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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Jun 17. 2024

도시의 개구리

City Frog,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갈 곳 잃은 도시 개구리

'도시의 개구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세요.' 아마추어 소설가인 나는 무엇을 쓰면 좋을지 재미있는 소재 없는지 물었고 용운이 대답했다. 그리고는 뭔가 끄적이더니 메모지를 건네주었다. 'City Frog,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갈 곳 잃은 도시 개구리. - 장용운.' 집으로 가는 길 카키색의 카라 티셔츠를 입은 그는 개구리에 대해서 설명했다. 내 생각보다 그는 개구리에 대한 깊은 공감이나 교감이 있었는지 그네들의 삶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누나, 개구리는 어느 정도 밟을 땅도 있어야 하고 습기도 있어야 하는데. 이 도시의 강은 너무 깊고 물살이 세요. 그리고 강 밖으로 나오면 바닥은 다 시멘트. 도시에 어느 곳도 개구리에게 집다운 집은 없어요. 얼마나 외롭겠어요."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갑자기 용운은 요즘하고 있는 일들이 잘 될 것 같다며 진로를 찾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흔들리는 청춘이 고독한 개구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걷다 보니 바닥에 웬 벌레가 있었다. 크기는 새끼 바퀴벌레만 했는데 들여다보니 매미였다. 매미의 날개에 무지개 빛이 났다.



  "매미가 이렇게 바닥에 많네."



  "요새 매미 많이 나와요. 서버브 쪽 가면 벽에 바글바글 붙어있다고 하던데요."



  "매미가 살기에도 도시는 척박하네."



  좀 더 걷다가 그는 버스정류장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는 좀 더 멀리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와서 나는 조금 더 걸어야했다. 걸으면서 도시의 개구리를 떠올렸다. 버스를 기다리며 듣는 에어팟에서는 슈슈슈ㅡ슈퍼노바 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춤을 좀 추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춤을 추기에는 도시가 너무 척박하다. 책을 펼쳐볼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하루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본 눈이 뻐근했다. 해가 질 무렵. 그즈음. 잠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는데 버스가 금방 왔다. 다행이었다. 버스 두대가 이어 붙은 기다란 버스에서 나는 뒷문의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차분히 도시를 가로질렀다. 그동안 몇 번이고 버스는 정류장에 멈췄다가 달렸다가 멈췄다가 달렸다가. 나는 뒤쪽으로 쏠렸다가 앞으로 쏠렸다가 뒤쪽으로 ㅡ 앞쪽으로ㅡ. 버스가 설 때면 사람들이 내렸다. 뒷문으로 내리는 승객들은 내 뒤 쪽에 서있다가 버스가 멈추면 내렸다. 계속해서 버스에는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전체 머릿수는 비슷했다. 사람들이 타면 그만큼 내렸다.



  며칠 전 일흔을 넘은 백인 아줌마가 역에서 살해당했다. 남편과 같이 찍은 사진의 피해자는 아주 마르고 덩치가 작은 사람이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다가 공격을 받았다. 티비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다. 어떻게 사람을 갑자기 공격하지? 심지어 저렇게 작은 사람을? 도시의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이 일어난다. 그래서인지 나는 버스를 타고 가며 피해자와 그 가족을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뒤로 고개를 돌리자 어떤 남자가 내쪽을 향해 서있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굳이 올려다보지 못했다. 상상 속의 그의 얼굴은 마치 금방이라도 주머니에서 총을 꺼낼 듯 아니면 앞에 앉은 내 목을 그을 듯했다. 내 옆에 있는 어린 히스패닉 여자가 앉아있다. 만약 그가 누군가를 공격한다면 먼저 나를 고를까 내 옆에 앉은 여자를 고를까. 그는 어느 쪽을 더 선호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래도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싫다.


