 많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일단은 입장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볼량시장으로 올라간다. 여행 동선이 뒤죽박죽이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게 혼자 여행의 최대 장점이 아니겠는가.


볼량시장은 포르투의 상설 재래시장으로 기념품, 해산물, 식재료, 식료품, 과일, 채소, 꽃, 와인, 치즈, 빵, 핑거 푸드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저 관광지 구경을 하기 위해 간 볼량시장이었는데 와인을 마시고, 맛있는 안주거리들을 먹으면서 그 분위기에 한껏 취해버렸다. 그래서 오늘의 여행 콘셉트가 먹는 여행이 되어 버렸다.


볼량시장에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와인을 1잔씩 들고 시장을 돌면서 안주거리들을 사서 와인과 함께 먹고 있었다. 나 역시 그 무리에 합류를 해 본다. 볼량시장 안 와인 가게에서 화이트 와인을 1잔 사고, 시장을 돌며 안주거리들을 사서 와인과 함께 먹는다. 아침을 먹지 않은 날이라 브런치 개념으로 좋았다. 그런데 화이트 와인 1잔에 오전부터 취해버리고 말았다. 나의 기분이 한껏 들떠버렸다.


화이트 와인 1잔, 문어핀초, Toasts 3종, 오렌지 타르트를 먹는다. 해산물과 치즈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었으나 어떤 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 선택장애를 일으키고 말았다. 치즈의 경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선뜻 선택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그래서 내일 아침에 첫 코스를 볼량시장으로 잡아 볼까 생각하고 있다. 오늘 마셔보지 못한 레드 와인에 미련이 남았기 때문에 말이다.



볼량시장에서 열심히 먹고 근처 마제스틱 카페로 향한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카페'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어서 관광객들에게는 유명한 카페인데 그런 수식어는 누가 붙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객관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무튼 유명하다니까 점심을 먹으려고 들러본다.


이미 사람들로 꽉 들어찬 내부에는 드문드문 자리가 났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커피와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관계로 홍차와 프란세지냐를 주문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디저트까지 주문을 해본다.


손님들이 많았음에도 음식은 그리 늦지 않게 나왔고, 직원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그런데......

프란세지냐의 사이즈가 생각했던 거보다 훨~~ 씬 크다. 프랑스의 음식이 포르투갈식으로 바뀌어진 요리라고 했는데 내용물을 보면 빵+햄+소시지+고기+햄+소시지+빵 그리고 제일 위에 치즈가 녹여져 덮여있었고 프란세지냐 소스가 깔려있었다. 고칼로리의 음식이라는 것이 그냥 보인다. 2인분을 혼자서 먹는 기분이었다. 절반을 먹고 난 이후부터는 내가 꾸역꾸역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남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식당에서 프란세지냐를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맛에 대한 상대적 비교는 할 수가 없고,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히 만족할만한 음식이라는 거다. 만약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야 한다면 나는 굳이 프란세지냐를 추천하진 않을 거지만 경험 삼아 한 번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걸로 정리를 할까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프란세지냐는 내 취항의 음식은 아니라는 거다. 디저트까지 주문을 했었으나, 프란세지냐만으로도 이미 과해서 디저트는 포기한다.



마제스틱 카페를 나와 인근 아시아 마켓에 잠시 들러 한국식 라면을 몇 개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워커 때문에 양쪽 발 뒤꿈치가 다 까져버렸다.


포르투 대성당을 향해 다시 걷는다. 눈이 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4시였다.



3유로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포르투 대성당 내부로 들어간다. 포르투갈 블루의 아줄레주가 눈이 시릴 만큼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포르투 대성당은 포르투갈 블루의 아줄레주와 성당 꼭대기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전경 2가지만 보면 된다. 하지만 성당 종탑에 둘러쳐진 안전펜스가 내 키보다 높아서 탁 트인 전망을 보기는 힘들었다. 까치발을 해도 보기가 힘들었다. 키 작은 사람 차별하는 거야, 뭐야!!



포르투 대성당 바로 근처에 있는 루아 다스 알다스 전망대에서 전경을 내려다본다. 비토리아 전망대와 비슷하게 그저 고지대 공터 같은 느낌의 전망대였다.


리스본도 그렇고 포르투도 그렇고 강이나 바다를 끼고 산비탈 같은 혹은 언덕이 있던 곳에 형성된 도시들이다 보니 전망대의 개념도 그저 산 길 혹은 언덕길의 개념이라서 보통의 전망대 같이 높지가 않다. 오르막길의 중간중간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전망대들에서 보는 전경은 진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과는 다르다. 환상적이거나 경이롭다기보다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정도이다. 오르막의 고단 함이라던가 하는 뭐 그런-


도우루강을 향해 아래로 걷다 보면 히베이라 광장에 도착한다. 오래전 대한민국 예능 '비긴어게인' 포르투갈 편에서 출연자들이 버스킹을 했던 장소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예술가들의 버스킹 장소가 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히베이라 광장을 지나치고 있었다.



나는 히베이라 광장을 지나 동 루이스 1세 다리의 1층을 지나쳐 빌라 노바드 가이아 지역까지 걸었다. 여기저기서 버스킹 음악들이 들렸고, 플리마켓이 열리는 작은 숍들을 지나친다.


오늘도 많이 걸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걸어볼까 싶었지만 올라가는 길이 쉽지 않을 듯하여 4유로를 지불하고 긴다이스 케이블카를 타고 포르투 중심부로 올라와 숙소까지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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