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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킬번댁 Nov 20. 2020

여행의 본전을 찾는 방법.

엄마의 양산은 죄가 없다.


6월의 독일과 스페인을 겪고 7월의 포르투갈에 도착했다. 지도 상으로 보면 분명 스페인 옆이었고, 서쪽의 끝 이래 봤자 아프리카 위쪽이었고, 그러니 6월의 스페인이나 7월의 포르투갈이나 날씨로는 별 반 차이가 없을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지. 포르투갈의 여름은 견딜 수 없는 잔인한 더위를 품고 있었다.


포르투갈의 여름은 '덥다 또는 땀이 난다'라는 1차원적 여름의 표현으로는 절대 설명이 불가능할 만큼 독하고 전투적이었다. 태양은 레이저 광선처럼 피부에 내리 꽂혀 땀구멍 사이사이로 들어가 혈관을 뜨겁게 데웠고 정수리 어디메에 내려앉은 직사광선은 머리칼에 닿기도 전에 두피를 태우는 기분을 들게 했다. 


한 마디로 태양빛에 피부가 찢겨 나가는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더위. 그게 포르투갈의 여름이었다.


고작해야 10분 정도 서있었을 뿐인데 정말이지 온 몸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랬으니 더위에 약한 엄마가 힘겨웠을 건 당연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 더위가 내 탓도 아니고, 여행을 왔으면 날씨 정도는 이해하고 참아줘야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놈의 나라 더워서 못살겠다. 오늘은 또 어딜 가는 건데, 그냥 집에 있지."라고 투덜거리는 건 반칙 아닌가?



어차피 온 여행 본전은 뽑아야지 않겠냐며 더위에 질겁한 식구들을 달랬다. 날이 더우니 오늘은 욕심부리지 말고 광장과 전망대만 보고 오자며 의욕을 북돋았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아빠는 흔쾌히 알겠다 답했고, 언제나 할머니 편인 아이는 자기도 할머니랑 집에 있고 싶다고 했지만 절대 안 될 일. 포르투갈 특산품으로 유명한 자수 가게가 있으니 그럼 그곳만 들러 보자며,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꼬드긴 결과 드디어 엄마가 가방 안에 모셔두었던 양산을 챙겨 현관문 밖으로 몸을 내었다.


"엄마! 양산은 왜? 그거 가져가시려고?"


"여기 보통 더운 게 아니야. 당연히 가져가야지. 이 뜨거운 해를 다 받고 있으면 어른도 어른이지만 윤이 탈 나서 안돼."


"아이고 어머니. 여기서는 양산 쓰고 다니면 외계인 취급받아. 일부러 살도 그을리는데 유난스러운 아시안이라고 티 내고 다닐 일 있어? 그냥 두고 가시고 선글라스랑 모자를 쓰세요. 차라리."


"엄머! 얘! 너 말 이상하게 한다. 양산 쓰고 다니는 게 뭐가 유난스러운 건데? 그리고 걔네들은 걔네들이지. 유럽 애들이 선탠 한다고 나도 똑같이 하고 다닐 필요가 있는 거야? 더위 먹고 고생하면 누가 보상해주는데?"


"아니. 엄마. 그런 말이 아니라. 왜 더위 먹을 생각을 먼저 해? 내 말은, 그 나라에 왔으면 그에 맞게 다니는 것도 좋다는 거지. 양산 그거 하나 쓴다고 해가 얼마나 가려지길래 남들 시선 받아가며 굳이 쓰고 다녀. 그리고 이 정도 햇빛에 더위 먹으면 여기 다니는 사람들 다 더위 먹고 헤롱 거리게?"


"누가 나만 쓴다니? 나만 시원하자고, 나만 좋자고 양산 쓰고 다닌다니? 애미라는 사람이 애 생각은 왜 안 해? 애들은 피부도 약한데 아무리 자외선 차단젠지 뭔지 발라도 금세 벌겋게 데는 게 애들 피분데 그거 모르고 양산을 왜 쓰냐고 하니. 그러고도 니가 엄마야?"


난 그저 양산의 역할이 유럽에선 과하다 말했을 뿐인데 왜 갑자기 얘기가 모성애의 깊이로 넘어가는 거지?


더위 때문이었을까? 엄마의 말에 가시가 돋쳤다. 역시 더위 때문이었을까? 평소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말들인데 오늘따라 가시 돋친 엄마의 말이 까칠하게 맘속을 들쑤셨다.

