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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Jun 18. 2024

겨우 한 번의 삶이 아까워


나는 가끔 그런 느낌이 든다.

지금 이 시간과 공간에 내가 존재하는 것, 내가 나로서만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까운 느낌.

삶에 지워진 무게들을 이겨내야 하는 주욱 이어지는 겨우 한 번의 생이 아쉽다.

만약 바다 건너 어딘가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10년 전에 태어났다면.

더 좋았을까? 힘들었을까?

다른 행성에서 태어났다면?

내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내 부모로 태어났다면.

나는 이 삶도 살아보고 싶고 저 삶도 살아보고 싶다.

다른 이의 삶과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싶다.

조금 더 알고 싶다.

다른 이로 깨어나는 기분을, 새벽 서리를 맞으며 출근하는 그의 피로를,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진 그녀의 이야기를, 가벼운 말들로 상처 입은 당신의 마음을 좀 더 알고 싶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쓴다.

아무도 아닐 수 있는 아무개를 찾아내고, 그에 대해 써 내려가며 감정에 공감하고 가끔은 주인공을 괴롭게 하느라 머리를 쓰고, 포기하진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안은채 이야길 짜내본다.

매일 만나는 평범한 누군가의 삶.

어쩌면 조금 다른 시간과 공간에 태어났다면 그들의 삶이 곧 내 삶이었을지 모르기에.

아니 어쩌면 오늘과 내일의 나는 다른 경험과 의견을 가진 완전히 다른 존재일지도 모르기에.

가능한 삶들을 노트에 써보려 한다.






위 글은 2020년 10월에 브런치에 저장해 둔 글이에요.

작가 지원할 때 빠꾸 먹은 글입니다.

이 글과 함께 다른 단편소설 두 편을 같이 붙였네요.

당시에 지원할 때는 내가 누구인지는 비밀에 부친 채 내 글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던 것 같아요. 몇 년이 지나고 두 번째 지원에는 나만 쓸 수 있는 업세이를 쓰겠다고 어필해서 겨우 브런치 마을에 합류했습니다. 후..

당시에 서랍에 넣어뒀던 글들을 차분히 읽어보니, 사 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다양한 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은 저때와 지금이 똑같아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라는 물음에 단순히 상대방의 의견이 궁금한 게 아니라 사고의 흐름도 궁금하고 그런 흐름이 생겨난 환경적 배경도 궁금하고.. 세상만사가 궁금하네요.



저의 단편소설 매거진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재미없게 읽었다고 하셔도 저는 괜찮아요.

누군가 귀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고 어땠다 저땠다 알려주시는 것도 참 행복하고 글을 쓰는 것 자체로도 저는 즐거우니까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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