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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거울 Jul 01. 2021

가장이라는 올무

마음을 봅니다

          네가 이제 이 집안의 가장이야,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해! 
이 한마디가 평생 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얼마전 상담 한 50대 가장의 사연입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실까봐 늘 불안했는데 결국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니와 친척들로부터 들은 이 무거운 말이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를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올가미로 묶어버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욕구와 원함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과후에는 시장에서 엄마를 도와 장사하며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다행히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어 아버지와 남편으로서도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일찍이 홀로되신 어머니에 대한 측은한 마음과 자신에게 과도하게 부여한 장남으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이라는 양가감정이 어머니와의 관계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강한 어머니에 대한 단호하지 못한 대처로 아내와 자녀들과의 사이도 쉽지않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가 생각났습니다. 덕수는 한국전쟁의 난리 통에 아버지와 이별하고 어린 가장으로서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분신과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내담자는 덕수와 같은 모습으로 아버지의 삶을 살아온 것입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른 가족이 혜택을 누리고 사회적으로는 개발도상국에서 경제대국을 이루는 데 큰 기여했지만, 반백이 넘은 지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아보지 못함으로 흘리는 회한의 눈물이 제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샴쌍둥이는 머리는 따로지만 몸이 서로 붙은 경우, 몸은 두 개인데 머리가 붙은 경우도 있습니다.

만일 내 몸이 누군가의 몸과 붙어있다면 어떨까요? 불편을 넘어 생존이 위협받을것 같아요. 


| 그렇다면 몸이 아니라 감정이 붙어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셨나요? |


다세대 가족치료자인 보웬은 ‘미분화 가족’이라는 개념을 말했는데, 이는 온 가족이 감정적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 정서적으로 붙어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분화가 되지 않은, 미분화 가족은 ‘지나친 가까움’ 때문에 서로에 대해 집착하고 개입하며 서로를 불편하게 하고 급기야 서로를 거부하거나 관계를 단절하게 됩니다.

보웬이 말하는 ‘분화’란 개인적으로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 대인 관계적으로는 ‘자신과 타인 사이를 구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아이가 태어나 얼마동안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수유, 배변 등 성장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양육자에게 철저히 의존하지요. 아기와 양육자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은 아이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점차 부모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하고 독립적 존재가 되는 것이 올바른 성장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결정과 선택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은 아이가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방해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관계 패턴에 익숙하게 되면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부터 진로설정, 직장이나 배우자 선택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허락 없이는 어떤 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성인 아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부모님이나 권위자. 다른 사람에 의해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누군가에게 화가 나면 이유를 불문하고 덩달아 같이 화를 내고, 아버지가 누군가와 갈등상황이 되면 온 가족이 분노와 복수의 감정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미분화 감정덩어리가 된 실례입니다.


| 분화한다는것은 원 가족과의 정서적 혼돈에서 자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내가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 


 분화가 잘 이루어진 사람은 독립성과 연결성이 균형 잡힌 상태를 말합니다. 그야말로 ‘따로 또 같이’의 삶입니다.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지만 가족들과 단절되지 않고 서로가 필요할 때 연합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가족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드나요?

서로에게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가 행복한 관계입니다.

샴쌍둥이처럼 정서적으로 밀착되어 있지는 않은지, 남남처럼 단절되어 있지는 않은지, 사랑하는 가족의 정서적 건강상태를 점검하면서 지금보다 더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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