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목재산업박람회 참관기 ①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나무들이 있다. 맛있는 열매를 얻기 위한 사과나무 같은 유실수, 아름다운 경치를 위해 심는 벚나무나 단풍나무 같은 관상수 및 조경수가 있다. 목재 외에 옻칠이나 잣, 은행, 커피 같은 유용한 자연물을 얻는 특용수(특수한 용도의 임산물을 생산하는 나무)도 있고, 바람이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방풍림이나 방재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나무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여러 가지 도움을 주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가구나 건축 자재, 종이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용재수(목재 생산 목적으로 기르는 나무)는 목재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목재는 바로 이러한 용재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가공하여 생산된다.
매년 열리는 목재산업박람회는 단순히 목재 제품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나무가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나무를 목재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시민과 업계에 알리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우리가 목재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원료는 건축재, 가구재, 펄프와 종이 생산에 쓰이는 용재수 원목으로 만든다. 목재산업박람회는 이러한 사실을 직접 보여주며, 나무의 다양한 쓰임새 가운데 특히 목재로서의 역할과 가능성을 부각한다.
이번 박람회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은 불에 탄 목재 단면을 부스에 전시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표면이 시커멓게 탄화된 기둥 속에서도 중심부가 온전히 남아 있는 단면은, 목재가 화재 시 탄화층(표면이 까맣게 타면서 형성되는 숯 같은 보호막)을 형성하여 내부를 보호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탄화 깊이'를 표시한 실험 샘플을 보면, 불에 직접 노출되어도 분당 약 0.7mm 정도 일정한 속도로만 타들어가며 구조적 지지력을 유지하는 목재의 특성이 한눈에 드러난다.
일본 이와테현 스미타정에는 목재로 지어진 소방서가 있다. 불을 다루는 소방서가 목재로 지어졌다는 사실에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이는 목재가 다른 어떤 건축 재료 못지않게 우수한 내화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산불이나 얇은 나뭇가지가 불에 타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믿기 어렵겠지만, 두꺼운 장작은 쉽게 홀랑 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목재의 화재 특성은 다른 건축 재료와의 비교해 보면 도움이 된다. 강철은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불에 타지 않는 재료)이지만, 화재 시 약 600℃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면 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대장간에서 달군 쇠를 두들겨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이런 '고온 강도 저하' 특성 때문이다. 즉, 금속은 가연성 재료는 아니지만 장시간 고온 노출에는 구조적 한계를 보인다.
목재의 경우 연소되지만 구조적 강도를 오래 유지하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목재에 불이 붙으면 표면이 까맣게 타면서 숯 같은 탄화층을 형성하는데, 이 탄화층은 열전도율이 매우 낮아 내부로 열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덕분에 목재의 중심부는 오랜 시간 구조적 지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목재는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속도로 연소하는 특성이 있어,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 및 구조 인력이 안전하게 대피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재료라는 점에서 건축재료로 재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이미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고층 건축에서도 목재를 적극 활용하는 흐름을 이끌고 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공학목재들이 바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CLT(Cross Laminated Timber, 교차적층목재)는 나무판을 교차로 쌓아 접착한 대형 구조용 목재로, 고층 아파트나 상업건물에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강도가 뛰어나다. 글루램(Glulam, 집성재)은 작은 목재 조각들을 접착제로 결합해 만든 구조재로, 자유로운 형태 설계가 가능해 현대 건축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공학목재들은 전통적인 원목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건축이 요구하는 성능과 규모를 만족시키는 혁신적인 재료다.
우리가 더욱 포커스를 맞춰야 할 대목은 실제 국내 공동주택 화재 사망자의 약 78%가 불길 그 자체가 아니라 연기와 유독가스 흡입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2020년대 소방청과 재난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사망자 5명 중 4명 이상이 이러한 흡입으로 목숨을 잃으며, 남성·노인 등 일부 군에서는 그 비율이 더욱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화재 시 유독가스 발생량은 주로 실내 마감재와 자재의 성분에 따라 달라진다. 합성수지를 주재료로 한 벽지·바닥재나 접착제가 다량 사용된 PB(파티클 보드, 목재 파편을 접착제로 압착한 인공목재)·MDF(중밀도 섬유판, 목재 섬유를 접착제로 압축 성형한 인공목재) 등은 화재 시 염화수소, 시안화수소, 포름알데히드 등 인체에 위험한 독성물질을 배출할 수 있다.
반면, 적절히 건조·가공된 천연목재의 경우 합성수지나 대량의 인공 접착제를 함유하지 않아, 연소 시 주로 일산화탄소 등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가스를 발생시키며, 치명적 독성 물질의 발생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재 안전성 측면에서 천연목재가 갖는 상대적 장점이 과학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목재의 화재 성능도 수종, 가공 방법, 방부·방염 처리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모든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건축 용도와 적용 부위에 따라 적절한 재료를 선택하되, 목재의 화재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유독가스의 위험은 화재 현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새로 지은 아파트, 기업의 신사옥, 심지어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교실에 이르기까지 현대 건축은 '새집증후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축 마감재나 가구에 흔히 쓰이는 일부 합성수지, 접착제, 인공 목재에서 방출되는 VOC(휘발성유기화합물, 상온에서 쉽게 증발하는 화학물질)는 눈과 목을 따갑게 하고 두통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단기적으로는 생활의 불편으로 끝나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신경계나 간 손상 등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새집증후군으로 입주 지연이나 재입주 소동이 벌어진 사례는 적지 않다. 직원들이 집단으로 호흡기 질환을 호소해 재택근무로 전환한 기업, 아이들의 아토피와 비염이 악화되어 학부모들이 교실 사용을 반대하는 학교 이야기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화재가 아니어도, 우리가 매일 숨 쉬는 일상의 공간 자체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천연목재는 실내 공기질과 화재 안전성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모든 건축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이 될 수는 없다. 초기 건설비용이 높을 수 있고, 온습도 관리나 정기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불편함도 있다. 또한 구조적 요구사항이나 내구성이 우선시되는 특정 용도에서는 다른 재료가 더 적합할 수 있다.
다만 주거용 건축이나 실내 마감재, 특히 사람이 오랜 시간 머무르는 공간에서는 천연목재의 건강친화적 특성이 충분히 고려될 만한 가치가 있다. 각 건축 재료가 고유한 장단점을 가진 만큼, 용도와 예산, 성능 요구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선택하되, 장기적 관점에서의 거주자 건강과 유지비용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재는 주거 건강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독특한 자원이다. 새집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일부 합성자재와 달리, 적절히 가공된 목재는 인체 유해물질 방출을 최소화하며, 숲의 생명력이 응축된 자연 소재로서 사람과 공간을 건강하게 연결하는 인간 친화적 건축 자재다.
동시에 지속가능하게 관리된 산림에서 나온 목재는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고, 재생 가능성과 재활용성을 바탕으로 순환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자연 친화적 자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목재의 다층적 가치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현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해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릴 예정인 COP30(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아 전 세계가 새로운 탄소 감축 목표를 논의하는 자리다. 개최 예정지인 벨렝은 인류 최대의 탄소 저장소인 아마존 열대우림의 한복판에 자리한 도시로,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 역시 산림 보호와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이 될 전망이다. 이는 곧 목재의 역할이 국제적 의제로 격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축 산업이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재료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천연목재가 가진 고유한 장점들이 충분히 인식되고 활용될 때, 우리는 더 건강한 주거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