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와 헤겔의 상반된 결혼관
여러분들은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계신가요. 요즈음엔 결혼의 필연성이 희박해지며 그저 선택으로 전환되었죠. 반면에 여전히 결혼이 필수적이고 결혼을 통해서만 오랜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의견의 충돌은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것 같아요. 근현대를 대표하는 두 명의 관념론자 칸트와 헤겔은 결혼에 있어서 굉장한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우선 두 철학자 모두 법철학자로 분류될 수 있어요. 법철학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거든요. 사회계약부터 해서 자유와 사랑, 그리고 도덕과 의무 개념들을 이들은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칸트는 대표적으로 『실천이성비판』에서, 그리고 헤겔은 『법철학』 에서 칸트와 이전 고전사회계약론자들을 비판하며 등장하죠.
칸트는 결혼을 철저히 계약관계로 바라봅니다. 그에게 있어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닌 그저 법적 계약 관계인거에요. 근데 무엇에 대한 계약이냐, 이게 현시대적으로 봤을 때도 굉장한 논란거리인데, “서로의 생식기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계약이라고 정의합니다. 정말 센세이셔널하죠.
칸트에게 있어 결혼은 사랑에서부터 시작한 것도 아니고 사랑의 위대한 결실도 아니에요. 결혼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계약관계이고 제도적으로 포섭된 관계입니다. 즉, 사랑과 결혼은 다르다는 거에요.
헤겔도 결론에서는 비슷해요. 『법철학』 에서 법적으로 제도화된 도덕과 사랑인 인륜(Sittlichkeit)을 위한 가장 기초적 단계로 가족을 지목하기에 결혼은 하나의 제도이자 계약입니다. 하지만 칸트와는 달리 헤겔은 그것이 사랑에서 출발함을 인정해요.
헤겔은 당시 낭만주의에 크게 영향을 받은 철학자에요. 동시대 철학자인 셸링, 피히테와 함께 낭만주의의 영향 하에 놓여 있었고 낭만주의의 유명 인사 노발리스 또한 동시대 인물이었죠. 하지만 헤겔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횔덜린이 사랑 때문에 미쳐서 정신질환으로 죽는걸 목격하고 낭만적 사랑에 굉장히 비판적인 태도로 변합니다. 여전히 낭만주의의 대가라고 칭해지는 슐레겔의 저서 『루친데』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해요. 거기서 헤겔은 사랑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유한한 공간 속 무한을 추구하는 월권을 행하고 있다 비판하죠.
횔덜린의 경우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고 그는 낭만적 사랑에 대해 회의감을 느껴요. 그는 사랑은 우연적이고 우발적으로 정초된 것이기에 이것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묶어놔야 된다고 생각한거죠. 그렇기에 사랑의 결실로써 헤겔은 결혼을 지목합니다.
물론 이것이 낭만적 사랑과는 현저히 다른 제도 속에서 인정된 사랑이기에 여러 책임과 의무를 떠맡아요. 또한 제도이기에 헤겔 또한 이혼과 파혼을 인정합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결혼을 그저 하나의 계약으로 파악한 칸트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죠.
최근 접한 뉴스 중에 일본에서 우정결혼이라는 것이 유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게 아마 칸트의 결혼 개념과 가장 밀접해 있지 않을까요. 결혼을 사랑 개념을 배제한 채 철저한 계약으로 보는 것이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칸트의 결혼관이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아직도 처음 저 테제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게 느껴져요. 물론 생물학적으로 치우쳐진 해석의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생물학적 척도를 져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생물학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는 생식기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어요. 또한 결혼은 계약을 통해 이뤄지죠. 이건 제도와 상관 없이 행해지던 사랑과 그 외연과 내포가 다릅니다.
여기서 또 연장적 탐독으로 이어지는게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경우에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이들도 결혼을 철저히 계약 관계로 바라보거든요. 물론 칸트가 주장했듯이 서로의 생식기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의 주장이 아닌 현대식으로 오픈 릴레이션쉽과 굉장히 비슷하게 결혼 생활을 죽을때까지 유지했습니다. 이 둘의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따로 다뤄보도록 할게요.
여하튼 요즘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어요. 이성애적 사랑만을 인정하는 제도에서 여러 법과 제도들이 새로 생성되며 사랑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잖아요. 결혼과 사랑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관점도 많아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