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공포증
치료자;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지훈; 선생님 덕분에 요즘은 그럭저럭 지내요. 그런데, 제가 비행기를 타면 무서운데,,,
그래서 저는 광장공포증인지 알았어요.
그런데, 인터넷을 보다가 비행기를 타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공포 상황을 느낀다면 특정공포증일 수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러면 궁금한 게 광장공포증과 특정공포증은 뭐가 다른가요?
그리고 제 진단명은 무엇인가요?
치료자; 광장공포증과 특정공포증이 헷갈리죠?
사실, 상황형 특정공포증은 비행, 밀폐된 장소, 엘리베이터 등의 공포 상황이 서로 겹치기 때문에 광장공포증의 증상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지훈 님께서 광장공포증 상황 중에 단 한 가지 상황에서만 공포를 느낀다면 상황형 특정공포증으로 진단할 수 있어요.
만약 2가지 이상의 광장공포증 상황에서 불안감을 심하게 느낀다면 광장공포증으로 진단하는 것이 맞을 거예요.
예를 들어, 지훈 님은 비행기에서만 두려움을 느끼고 다른 상황에서는 전혀 두렵지 않다면 특정공포증으로 진단할 수 있어요.
하지만, 비행기, 엘리베이터, 지하철, 버스 등에서 함께 두려움을 느낀다면 광장공포증으로 진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비행기 사고로 직접적인 위해를 받을 것 같은 공포라면 특정공포증으로 진단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지훈; 그러면 특정공포증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치료자; 그럼요. 우리는 어떤 이야기라도 현재,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눌 수 있어요.
특정공포증은 공포와 불안이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서만 나타납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정상적이고 일시적인 공포나 불안과는 달라야 합니다.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그 공포와 불안은 강렬하고 극심해서 공황발작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포와 불안의 정도는 그 대상이나 상황의 근접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특정공포증의 또 다른 특징은 공포 자극을 만났을 때 거의 대부분 공포나 불안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이나 대상에 마주치더라도 한 번씩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특정공포증으로 진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옆에 사람이 있는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노출되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지훈 님께서 비행 중 난류를 만나는 것과 같이 많은 상황적 요소에 따라 공포나 불안의 표현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포 대상이나 비슷한 자극을 경험하면 공포와 불안은 즉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훈; 제가 비행기를 거의 타지 못해 여행을 제대로 가지도 못합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제 몸에서 경련이 올 지경이에요.
그래서 저는 공항 근처도 가지 않아요.
치료자; 맞습니다. 특정공포증을 경험하시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만약 회피하지 못할 경우 극심한 불안감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출근할 때 매일 육교를 사용하는 대신 지하도를 사용할 것이고, 거미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어두운 곳을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피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병원을 가는 것을 거부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랜 기간 이러한 공포 대상이나 상황으로 인해 고충을 경험하면서 삶의 환경을 공포의 대상이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사실 특정 대상에 노출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특별히 불안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이죠.
지훈; 그러면 증상이 어느 정도 되어야지 특정공포증으로 진단할 수 있나요?
치료자; 공포와 불안의 정도는 그 대상과 상황이 주는 실제적인 위험에 비해 상당히 크고 강렬하게 경험할 때 진단할 수 있습니다.
특정공포증으로 진단되시는 분들은 그들의 반응이 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운 대상과 상황이 주는 공포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공포증은 6개월 이상 지속이 되어야 진단이 가능하며, 그렇지 않고 일시적으로 한 번씩 일어나는 과도한 불안감, 두려움 등은 특정공포증으로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항상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을 붙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직업적, 기능적 영역에서 현저한 손상이나 고통을 초래할 경우 진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훈; 선생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어요.
특정공포증이 다른 증상과 달리 또 다른 특징이 있을까요?
치료자; 특정공포증은 공포 대상이나 상황을 마주하거나 예상할 때 생리적 각성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황형, 자연환경형, 동물형 특정공포증은 교감신경계의 각성을 경험하는데 비해 혈액-주사-손상형은 초반에는 짧게 혈압과 심박동 수가 올라가다가 갑자기 심장 박동수와 혈압이 떨어지는 미주신경성 실신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훈; 그러면 특정공포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나 봐요?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치료자; 네~ 거미, 곤충, 특정 동물을 두려워하는 동물형, 높은 곳, 폭풍, 물 등의 자연환경형, 주삿바늘, 의학적 시술 등의 혈액-주사-손상형, 비행기, 엘리베이터, 밀폐된 공간 등의 상황형, 구토를 유발하는 상황, 큰 소리가 나는 대상 등에 대한 기타형이 있습니다.