그래서 였을까? 설명하기 힘든 짜증과 화가 엄마 손에 들린 양산에게로 쏟아졌다.


'엄마가 정말 양산을 쓸까? 그러면 어쩌지? 차라리 양산을 내가 든다 하고 멀리 도망가버릴까? 아.... 저놈의 양산, 차라리 고장이나 났으면 좋겠다'



결국, 우려했던 것처럼 코메르 시우 광장에 도착해 엄마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양산을 펴는 일이었다. 광장을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사진을 찍는다던가 노천카페에 앉아 찬란한 햇살을 즐겨도 좋았을 텐데 엄마는 구태여 테주강이 훤히 펼쳐진 그 아름다운 광장 한가운데서 보란 듯이 당당하게 양산을 펼쳐 들었다.


하얀 바탕에 주홍빛 꽃이 그려져 있는 엄마의 양산은 군데군데 수놓아진 은박실 때문이었는지 오가는 움직임에 맞춰 빛을 받고 반짝였다. 파란 하늘과 대조되어 노란색이 더욱 선명히 보이는 아구스타 아치를 둘러 안고 당당히 서있는 기마동상 옆에서 잘못 합성된 사진처럼 둥둥 떠다니며 광선검처럼 번쩍번쩍 빛을 반사하고 있는 엄마의 양산은 아니나 다를까 지나가는 관광객이며 현지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손가락질을 하며 웃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 우리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당연했다. 태양을 사랑하는 유럽인들 아니겠는가.

해만 났다 하면 옷을 훌러덩훌러덩 벗고 비타민 D를 합성하기에 바쁜 그들인데, 그 좋은 해를 최선을 다해 피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었으재미있기도, 신기하기도 했을 거였다.


당연한 그들의 반응이었다. 한두 번 겪어본 반응이 아니었다. 그런데 난 왜 오늘따라 그런 엄마의 그 모습이 불편해 보였던 걸까? 별것도 아닌, 그깟 양산이 신경에 거슬렸던 걸까?


엄마의 고집에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웃으며 옆에 있기는 억울해 엄마와 거리를 두고 광장을 둘러봤다. 광장 맞은편에 보이는 테주강이 넘실거리며 파도를 만들었다. 저기는 바다인지, 강인지 궁금하다는 아빠에게 저곳은 강이 분명하고 내일 가볼 벨렘 탑을 기준으로 해서 그곳부터가 바다라는 말을 하자 아빠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믿을 수가 없는데?"


아빠는 양산을 쓴 엄마와 손녀딸 그리고 입이 대빨 나온 나를 잡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테주 강변 모래사장으로 발을 옮겼다.


바다인지 강인지 모를 그곳 모래사장엔 짝을 짓고 무리를 만들어 강 위로 놓인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모습이 자뭇 평화로워 지켜보는 나 조차도 마음이 너그러워지려던 찰나, 그들 사이에 반짝이는 레이스 양산이 등장하자 호기심 가득한 시선들이 우리에게로 향했다. 반사적으로 움찔한 나와는 달리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양산을 치켜들었다. 그래 그러면 되었다 싶었다. 남들 시선이 뭐가 중요하나 싶던 그때였다.


대체 호기심이 얼마나 깊고 넓으면 이럴 수 있을까? 아빠가 강물에 손을 적시더니 맛을 보는 게 아닌가.

가뜩이나 양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게 불편한 와중에 강물을 찍어 맛을 보는 광경이라니. 정말 환장해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분명 그들은 비웃었을 것이다. 아니 웃기는 장면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양산을 쓴 신기한 모습의 가족이 뜬금없이 강물을 찍어 먹는 모습이 웃기지 않을리 없었다. 당시엔 당황한 나머지 어안이 벙벙해 있느라 주변을 볼 새가 없었지만 분명 그들 중 누군 가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돼. 소리 지르면 안돼. 그럼 더 많은 시선을 받게 돼. 그래. 우선 아빠와 강을 멀리 떨어뜨려 놓자.'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이를 악물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아빠를 불렀다.


"아빠. 뭐해? 빨리 가야지."


