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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Jul 11. 2024

늙은 멍멍이 루미, 건강검진을 받다!

진료실 밖으로 나오던 지숙은 아이들이 병원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았다. 카운터 주변으로 다가서자 한쪽 볼이 빵빵하게 터질 것 같은 햄스터를 든 아이가 있었다. 그 옆에는 아이와 햄스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다른 아이도 있었다. 두 친구는 돈은 없지만 치료를 받을 수 없는지를 묻고 있었다. 지숙은 아이들을 지나쳐갔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병원 주변을 한 바퀴 걸어볼 요량이었다.



  "진현, 방학 때 뭐 할 거야?" 루미를 안아 들고 옮기는 진현에게 하영이 물었다. 둘은 본과 사 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방학 동안에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중이었다.



  "내? 그냥 봐서 알바 쫌 쉬고 여행 갈라고, 내과 실습 이거만하고 한 달 미국 여행 갈 거다." 노랑머리에 키가 훌쩍 큰 진현이 말했다. 그는 피곤한지 낯빛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여행을 이야기 하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좋겠다! 티켓 끊었어?" 하영이 자기도 신난다는 듯 말했다. 



  "응, 니는 뭐 할 건데?" 진현은 루미를 처치실의 탁자에 놓으며 물었다. 루미는 두 사람을 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나는 아직 모르겠어. 실습 끝나고 좀 쉬어야지. 이제 국가고시 공부도 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하영이 루미의 앞에 서서 강아지의 볼을 양손으로 쓰다듬었다.



  "뭘 벌써 하노. 아직 한참 멀었다. 일 년이나 남았는데 뭐." 남자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런가? 그럼 나도 미국 여행이나 할까? 남미도 가보고 싶어." 하영이 말했다.



  "남미 어디?" 진현이 물었다?


 

  "브라질에 가보고 싶었어." 하영이 답했다.



  "브라질에 뭐가 있지? 위험한데 아이가." 진현이 말했다. 






  그들은 실습하는 동안 이것저것 잡다한 일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리고 선배들이나 교수님 진료 보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가끔 입원해 있는 동물들을 지켜보기도 했고. 아주 특별한 치료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있어서 신기했다. 



  진현이 강아지를 보며 하영에게 말했다. "야 근데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만 나와있으면 된다더니, 사람들 아무도 퇴근 안한다. 그체." 왠지 불평이 섞인듯한 목소리였다.


 

  "맞아. 나는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다리도 아프고 뻐근한데, 대학원생들은 퇴근을 안해." 하영이 속삭였다.



  "오늘도 그냥 여섯시 땡하면 우리 둘 다 가자." 진현이 말했다. 루미가 왕하고 짖었다.



  "이익." 루미가 짖자 하영이 깜짝 놀랐다. "방학이니까 우리도 쉬어야지. 우리가 오래있는다고 해서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 걸리적거리기만 하지."



  대학원생인 수현이 차트를 들고 루미에게 다가왔다. 수현의 다크써클은 턱까지 내려와있었다. 수현은 진현과 하영에게 손짓했다. “와봐. 가서 오늘 오전 차트 한 번 볼래?" 수현이 말했다.



  "안 볼래." 진현이 답했다. 



  진현의 답을 들은 수현이 진현의 등짝을 쳤다. 두 사람은 남매였다. "오늘 오전에 교수님 진료 하나 있었는데 간단한 거니까 그거보고 공부 좀 하고, 루미라고 건강검진 케이스 좀 있으면 올 거야. 같이 들어가고. 아 벌써 왔어? 쏘리. 헷갈렸다. 루미말고 두식이라고 고양이야. 1층에서 영상 찍고 나서 진료 보러 올라올 거거든. 세시쯤? 그때 일층 다른 선생님들하고 같이 내려가서 데려오면 돼. 미리 가서 영상찍는 것도 좀 보여달라고 부탁해봐. 지난 학기에 영상 했으면 보면 다 알거아냐?” 그녀는 두 사람에게 쏘아붙이듯 다다다 말했다. 



  “영상 했는데, 하나도 몬알아본다." 진현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그리고 나는 고양이는 좀 무섭다. 도망갈까봐."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혹시 오후에 오는 고양이 도망가면 너도 같이 도망가. 보호자가 아주 무섭더라. 너 죽일 수도. 그리고 얘 루미 차트 줘봐. 종이차트. 보면 교수님은 종이차트를 되게 꼼꼼하게 쓰거든 내용들 중에 정리해서 전자차트에 다 업로드 하면돼. 컴퓨터에있는 시스템으로 다 볼 수 있으니까 필요하면 공부해.” 수현이 진현의 팔뚝을 꼬집으며 저 말을 끝으로 총총 사라졌다.

 



  하영은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진현에게 말했다. "차트 한 번 읽어줘 봐. 내가 강아지를 좀 볼게." 



  "루미는 13살. 나이가 많네. 중성화한 수컷. 무게는 7킬로. 몰티즈인데 좀 나가네. 보기에는 작은데. 우리 병원 온 지는 얼마 안됐네. 띄엄띄엄 오고 항상 진료받을 때마다 특이점은 없고. 오늘도 그냥 정기검진." 진현이 차트를 읽었다. 



  "오늘도 별일 없이 건강하겠네. 루미ㅡ!" 하영이 강아지를 보며 말했다. 어디선가 수현이 나타나서 루미의 등 쪽 피부의 일부 검체를 채취하고, 혈액검사를 해야다며 검사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강아지 케이지에 넣어놓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삼십 분쯤 되었을까. 진현은 루미와 장난치다가 지쳤는지 테이블 앞에서 강아지를 안고 앉아있었다. 왠지 진현은 강아지를 케이지에 넣지 않고 계속 안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수현의 목소리가 검사실에서 빽하고 들렸다. "교수님, 큰일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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