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음주운전
14장. 음주운전
캐나다의 밤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비는 자주 내리기 시작했고,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하나둘 올라왔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캐나다 사람들은
자기 집이 제일 멋지다며 경쟁하듯
집 전체를 크리스마스 마켓처럼 꾸며놓았다.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솔직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맞는 겨울도… 나쁘지 않네.’
어느 날 밤,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 구경을 나갔다.
집집마다 반짝이는 전구들,
웃고 떠드는 사람들,
그 속에 있다는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우리는 따뜻한 핫초코 대신
근처 펍에서 맥주 한 잔을 나눴고,
그 뒤엔 예상치 못한 말이 따라왔다.
“운전 연습 좀 해볼래?”
" 나 맥주마셨는데 ?"
친구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여기 한국 아니거든, 맥주한잔, 와인 한 잔은 법 적으로 허용이야.”
“진짜?”
“응, 완전. 여기선 법적으로 문제 안돼.”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다.
분명 거리는 익숙했지만,
내 눈은 자꾸 앞 차와의 거리를 놓쳤다.
‘와 대박 ...신기하다. 맥주 한잔 마셨다고 앞차와 거리감이 잘 안 잡히네.
이래서 술 마시고 운전하지 말라는 거구나?’
새로운 경험.
집 앞까지 도착했을 때였다.
앞에,
경찰차 두 대.
한가운데에서 검문 중이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하필 집앞 도로는 도시 고속도로 빠지는 일방통행.
뒤로도, 옆으로도 빠질 수 없는 위치.
정면에,
여자 경찰관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이 먼저 반응했다.
“악!!!!! 어떡해. 나 감옥 가는 거야?!!!!!”
“야, 조용히 해.
여기 법은 다르다니까.”
창문이 내려갔다.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다.
“Good evening. How are you tonight?”
“Hi… I’m good, thanks.
Just heading home. That building—right there.”
바로 앞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말이 빨라지지 않도록
억지로 속도를 조절했다.
“Where are you coming from?”
“Uh… downtown.
We were… looking at Christmas lights.”
말꼬리를 흐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전등을 들고
차 안을 천천히 훑어봤다.
술병도 없고, 분위기도 조용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Alright. Have a good night.”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바로 집 앞이었지만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뱉을 수 있었다.
“와… 첫 음주운전에 경찰이라니.
죄짓고는 못 살 팔자야 진짜.”
웃었지만,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분명 맥주 한 잔이었다.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아무 일 아니었을까?
8
“한 잔은 괜찮아.”
그 흔한 말에 휩쓸려
그 위험한 선택을
나는 너무 쉽게 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그런 방심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래.
아무 일 없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그냥 운이 좋았던 거지… 괜찮았던 건 아니야.’
그날 밤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앞으로는,
술한잔 후 운전이 합법인 캐나다 에서도
술을 단 한 모금이라도 마신 날엔
절대 운전하지 않겠다고.
그건 겁에 질린 자책이 아니라
조금 더 책임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한
내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맥주보다 더 짜릿했던 건,
나 자신을 마주하게 만든
그 순간의 아찔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