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 번의 삶이 아까워
가끔 나는 지금 이 시간과 공간에 내가 존재하는 것, 내가 나로서만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깝다.
이 삶에 지워진 무게들을 이겨내야 하는 주욱 이어지는 겨우 한 번의 생이 아쉽다.
만약 바다 건너 어딘가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10년 전에 태어났다면.
더 좋았을까? 힘들었을까?
다른 행성에서 태어났다면?
내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내 부모로 태어났다면.
나는 이 삶도 살아보고 싶고 저 삶도 살아보고 싶다.
다른 이의 삶과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싶다.
조금 더 알고 싶다.
다른 이로 깨어나는 기분을, 새벽 서리를 맞으며 출근하는 그의 피로를,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진 그녀의 이야기를, 가벼운 말들로 상처 입은 당신의 마음을 좀 더 알고 싶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쓴다.
아무도 아닐 수 있는 아무개를 찾아내고, 그에 대해 써 내려가며 감정에 공감하고 가끔은 주인공을 괴롭게 하느라 머리를 쓰고, 포기하진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안은채 이야길 짜내본다.
매일 만나는 평범한 누군가의 삶.
어쩌면 조금 다른 시간과 공간에 태어났다면 그들의 삶이 곧 내 삶이었을지 모르기에.
아니 어쩌면 오늘과 내일의 나는 다른 경험과 의견을 가진 완전히 다른 존재일지도 모르기에.
가능한 삶들을 노트에 써보려 한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을 상상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당신들을 가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