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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Hun Dec 13. 2020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범불안장애


청년; 안녕하세요. 지훈이라고 합니다. 저는 세상 모든 걱정을 어깨에 짊어지고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항상 피곤하고 긴장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일을 하는 중에도 집중이 안 되고 머릿속이 안개 낀 것처럼 느껴져요. 이러한 느낌은 시도 때도 없이 느껴지고 일상생활이 전혀 안 돼요.   

치료자; 언제부터 이런 느낌들이 시작되었어요?

지훈; 한... 6개월은 넘은 것 같아요. 

치료자; 그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리고, 이러한 불편함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지훈; 제가 하는 모든 걱정들은 언제나 제 머릿속에 맴돌고 도저히 조절이 안 됩니다. 심지어 잠을 자려고 해도 하루 종일 걱정만 하다가 밤을 새우는 느낌입니다. 너무 피곤해요.  

치료자; 그러면... 잠들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지훈; 한... 2시간 이상 걸리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밤을 새우기도 해요. 아침에 출근을 해야 되기 때문에 7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6시에 잠이 들기도 해서 1시간만 자고 출근할 때도 있어요. 

치료자; 제가 지훈 님의 걱정들이 어떤 것들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훈; 저는 직장에서 다른 직원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까 항상 걱정합니다. 직장 상사가 저를 보는 표정이 좋지 않다고 느껴지면 제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불안합니다.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면 안절부절못하고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해도 집중이 전혀 안 돼요. 그래서 그런지 하루 종일 짜증 나고 예민해져서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반복해서 확인합니다. 완벽주의라고 할까... 그런데 저는 너무 힘들어요. 제가 한 일의 결과에 확신을 하지 못해 옆에 있는 직원에게 확인받기도 하고, 만약 확인을 받지 못하면 과하게 불안합니다.

치료자; 혹시 또 다른 걱정들은 무엇이 있나요?

지훈; 저의 부모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요.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술을 많이 드셨어요. 그래서 지금은 간이 많이 안 좋으셔요. 아버지는 지금도 간 때문에 입퇴원을 자주 하고 지금은 간경화로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혹시나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시지는 않을까 항상 걱정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요즘 기억력이 안 좋으세요. 방금 말한 것도 기억을 잘 못하시고, 무슨 반찬을 먹었는지, 한 번씩 길을 헷갈릴 때도 있어요. 혹시 치매가 아닐까요?

치료자; 그리고…..?

지훈; 저는 항상 제가 ‘좋은 아버지’인지, ‘부인은 나를 사랑’하는지, 직장 동료들은 ‘나를 안 좋아하는지’ 걱정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잊을만하면 걱정들이 다시 떠올라 저를 괴롭힙니다. 

치료자; 걱정과 불안의 강도와 빈도는 어떤가요?

지훈; 불안은 정도가 심해서 일을 할 때 방해가 됩니다. 걱정은 목적지가 없이 폭주하는 기차처럼 저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끝이 나지 않아요. 걱정이 지속되면 너무 불안해서 꼭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느낌으로 아찔하고 어지럽습니다. 

치료자; 지훈 님이 느끼는 신체 증상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지훈; 제 몸의 모든 근육이 떨리고 아파요. 속도 자주 쓰리고 속이 꽉 막힌 것처럼 소화가 안 되고 설사도 자주 해요. 어떨 때는 땀이 많이 나서 추운데도 옷이 젖기도 합니다. 걱정이 심해질 때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요. 

치료자; 또 다른 걱정이 있나요?

지훈; 저는 아직 30대인데 이렇게 아픈 것이 너무 걱정됩니다. 그리고 평생 이러한 증상으로 괴로워하다 죽을까 염려도 되고요. 한 번은 제 친구와 약속을 했는데 혹시나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할까 봐 너무 염려가 되어 심장이 터져나가는 줄 알았어요. 아... 그리고 지진이 났을 때 기억하세요? 그 당시에 저는 항상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건물에 깔려 죽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간 적도 있었어요.  

치료자;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을 종합해보면 지훈 님은 범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어요. 범불안장애는 적어도 6개월 동안 증상이 없는 날보다 증상이 있는 날이 더 많고, 여러 활동에 대해 과도한 걱정과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스스로 ‘세상 모든 걱정을 어깨에 짊어지고 산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흔히 직장 업무, 건강, 돈, 가벼운 약속 등의 일상생활에서도 걱정을 과도하게 합니다. 걱정은 통제하기가 어렵고 긴장, 초조, 피로, 집중 곤란, 멍한 상태, 과민성, 근육의 긴장감,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을 겪습니다. 이런 증상으로 인해 걱정과 불안은 일상생활에서 현저한 고통 또는 기능 손상을 초래합니다. 범불안장애는 보통 30세 무렵에 발생하는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정도 많습니다. 보통 만성화되는 경우가 있고, 평생 동안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합니다. 범불안장애는 특히 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상당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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