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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Jul 11. 2024

친구의 부고를 받았다.

“삼성병원 장례식장으로 가주세요.”


 

  지숙은 지난밤 부고를 받았다. 복자의 부고였다. 복자와 지숙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이었지만 학교 다닐 때는 서로를 몰랐다. 그러다 두 사람은 상준의 회사 지인들과 갔던 부부동반 모임에서 만났다. 그 후로 몇 번 복자의 권유로 학교 동창회에 나갔다.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복자는 지숙을 살뜰히 챙겼다. 조용한 편인 지숙을 다른 동창들에게 소개해주기도 했고, 조그만 먹을 것들을 선물하게도 했다. 두 사람은 지숙의 이혼 후에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지숙에게 복자는 남편의 지인의 아내인지라 지숙의 껄끄러운 마음은 영 지워지지 않았다.





  복자는 3개월 전쯤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병을 발견했을 땐 그 암세포가 온 장기로 전이되어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질병을 발견했다. 몇 번의 항암치료와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칠 동안 지숙은 그걸 까맣게 몰랐다. 지숙은 극심한 무기력에 자신이 죽어간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친구가 정말로 죽어가는지는 몰랐다. 어떻게 한 번을 연락하지 않았을까. 돌덩이들이 지숙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왠지 복자가 죽던 날 아침에 지숙은 힘이 좀 났었다. 문득 이대로 무기력하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일어나서 몸을 깨끗하게 씻고 핸드폰에 충전기를 꽂았다. 그리곤 복자의 부고를 확인했다. '거짓말.' 지숙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숙은 옷장의 검은 옷을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바깥공기가 차가웠다. 폐의 깊숙한 곳까지 시원한 공기가 들어찼다.



  장례식장은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복자 가족의 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있다. 지숙은 복자의 고등학생 아들의 손을 가볍게 잡은 후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이는 눈이 퉁퉁부어있었다. 지숙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부의금을 전한 뒤 조용히 장례식장을 나섰다. 지숙은 계속 검은 코트에 묻은 루미의 털들이 내내 신경 쓰였다. 며칠간 옷에 루미의 털이 과하게 묻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했다. 덩어리 진 각질에 여러 개의 털들이 붙은 것 같기도 하고. 검은 옷이라 그런지 하얀 털들이 부각되어 보였다. 왠지 고인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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