"이거 진짜 강물 맞아? 조금 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빠의 알쏭달쏭한 표정을 보니 러다간 한 컵도 더 마셔보겠다고 할 것 같아 아빠의 팔과 양산을 어깨에 두른 엄마의 팔을 동시에 잡고 자리를 피했다. 등 뒤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분명 그들만의 즐거움으로 만들어진 웃음이었을 테지만 그때 들려온 웃음은 왠지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 큰따님이 왜 이렇게 까칠하실까? 평소 같으면 나도 한 컵 달라고 같이 농담도 하고 웃었을 건데 오늘은 작정한 사람처럼 엄마, 아빠를 구박하는데?"


'무슨 소리야 아빠. 지금 아빠랑 엄마가 날 창피하게 하고 있는 걸 모르는 거야? 그냥 다른 부모님들처럼 따라와 주면 얼마나 좋아. 딸이 하지 말라는 건 안 해도 될걸 굳이 고집을 피우는 건 내가 아니라 아빠랑 엄마거든?'


마음속으로 떠들어대는 아무 말들이 입 밖으로 삐져나오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나도 안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내뱉는 말을 필터링 없이 하게 된다면 그것은 재앙이었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여행이었다. 흥분해선 안된다. 그냥 이대로 있다가는 나도 내가 무슨 아무 말 대잔치로 여행을 말아먹을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아우구스타 개선문을 지나 리스본의 호화 거리인 아우구스타 거리로 들어섰다. 매끈히 깔려있는 모자이크 타일 바닥을 밟고 걷던 아이가 눈앞에 젤라또 가게를 발견하고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시원하게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고 들어가야겠다 싶어 아이가 원하는 망고맛 젤라또를 주문했다. 그리고 몇 걸음 지났을까? 과자 위에 위태롭게 올려있던 동그란 아이스크림 덩어리가 두어 번 입을 댔을 뿐인데 아이의 발아래로 똑! 떨어져 바닥에 고꾸라지듯 박혀버리고 말았다.


'휴... 그래.. 이번엔 너구나. 니 차례구나.'


결국 그놈의 양산과 테주 강의 물맛과 먹지도 못하고 똑 떨어져버린 아이스크림 때문에 이성의 끈을 놓고 말았다. 


"아니. 윤아! 넌 아이스크림도 하나 못 먹어? 도대체 어떻게 먹음 그걸 다 놓쳐? 아깝게 진짜. 이러면 엄마 힘들지? 그래 안 그래? 너까지 그러면 엄마 진짜 지친단 말이야. 할머니는 양산 갖고 내 속을 뒤집고, 할아버지는 강물을 찍어 먹질 않나, 이젠 너까지 비싼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릴 건 또 뭐야. 대체 다들 왜 그래? 더운 거 꾹 참고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거 안 보여? 그건 몰라주고 불평만 하고 있고, 내가 나 좋자고 그래? 이왕 왔으니 들인 돈 아깝지 않게 하자는 건데 그걸 이해 못하고 따라오는 것도 싫다, 보는것도 싫다. 숙소에만 있을꺼면 여긴 왜왔어? 진짜 너무들 한 거 아냐? "


위기였다. 더위 때문이었으리라. 다른 이유는 없었으리라. 포르투갈의 더위가 날 미치게 만든 게 분명했으리라.


그동안 참아왔던 서운함들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며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왔고 그 말들은 흩어져 사라지지 않고 고집 있게 엄마와 아빠 주변을 맴돌았다.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아우구스타 거리에서 바람 빠진 호객 인형처럼 양손을 올렸다 내렸다 몸을 옆으로 흔들며 광분을 토하는 내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라봤다.

양산보다, 강물 맛보다 더 창피하고 민망한 상황을 나 스스로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씩씩 거리는데 엄마가 양산을 접더니 아무 말 없이 가방 속에 있던 휴지를 꺼내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걸 신호라 생각한 아빠가 손녀딸 손에 들린 빈 과자를 달라 하더니 방금전 주문한 아이스크림 가게로 돌아가 손녀딸을 위해 망고 젤라또를 다시 사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받아 든 아빠가 주머니에 넣어둔 꼬깃 꼬깃해진 비상금 10유로를 직원에게 건네자 고개를 흔들며 돈을 받지 않는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윤아. 여기 아이스크림 있다. 할아부지가 새 거 가져왔으니까 울지 말고 먹어. 즐거운 여행 왔는데 울고 그러면 어떻게 해. 행복한 기억만 하고 좋은 추억만 만들어도 시간이 아까운데 우리 손녀딸 그러니까 울지 말고 이거 먹고 할아부지랑 놀자."


