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돌보는 지혜

내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by 진그림

몸이 말을 걸기 시작할 때


어릴 땐 몸이 알아서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아파도 금방 회복됐고, 무리해도 아무 일 없던 듯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중년이 되자, 몸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작은 통증들, 잦은 피로감, 이유 없는 짜증과 불안감—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아니라,
몸이 조용히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였다는 걸 아시나요?

“지금, 나 좀 돌봐줘.”

이제는 이 신호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 몸과 친구가 되어야 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몸을 집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40년이 넘은 집이라면 여기저기 손볼 데가 생기고, 균열이 나타나는 게 당연합니다. 제때 돌보지 않으면 문제는 더 커지겠지요.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돌봄이 필요합니다. 더 늦기 전에.


불과 몇 년 전, 제 몸이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던 날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기 시작했어요. 무거운 걸 드는 것도, 오래 앉아 책을 읽는 것도, 편히 잠드는 것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오랫동안 반복해 온 잘못된 자세와 생활 습관이 결국 큰 대가로 돌아왔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몸은 그동안 묵묵히 따르며 참고 또 참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마침내,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친 거죠.

“아, 제발 이제 그만! 못 참겠다고!”


비슷한 시기에 이사를 하면서는 그만 손목에 무리가 갔습니다. 가벼운 컵을 드는데도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아팠고, 장바구니 하나 드는 일도 버거웠습니다. 결국 몇 번의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아가며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활운동을 해야 했어요. 미련하게도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제 더이상 예전처럼 살면 안 되겠구나.'

그동안 번쩍번쩍 들고, 구부려서 하던 모든 일들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통증은 단지 움직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제 몸을 대하는 생각 전체를 바꿔놓았습니다.

더 이상 내 몸의 경고를 무시하면 더 큰 고통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이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미안함과 함께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몸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나는 이제 네 도움이 필요해.”


돌아보니 허리와 손목통증의 시간들이 고통만 준 건 아니었어요. 그것은 제 몸이 처음으로 제게 말을 건넨 순간이었고, 제 변화의 시작이기도 했으니까요. 중년이 되면, 몸은 더 이상 ‘든든한 기둥’이 아니라 ‘잘 돌봐 주어야 할 존재’된다는 것, 아프다는 것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에게 더 다정해질 기회를 주는 신호라는 것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몸은 어떤가요?

당신의 몸은 오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신호는 없었나요?

지금 이 순간, 잠시 멈추어 조용히 눈을 감고
내 몸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보세요.


“그동안 무심해서 미안해.
이제 네 말에 귀 기울일게.”



오늘의 실천

-잠자리에 누워서 내 몸을 토닥토닥해 주며 말해보세요

오늘도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내 몸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위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물어보세요.

“무엇이 너를 아프게 했을까?”

“내가 뭘 하면 네가 좀 좋아지겠니?”


* 그림은 매리 커셋의 [아이의 목욕]입니다.

그림 속 엄마의 손길처럼, 나도 내 몸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돌보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다음화에는 제 몸의 신호를 알아채고 나서 시작된 작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내 몸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순간, 제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했는지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