    

  버스에서 내려걸었다. 내려야 하는 정류장보다 세정거장 전이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뒤에 딱 달라붙어서 내리지도 않고 서있는 걸 견딜 수 없었다. 내가 버스에서 내릴 때 버스의 앞문으로는 경찰이 탔다. 버스 정류장에는 두대의 엠뷸런스가 있었다. 경찰은 왜 버스에 탔을까? 개구리를 지키기 위해서일까? 갈 곳 없는 개구리들이 목적지를 품은 채 버스에 타고 내린다. 개구리는 똑같이 생겼다. 자기들끼리는 잘생긴 놈도 있고 못생긴 놈도 있고 다양한 매력이 있다고 하지만 밖에서 보면 그놈이 그놈이다. 버스 안 개구리들도 한놈이 타고 한놈이 내리면 증가나 감소가 아니라 평형상태인 것이다. 동적인 평형상태라고 해봤자 밖에서 보면 어제도 오늘도 그날이 그날이다. 그날이 그날이니 한 번 더 웃고 파리 한 마리 더 먹는 개구리가 행복한 개구리일까?



  너무 일찍 내려버려서 한참을 걸어야 했다. 강을 가로지르는 철제다리를 건너 마트를 지나는 집까지의 길은 십오 분이 걸릴 것이다. 벽돌색의 철제다리 위에는 관광객과 현지인이 섞여있다. 나는 잠깐 멈춰 섰다. 개구리를 생각하며 철제 다리에 기대선다. 옆에 서있는 늙은 개구리는 젊은 여자 개구리 둘과 갈색 푸들의 사진을 찍고 있다. 어제 찍은 사진과 오늘 찍은 사진은 무슨 차이일까? 혹독한 강가를 배경으로 한 컷.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웅웅ㅡ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다리에 기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메모장에 개구리를 위한 시를 써보려 한다. 초록색의 강물은 여전히 춤춘다. 개구리가 살기에는 너무 혹독한. 도시는 척박하고 강물은 혹독하구나. 강물은 콘크리트 벽에 갇혀 이리저리 몸부림친다. 하지만 정해진 길로 운하를 따라 밀려갈 수밖에. 흐르는 강물은 동적인 평형. 흘러가지만 어제와 오늘은 똑같다. 개구리는 헤엄만 치며 살 수 없잖아. 왜 내게 개구리에 대해서 생각하라고 한 거야. 이 큰 강은 개구리에게는 너무 깊다. 강 밖은 또 너무 건조하다.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고. 아무래도 개구리는 갈 곳이 없네.



  나는 도시의 개구리. 네모난 도시에서 강물을 보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퍼진다. 개구리의 손에 힘이 빠졌고 핸드폰이 다리 아래로 낙하한다.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물체는 곧 차가운 강물에 닿고 말 것이다. 이때 ㅡ. 다리 아래에 있던 개구리들이 핸드폰으로 모인다. 개구리에 대해 기록하던 메모장에 개구리들이 앞다투어 달려든다. 개구리들이 모여들자 그들의 산이 자그마한 토네이도를 만들듯 솟는다. 마침내 개구리들이 날 수 있게 된 걸까? 나는 그들의 비행을 기대하며 그들을 지켜본다.



몇 마리의

개구리가 모여 오른다.


열몇 마리의

개구리가 모여 오른다.


백몇 마리의

개구리가 모여 오른다.


천몇 마리의

개구리가 모여 오른다.



  개구리 산은 어느새 하늘까지 뻗어있었다. 그들 중 몇은 활강을 시도했다. 가장 행복한 얼굴로. 그러다 기어코 개구리 몇 마리는 하늘을 날아올랐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던 도시의 개구리가 날아올랐다.






City Frog


Written by Minhye Seo, translated into English.


“Think about the city frog,” Yong-woon said when the amateur writer asked for an exciting topic to write about. He handed over a note. “City Frog: A lost frog in the city, not welcomed anywhere. - Jang Yong-woon.”


On the way home, Yong-woon, dressed in a khaki collared T-shirt, elaborated on frogs. He seemed to have a deeper connection and empathy for frogs than I had expected, passionately discussing their lives.


"Sister, frogs need a certain amount of ground to step on and moisture to survive. The city's rivers are too deep and the currents too strong. Outside the river, everything is concrete. No place in the city feels like home for a frog. How lonely they must be."


