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편함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더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친정 부모님과 5일동안 캠핑 여행을 다녀왔다.
뉴질랜드 타우랑가라는 그림 같이 아름다운 곳에서 머물렀다.
출발 전, 차 트렁크를 빼곡히 채운 짐들에 묻혀 해맑게 인사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대를 잡은 아빠와 소녀 같은 긴 챙모자를 눌러쓴 엄마의 "잘 다녀올게"라는 인사가 잔상처럼 남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두 아이들을 돌보느라 얼마나 고생하실지 걱정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만 들었는데, 다행히도 별 일이 없으셨단다.
아이들은 갔다 와서도 아이들은 자신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텐트 칠 때, 얼마나 잘 도와줬는지 자랑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내 준 애정 가득한 사진들에 덩달아 내 마음이 채워진다.
친정 부모님은 2년 전부터 두 분이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주가 넘게 캠핑 여행을 다니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연세가 드신 두 분이 과연 잘하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어째 캠핑 전문가가 되어가고 계신다.
부모님은 젊어서는 일상에 치여 생각도 못 하셨지만 은퇴하고 나시니 이제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찾아 나가시는 중인데 그중 캠핑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어떤 점이 그렇게 좋냐 여쭈니,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싶으신데 캠핑 여행은 두 분이서 훌쩍 떠나실 수 있어서, 그리고 그 여행을 경제적 부담 없이 3주 넘게 지속할 수 있어서 좋다 하셨다.
처음 가본 길을 거닐고, 처음 가본 곳에서 맛있는 걸 사 드시는 소소한 일이 재미있다 하셨다.
우리에게도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많이 여행을 다니라고 적극 권하셨다.
부모님이 우리에게 말씀해 주신 캠핑의 장점들을 더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호텔/모텔과 비교해서 숙박비가 1/3 가격이라 부담이 없다.
텐트를 치는 과정, 요리와 설거지 같은 일들을 같이 분담하며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캠핑장은 대부분 자연과 가까이에 있다 ( 바로 걸어 나오면 바닷가나 숲 속길이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물론 캠핑의 단점도 존재한다.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 부엌도 같이 공유해야 한다.
화장실은 호텔이나 모텔만큼 깨끗하지 않다.
밤에 벌레들이 많다.
여행 가기 전 바리바리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텐트를 치고 해체하는 일들이 힘들 수 있다.
캠핑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좋아하는가?
나는 여행을 즐기는가?
남편과 나, 둘 다 캠핑 경험이 전무했다.
나는 과연 쾌적하지 않은 화장실과 샤워실을 견딜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으로 하여금 가족들이 누리게 될 즐거움은 계속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여행을 계획하려 해도 숙박비에서 거의 1000불 (84만 원)이 드는 뉴질랜드에서
우리는 쉽사리 여행을 계획하지 못했다.
하지만 캠핑여행으로는 가능했다.
1박에 70불, 2박 3일 여행을 계획한다면 겨우 140불 (대략 13만 원) 밖에 들지 않았다.
호텔에 묵으며 쾌적한 여행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 우리의 예산에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작은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여행이란 옵션은 더 이상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비싼 곳에 묵든 저렴한 곳에서 묵든, 거기서 어떤 추억들로 채웠는지가 더 기억에 남는다.
대신 캠핑은 다른 매력을 가진다.
같이 낑낑대며 만든 텐트 안에 들어가 신나서 점프하는 아이들의 모습.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옹기종기 누워 스르르 잠들고,
새소리를 들으며 햇빛의 온기에 저절로 눈을 뜨는 일.
모두 힘을 합쳐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며
아이에게 요리와 설거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일.
아이에게 여행에서 내가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을 선물하는 일.
11살인 큰 아이는 이제 곧 사춘기에 접어들 텐데,
많은 선배 부모들은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여행을 많이 다녀 놓으라는 조언은
언젠가 아이가 부모와 여행 가는 일을 귀찮아하는 날이 온다는 말일 텐데,
그렇다면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은 유한하단 말이다.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겨야 한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고민 끝에 텐트를 샀다.
남편과 나도 둘이서 공유하는 취미생활이 없었는데
캠핑을 준비하면서 서로 새로운 취미를 만들게 되었다.
파고들어 공부하고 물건을 비교하는 일이 남편에게 오랜만에 활력을 주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다음 주, 아이들 방학이 끝나기 전,
2박 3일로 캠핑 여행을 가기로 했다.
캠프 사이트를 예약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기꺼이 즐겁게 절약하고 습관으로 들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무엇인지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거기에 돈을 들이는 일 역시 그만큼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걸 요즘 들어 어렴풋이 깨달아 가고 있다.
시간은 유한하다.
아이들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행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