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 靑天霹靂 맑게 갠 하늘에서 치는 날벼락
얼마 전 건강을 생각해서 커피를 비롯한 일체의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작가 한강은 50대와 60대가 '황금기'인 작가의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커피와 같은 사소한 즐거움마저 뒤로하고 소설 쓰기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술, 커피, 여행과 같은 세속적 즐거움은 이제 가지런히 접어 서랍에 넣어둔 듯 들렸다. 대신 걷는 것, 아직 못 읽은 책들이 꽂힌 책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웃음과 농담, 그리고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한강 작가님처럼 걷기와 책, 소중한 이들의 목소리와 눈빛을 사랑한다. 다만 커피에 대해서는 다르다. 저혈압 보유자로서 사회로 뛰쳐나가기 위한 모닝 부스터로 커피 한잔, 그리고 저질 체력 보유자로서 오후 2시경 애프터눈 수혈을 할 뿐이다. 아니, 내가 볼테르처럼 40잔씩 마시겠다거나 루스벨트처럼 4리터씩 마시겠다는 건 아니잖아. 심각한 위장 질병을 호소할 지경도 아니고 그저 살짝 속이 쓰리다는 것 뿐이잖아요오오!
"자, 보세요. 이제 분명한 중년입니다. 맞죠? 이제 호르몬이 휘두르는 일상을 경험하시게 될 거예요. 별로 유쾌하지는 않을 겁니다. 중년 여성 호르몬 변화에 카페인은 영향이 커요. 그리고 이 호르몬 변화가 곧 골다공증과 연결됩니다. 카페인은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뼈 건강에 좋지 않아요. 치아 이탈률도 늘어나죠. 게다가 운동, 열심히 하세요? 여기 피검사 결과 보세요. 각종 콜레스테롤과 지방 수치, 음, 좋지 않아요. 게다가 이건 수면하고 관련이 깊어요. 잠을 잘 못 자면 살이 찌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건 중년 호르몬 변화와 최악의 케미를 만들 수 있어요. 커피 마시면서 질 좋은 수면이 가능하겠어요?"
항산화, 인지 기능 개선, 심장 건강, 스트레스 완화 등 내가 철썩같이 믿는 커피의 긍정적인 작용을 읊어대도 선생님은 흔들림 없는 편안함 속에 팩폭을 날렸다. 선생님이 던진 말들이 뼈아팠다. 자기 관리 철저히 못한 중년에게 쏟아지는 걱정과 조언이 이렇게도 아픈 거였구나. 이 시점에 왜 내가 아이들에게 쏟아붓던 잔소리가 떠오르냐. 그리고 미안해졌다. 내가 돌보지 않은 나에게.
그래, 내가 잘못했다. 운동도 게을리하고 먹는 것은 비슷하게 계속 먹었지. 세월이 흐르며 내가 같은 양을 먹어도 체중이 증가하는 사람이 되는 건 자연의 섭리 아닌가. 밤에 책 읽기를 좋아해서 밤잠 설치며 수면 리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욕심은 많아서 이 일 저 일 벌이기 일쑤인 데다가 집에 사춘기 아이들 둘이 있으니 스트레스는 일상의 동반자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물기를 머금은 가을 하늘이 해맑다. 가을 하늘은 커피랑 짝꿍인데. 곁을 둘러보니 가을을 한 모금 마신 나무들은 붉고 노랗게 펌킨 라테처럼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나의 커피 루틴 타임이다. 오늘부터 당장 끊으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눈을 감았다 뜨니 갈색으로 물든 나무에 흰 구름이 걸려있다. 아아, 이럴 땐 시나몬 핫 카푸치노 한 잔인데.
커피추억 한 모금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와 우유, 풍성하고 포근한 우유 거품이 1대1대1로 이루어진 커피입니다. 라떼 우유 거품과는 달리 입술에 닿을 때 파스스 눈송이 거품처럼 부드럽게 부서지는 질감이 매력적이죠. 양이 적어서 배부를 때도 딱.
시나몬 파우더는 취향에 따라 더하기도 빼기도 합니다. 시나몬 파우더를 뿌리자마자 급히 마시면 코로 들어가 격렬한 사례들림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카푸친 수도회의 갈색과 흰색 수도복을 연상시켜 이름이 붙었다는 설, 수도사의 모자 모양을 본따 지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