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위한 회복습관 기르기
“아,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좀 쉬고 싶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오는 순간들이 있어요.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온 날, 집안의 대소사들로 머리가 지끈거릴 때, ‘아, 몸이 한 서너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나오곤 하는 말. 어떤 친구는 “딱 하루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기!”가 자기 소원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중년은 ‘쉬고 싶다’고 가장 자주 말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쉬지 못하는 세대’라고 합니다.
“시간은 있는데 시간이 없다.”
중년은 가족의 중심축이고, 회사에서는 중간 관리자이며, 자녀에게는 길잡이로, 연세 드신 부모님께는 이제는 보호자로 살아가야 하는 나이입니다. 누군가를 책임지고,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이 모든 역할의 무게가 ‘쉼’을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고있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이, 중년의 저도 쉼의 감각을 점점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고작 시간이 나면 TV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어요. 저는 분명히 쉬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과자와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어 휴대폰으로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즐겁게 편하게 시간을 보냈단말이죠.. 그런데 뒤돌아서면 몸은 여전히 찌뿌둥하고, 살은 자꾸 찌고, 마음은 다시 피곤해지기를 계속 반복했어요.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어요.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동안에도 제 머리는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고, 제 감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긴장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을요.
진짜 쉼은 그런 게 아니라고 해요. 쉼은 ‘회복’을 동반하는 멈춤이라고 합니다. 내 몸과 마음이 “지금 뭘 안 해도 괜찮아. 그냥 쉬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때, 비로소 우리의 뇌는 경계 모드를 풀고 회복과 재생의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해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파라심파신경계의 작동’이라고 부르는데, 이 신경계가 작동해야 소화도 잘 되고, 면역력이 회복되며, 수면이 깊어지고, 감정이 안정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신경계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날 가만히 두는 것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쉼을 ‘시간 낭비’로 여겼고, 멈춤을 ‘게으름’으로 오해하며 살아왔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 제 삶에 두 가지의 큰 사건이 일어났어요.
첫 번째는 시드니 대도시의 분주한 삶을 접고, 외곽의 작은 도시로 이사를 결정한 일이었어요. 매일같이 차와 사람으로 복잡했던 도심에서 벗어나, 숲과 바람과 새소리를 가까이할 수 있는 곳으로 삶의 무게중심을 옮겼어요. 그리고 곧이어 두 번째, 전 세계가 동시에 멈추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어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
참으로 의도치 않게 찾아온 '멈춤'이었어요.
어쩔 수 없이 일정이라는 것들이 사라지고, 모임들이 사라지고, 빠듯하게 달려가던 삶의 리듬이 아주 느리고 단순해졌어요. 저는 텃밭을 가꾸고, 풀을 뽑고, 씨를 심고, 걷고,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게 되었어요. 그렇게 자연을 가까이하면서, 비로소 '쉼'이라는 단어의 감각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저는 진정한 쉼은 '그냥 누워 있는 것' 혹은 '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맘, 삶의 회복이 일어나는 무언가를 선택해서 하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맞아요. 저의 쉼은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에서 비로소 시작이 되었어요. . 이제는 알게 된 것들을 일상에 하나둘씩 심어가는 것으로 쉼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래는 그동안 제가 발견한, 저만의 ‘쉼의 감각’을 되찾아주는 작은 목록입니다.
아침 햇살을 마시며 텃밭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
동네산책하며 풍경사진 찍는 것
손으로 흙을 만지고 식물을 가꾸는 일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는 의도적인 시간 만들기
잠시 멈추어 묵상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커피 한 잔을 정성껏 내려,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시간
감사한 것을 적어보는 일기 쓰기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해야 할 일을 급급하게 처리하기 전에, 오늘 하루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뭘까 적어보기
당신은 오늘, 진짜로 쉬었나요?
TV를 보다 잠든 것이 아닌, 마음이 놓이고 몸이 편안해지는 그런 쉼 말이에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몸과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요?
잠시 눈을 감고, 이렇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 쉼은 무엇일까?”
중년의 쉼을 위한 실천법
회복과 충전을 가져오는 쉼들에 대한 참고가 될 만한 것들입니다.
- 하루 딱 5분, 눈감고 들숨과 날숨, 호흡에만 집중하기
- 아침 햇빛 10분 쬐기
- 하루 한 끼는 가공되지 않은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 등 건강한 식단 하기
- 가볍게 20분 걷기
- 좋아하는 음악 듣기 또는 연주하기
- 독서
- 일기 혹은 감사한 것 3가지 쓰기
- 잠들기 전 쉼을 위한 루틴 만들기: 따뜻한 차 한 잔, 책 읽기, 조명 줄이기, 스트레칭.
하루에 이 모든 것을 한다는 게 아니라, 딱 1~2가지 정도를 매일 꾸준히 하는 게 핵심입니다.
먼저 내가 회복이 되는 움직임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에서 시작해 보세요. [나의 쉼을 위한 실천들] 목록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것도 좋고요.
그리고 그 목록들 중에서 ‘오늘 나에게 필요한 쉼은 뭘까?’ 질문하며 리스트에서 그날그날 내게 맞는 1-2가지를 뽑아서 하면 됩니다.
* 그림은 베르트 모리조의 [Reading]입니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것,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애의 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