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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잊히지 않을 용기

by 오늘

존재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종종 우리는 좋은 의미의 존재감을 갈망합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는 것.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다른 종류의 존재감도 있습니다. 바로 '미움받는 존재감'이죠.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과연 이 존재감은 무가치한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릅니다. 흐릿한 풍경처럼,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저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미움을 받더라도,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미움받는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 감정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미움이 만들어내는 존재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잊히지 않게 만듭니다. 누군가의 분노, 원망, 혹은 비난의 감정 속에 우리는 강렬하게 각인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는 그들의 생각과 감정 속에 살아 숨 쉬는 것입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용기. 어쩌면 '잊히지 않을 용기'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사람으로만 기억되기 위해 애쓰는 대신, 나의 본모습 그대로 존재할 용기.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 속에서라도 나의 존재를 각인시킬 용기.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한 투쟁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우리가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본능적인 욕망. 결국, 미움받는 존재감도 어쩌면 우리가 세상에 던지는 마지막 외침, "나는 여기에 존재했다"는 조용한 선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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