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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니까 아름다워

by 오늘

새로 들인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작은 생명체가 물 위에 둥둥 떠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10년전 요맘때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핑 돌았나보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에게 하는 말이 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잖아.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의 일이다.

외할머니 댁에서 며칠을 보낸 아들이 돌아와서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는 정말 사이가 좋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다.


엄마는 평생 무뚝뚝하고 표현에 서툰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살았었다. 달콤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날 붙잡고 하소연 하곤 했다.


그런데 엄마가 암에 걸리고 나니 아버지는 달라졌다. 그 아버지가 엄마에게 수시로 사랑 표현을 했다.

“사랑하는 마누라, 나 집에 간다.”

엄마는 너무나 행복해 했다.

“사랑하는 남편, 보고 싶으니 빨리 와.”


병들기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엄마가 예쁘게 화장하고 얼굴에 생기가 돌던 젊은 시절에도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프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주름살도 깊어진 엄마를 보며 아버지는 말한다.

진심으로.


그때 생각했다.


아름다워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니까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살아있으니 소중한 것도 알게 되고,

살아있으니 기회도 주어지는 것이다.


작은 물고기를 떠나보내며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정말 다 괜찮은 일이지!.


그리고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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