After talking about frogs for a while, Yong-woon suddenly mentioned that things he had been working on lately seemed to be going well and that he felt he had found his path. As I listened to this wavering youth explain the plight of lonely frogs, I found a bug on the ground. It was about the size of a baby cockroach, but when I looked closer, it was a cicada. The wings of the cicada had a rainbow sheen.


"Cicadas are so numerous on the ground these days."


"Yeah, you see them a lot lately. In the suburbs, a friend of mine said they cling to walls in droves."


"The city is a harsh place for cicadas to live, too."


After walking a bit more, he hurriedly disappeared towards the bus stop. My bus stop was a bit further, so I had to walk a little more. As I walked, I thought about the city frog. While waiting for the bus, I listened to music through my AirPods. The song “Supernova” was playing. I felt like dancing, but the city was too harsh for that. I thought about reading a book, but my eyes were tired from looking at a computer all day. As the sun began to set, I wanted to get home quickly, and fortunately, the bus arrived soon. I sat in the seat right in front of the back door on the long articulated bus. The bus quietly traversed the city, stopping and starting at various stops. I swayed back and forth with the motion, forward and back, again and again. People boarded and alighted at each stop, maintaining a balance of passengers.


A few days ago, a white woman in her seventies was murdered at the Union Station. The victim, seen in a photo with her husband, was skinny and small. She was attacked while walking her dog. Watching the news filled me with inexplicable rage. How could someone suddenly attack a person? Especially someone so small? Random acts of violence happen all over the city. This made me think of the victim and her family as I rode the bus. Suddenly, I turned my head behind and saw a man standing and facing me. I couldn’t bring myself to look at his face. In my mind, his face was like someone about to pull a gun from his pocket or slit my throat. A young Hispanic woman sat next to me. If he were to attack, would he choose me or her? Which would he prefer? I didn’t like either possibility.


I got off the bus three stops early because I couldn’t stand the unknown person standing close behind me without getting off. As I disembarked, a police officer boarded through the front door. Two ambulances were parked at the bus stop. Why did the police board the bus? Was it to protect the frogs? Frogs with nowhere to go ride the bus with their destinations in mind. Frogs all look the same. They claim to have different charms among themselves, but from the outside, they’re all the same. As one frog boards and another disembarks, it’s not an increase or decrease but a dynamic equilibrium. Despite the dynamic equilibrium, it’s the same day after day. Is the frog that smiles one more and catches one more fly a happier frog?


Getting off too early meant I had a long walk home. Crossing the steel bridge over the Chicago River and passing the market to get home would take fifteen minutes. The bridge was filled with a mix of tourists and locals. I stopped momentarily, leaning on the bridge, thinking about frogs. An old frog was taking pictures with two young female frogs and a brown poodle.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yesterday’s photo and today’s? A shot with the harsh river in the background. Every time a bus passed, the bridge vibrated. I fiddled with my phone, trying to write a poem for the frogs in the notes app. The green river still danced below. The city is too harsh, and the river is too fierce for frogs to live in. The river is confined by concrete walls, thrashing about but ultimately flowing along its designated path. Despite its flow, today and yesterday are the same. Frogs can’t survive by swimming alone. Why did you ask me to think about frogs? This big river is too deep for frogs, and the land outside is too dry. Summer is too hot, and winter is too cold. Frogs have nowhere to go.


I am the city frog, watching the river from the square city.


Somewhere, a song softly played. The frog lost its grip, and the phone fell below the bridge. The phone plummeted straight down, destined to hit the cold river. At that moment, frogs under the bridge swarmed to the phone. Frogs gathered around the notes app, where I had written about frogs. As the frogs gathered, they formed a small tornado-like mound. Could they finally fly? I watched, hoping for their flight.


A few frogs began to rise.


A dozen frogs began to rise.


A hundred frogs began to rise.


A thousand frogs began to rise.


The frog mound extended to the sky. Some attempted to glide, looking the happiest they’d ever been. Finally, some city frogs, never welcomed anywhere, took 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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