아빠가 아이를 달래는 사이 엄마는 아우구스타 거리 바닥에 노란 점을 찍으며 녹고있는 망고 아이스크림을 말끔히 치워냈고 나를 흘깃 본 뒤에는 접은 양산을 가방에 넣었다.



그렇게 양산 없이 내리꽂는 태양을 받으며 숙소로 돌아온 아빠와 엄마는 결국 더위를 먹고 말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속이 좋지 않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그제야 무리하면 안된다던 엄마 주치의의 말이 떠올랐다. 


그랬다. 엄마는 심장 수술을 한 환자였다. 누구보다 무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런데 나는 왜 그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걸까? 대체 무엇을 위해서 엄마를, 또 아빠를 내 뜻에 맞게 닦달하며 종용했던 것일까?

부모님 여행시켜 드리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깟 알량한 효심 따위로 공치사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서둘러 가방 속의 비상약을 찾았다. 컵에 물을 따르는데 마음이 복잡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했고, 죄스러움에 부끄럽기도 했고, 철없는 내 모습이 한스럽기도 했다.


엄마에게 양산을 쓰라고만 했었어도, 아빠가 마신 강물을 웃어 넘기기만 했어도, 아이가 떨어뜨린 아이스크림을 너그럽게 이해했더라면 그렇게 느긋하게 마음을 잡았더라면 지금쯤 알칸타라 전망대에서 붉은 지붕이 넓게 펼쳐진 리스본 시내를 한눈에 넣고 있을 것이고 포트 와인 색으로 물드는 석양에 취해 낭만에 빠져 있을 터였는데. 그런데 이게 뭐람. 낭만은커녕 내 못남 때문에 그 모든 걸 포기하는 것도 모자라 부모님을 아프게까지 만들었으니.


'나는.... 부모님의 건강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의 본전이나 찾는 참으로 못난 자식이었구나.'





그때였다. 한숨을 푹푹 쉬는 내가 안 쓰러 보였는지 엄마가 눈을 감은채 내게 말했다.


"따님. 좋은 여행 시켜줘서 고마워. 그런데 따님이 깜빡하는 게 있어. 엄마랑 아빠도 늙었어. 예전처럼 빠릿빠릿하게 볼 거 다 보고 다닐 만큼 쌩쌩하지 않아.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도 니 아빠도 이젠 할머니 할아버지잖아."


엄마의 말을 듣자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동안 내가 자각하지 못한 사실. 아니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래서 모른척하고 싶었던 사실. 엄마와 아빠가 늙어 간다는 사실을 엄마 입을 통해 듣고 나니 가슴이 후벼 파이는 듯 아파왔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엄마 아빠가 늙어 가는 건 당연한 사실인데.... 늙는다는 것은 몸이 노쇄해져 마음먹은 만큼 자유롭지 못해 지는 것일 테고 뜻하지 않게 힘겹기도 버겁기도 한 게 당연했을 것인데.

난 어째서 내 부모님 만큼은 늙지 않고 젊고 강인한 예전 모습 그대로여주길 바랬던걸까.


어리석게도 그놈의 본전 찾는 여행이 뭐라고. 벌써 3주가 넘어가는 여행 일정 동안, 먹는 것, 자는 것, 어느 것 하나 편치 않았을 상황을 잘 견뎌준 부모님을 감사하다 생각하진 못할망정 힘듦 따위를 당연히 견뎌야 한다며 채찍질하고 있었다니.


이래서 자식은 죽었다 깨어나도 부모 속을 모른다는 말이 나온 걸까? 


여행의 본전을 찾으려다 엉겁결에 부모님이 늙어가고 있다는 슬픈 사실만 깨닫게 되었다. 그것도 남들은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낭만의 포르투갈에서 말이다.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약을 먹는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여행이 있다.

백만 원을 들였든, 천만 원을 들였든 그보다 더한 가치가 존재하는 여행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부모님과 평행의 공간을 공통의 시간을 함께 걷고 있는 이 감사한 순간이 그렇다.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그로 인해 나를 더는 바랄 게 없는 행운아로 만들어 주는 존재.

그런 존재인 부모님과 함께해 더는 바랄 게 없이 소중한 이 순간.

앞으로 남은 여행은 본전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하리라 다짐해본다.

나..잘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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