지훈; 선생님,,,,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치료자; 넹넹~ 말씀해보세요.
지훈; 그러면 특정공포증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특정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증상들이 발생하죠?
치료자; 동물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의 트라우마와 같은 사건이나 다른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 지하철, 비행기 등에서 갑작스럽게 공황발작이 생기는 경우, 뉴스나 유튜브 등에서 비행기 추락 등의 재난 사고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를 경험한 이후 발생합니다.
하지만 특정공포증을 경험하시는 분들은 공포증이 시작된 특정 원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공포증은 주로 어린 시절에 발생을 하고, 상황형 특정공포증은 자연환경형, 동물형, 혈액-주사-손상형의 특정공포증에 비해 늦게 발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훈; 선생님~ 오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치료자; 저 또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특정공포증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하여 강력하고 지속적인 두려움을 갖고 이를 회피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정 대상이나 상황이 쉽게 회피할 수 있으면 그럭저럭 지낼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정공포증의 평생유병률 10%~11.3%, 1년 유병률은 9%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한국 유병률은 4.8%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여성에서 남성에 비해 2배 더 많고, 10대에 흔히 발생합니다.
특정공포증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분명히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특정공포증의 소인을 갖고 태어난 경우 지속적으로 환경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특정공포증이 발병한다고 생각됩니다.
특정공포증에 대한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그에 따른 거세 공포, 근친상간에 대한 공포, 성적 흥분에 따르는 갈등이 불안을 유발하고 이러한 허용되지 않는 무의식적 갈등에 대한 경고로 공포증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학습이론에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고 배우는 모델링이 영향을 끼치며, 부모가 아이에게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이 학습되어 공포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특정공포증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직면하거나 예견할 때 강하고 지속적이며, 지나치게 비합리적인 두려움이 특징입니다.
청소년이나 성인들은 그들의 두려움이 너무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임을 아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포 반응은 공포 자극의 근접 정도, 도피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특정공포증은 대상에 따라 다음과 같은 아형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1. 동물형; 동물이나 곤충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대개 아동기에 시작됩니다.
2. 자연환경형; 폭풍, 높은 곳, 물과 같은 자연환경에 대한 공포입니다.
3. 혈액-주사-손상형; 피를 보거나 주사를 맞거나 기타 의학적 검사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이 경우 혈관미주신경반사가 매우 예민합니다. (기절하기도 합니다.)
4. 상황형; 교통수단 (지하철, 버스 등), 터널, 다리, 엘리베이터, 비행기, 운전 등과 같은 특정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아동기와 20대 중반에 흔히 발생합니다.
5. 기타형; 질식, 구토, 질병에 걸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심한 경우입니다.
특정공포증에 대한 행동치료 중 체계적 탈감작이 가장 흔히 사용됩니다.
불안을 일으키는 자극 중에 가장 약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차 강한 자극에 노출시키는 동시에 이완기법을 습득시켜 자극 앞에서 이완을 경험하도록 합니다.
홍수법은 반대로 한 번에 힘든 자극 앞에서 공포를 극복하게 하는 것으로 상상 또는 실제로 노출시켜 견디게 합니다. (아주 힘든 경험을 할지도....)
인지치료는 실제로는 그 대상이나 상황이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정신 치료는 환자들의 공포의 근원, 이차적 이득, 저항의 의미, 공포 자극에 대처하는 보다 건강한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게 하여 점진적으로 공포 자극에 노출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줌으로써 자신감과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로는 불안을 완화하기 위하여 벤조디아제핀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공포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필요시 복용의 개념으로 미리 투약하여 예기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행동치료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특정공포증 경과는 만성적이나 중년 이후에는 약화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아동기의 특정공포증은 저절로 소실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인까지 지속되는 특정공포증은 약 20%에서만 증상이 완화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