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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May 17. 2024

스페인 지로나를 여행하며, '샘, 셰임.'

지로나, 스페인/ Girona, Spain

스페인의 지로나에서 여행견문록.


iPhone 5s, 2017, 샘, 셰임.



어린 소녀는 왕의 아내가 되기를 바라고,  

소년은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랐네.

소년의 사랑에 소녀는 만족하지 않았지.


미의 여신은 아름다운 소녀의 편,

그녀는 당연하게 왕의 아내가 되었네.

잔인한 왕은 왕비를 사랑하지 않았지.


왕비는 다음 왕이 될 아이를 원하고,

나부대는 마음보다 확실한 힘을 바랐네.

누군가의 반려로는 만족하지 않았지.


행운의 여신은 총명한 왕비의 편,

그녀는 당연하게 왕의 어머니가 되었네.

아비를 닮은 왕은 성정이 지독했지.


왕비는 모든 것을 갖기를 원했네,

어린 왕을 위해 세상을 갖기를 바랐네.

왕의 약한 지위에 만족하지 않았지.


전쟁의 여신은 용맹한 그녀의 편,

그녀에 반대하면 당연하게 죽어나갔네.

어느 날 어린 왕은 독약을 먹고 말았지.


왕비는 모든 것을 잃지 않기를 바라고,

왕비의 착한 둘째 아들은 엄마를 바랐네.

그녀는 그의 힘에 만족할 수 없었지.


결혼의 여신은 따뜻한 그녀의 편,

착한 둘째 아들은 예쁜 아내를 맞았네.

여신들은 새로운 왕비를 맞았지.


새로운 왕비는 왕의 엄마를 바라지 않았고,

왕의 엄마는 상아색 높은 탑에 갇혔네.

수도승은 그녀의 죄를 고백하라 말했지.


이제 신들은 그녀의 편이 아니야,

신전 앞에 벌거벗겨져 서있었네.

사람들은 그녀에게 고래고래 소리쳤지.


화난 눈들은 그녀가 죄를 토하기 바랐고,

차가운 돌바닥을 걸어 지났네.

상한 음식들과 오물들이 날아들었지.


그녀는 신들에게 부끄럼을 말했네,

걸음마다 수치를 외치며 나아갔네.

소년은 멀리서 그녀를 보며 울었지.


그녀는 말해야 했지 그녀의 죄를


셰임. 신을 섬기지 않은 죄를

셰임. 잘못된 신을 섬긴 죄를

셰임. 신이 되고 싶었던 죄를

셰임. 교활하고 야비했던 죄를

셰임.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죄를

셰임. 남편과 아름다운 여인들을 죽인 죄를

셰임. 왕의 아들이 아닌 아들들을 낳은 죄를

셰임. 야망과 탐욕의 죄를

셰임. 편견과 분노의 죄를

셰임. 내 것이 아닌 것을 탐낸 죄를

셰임. 모든 죄에 눈 가렸던 죄를


그녀는 삼켰지 죄로 물든 도시와

그녀를 향한 눈들에 대한 부끄러움을. 



   


HBO Drama "Game of Thrones"


HBO Drama "Game of Thrones"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때 당일치기로 지로나에 다녀왔습니다. 약간 생소한 도시지만, 왕좌의 게임을 보신 분이라면 세르세이가 셰임을 외치며 모욕당했던 곳이 저곳이라는 걸 눈치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여행했던 라스팔마스도 왕좌의 게임 촬영지였고, 지로나 역시 왕겜 촬영지였습니다.  :) 


iPhone 5s, 2017, 샘, 셰임.


저는 저 긴 성벽 따라서 걸어보는 길이 참 좋았습니다. 도시는 자그마하지만 따뜻한 느낌이었네요.


이 글을 바르셀로나에서 온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오 지로나!라며 바로 알아보더군요. (친구는 사진을 보고 알았겠지만요.) 첫 번째 사진을 보더니 아 여기서 왕좌의 게임찍었어! 라길래 좀 더 내려서 세르세이 보여주니 끄덕끄덕.. 그리고 라스팔마스 사진 보여주니 오 우리 누나 여기에 살아!라고 하네요. 나는 여행지로 평생에 한 두번 가볼만한 곳인데, 그곳이 고향인 친구도 있다니. 아주 좁디 좁은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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