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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Jul 11. 2024

루미의 건강검진 결과는?

“야 다 와봐. 지금 이거 뭐냐 검사결과 쟤 맞아?” 교수가 에이포지를 하나 프린트 해서 들고 나왔다. 수진도 종종거리며 나왔고, 자연스럽게 처치실 중간의 테이블 주위에 모였다. 진현과 하영은 불안함을 느꼈다. 



  수현이 교수에게 대답했다. “네." 수현과 교수는 찬찬히 종이를 훑어보았다. 혈액 내 다량의 림프구가 보이는 점과 적혈구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혈소판의 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림프구의 모양도 좋지 않은 것들이 많이 보였다.  



  “림프종 아냐. 좀 걱정되는데." 교수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수현에게 "바이옵시를 해보자고."라며 말했다. 수현과 교수가 얇은 바늘로 루미의 피부를 뚫고는 조직을 약간 채취했다. 그리고는 현미경으로 수현이 한참을 살폈고, 현미경에서 보이는 것이 화면에 바로 띄워졌다. 현미경 초점이 맞는 순간 교수가 살짝 머리를 짚었다.  





  예상치못한 림프종의 발견에 처치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교수는 미리 찍어둔 엑스레이 사진과 예전 차트들도 다시 한 번 뜯어보았다. 아픈 개도 문제지만 보호자도 문제였다. 교수는 외출하는 기분으로 온 사람한테 반려견의 질병 소식을 어떻게 말할지 고민스러웠다. 교수의 사촌 누나인 숙희가 그에게 지숙을 소개할 때 개를 잘 봐주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지숙은 순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많이 우울해한다는 점도 언급했었다. 



  "일단 혈액 남았지? 김 선생 오라 그래서 혈액 한번 더 돌려 보라고 하고 결과 같으면 같다고만 말해줘. 그리고 세포 샘플 실험실로 보내서 확인해봐.” 교수가 증가한 림프구들이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검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최대한 빨리 달라고 얘기해봐."



  병원에서는 죽기 직전 숨넘어가기 직전에 들어와 모두가 죽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동물들이 멀쩡히 살아나가기도 한다. 그런 기적을 교수는 제법 많이 봐왔다. 하지만 가끔은 당연히 제 발로 걸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케이스가 죽어나가기도 한다. 그런 게 가장 어려웠다. 이 작은 개와 보호자가 질병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교수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밖에서는 오랜만에 햇살을 쬐며 산책을 한 듯 은은한 웃음을 띤 지숙이 병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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