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Days Of Summer In Canada19

19장. 2021년 6월 19일 오후 2시.

by 김지유

19장. 2021년 6월 19일 오후 2시.


긴장의 4시간 30분 시험이 끝나고, 학교 앞 Waterfront Station을 뒤로한 채, 정처 없이 다운타운을 걸었다.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환장 대잔치로 시작했던 나의 테솔 도전기.
1년 4개월의 모든 일들이 필름처럼 촤라락 하고 스쳐 지나갔다.


2020년 2월 20일부터 485일이 지난 지금까지,
절대 평범하지 않았던 나의 밴쿠버 라이프가 고스란히 기억에 담겨
파도처럼 밀려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추억의 장소가 아닌 곳이 없는 나의 다운타운.


***


집으로 돌아가는 SkyTrain을 탔다.
더 단단해지고,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한 내가 느껴졌다.


그렇게 애를 태우고, 별의별 짓을 다 해가며 여기까지 온
그 모든 이유의 단추를 결국 채운 나 자신에게—
나라도 칭찬을 해줘야 했다.


복잡한 감정들로
“잘했어, 지유야.”

라는 음성을 내뱉자마자,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누가 볼세라 재킷 소매로 꾹 하고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목 놓아 우는 건 자격증 들고, 나중에 집에 가서, 엄마 보면 할 거야.'


고생했어.
이제 다 털고, 날아갈 일만 남은 거야.


왠지 모르게 앞으로는
더 씩씩하고, 더 행복하게, 혼자 잘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이제는 그냥 혼자 잘 서 있는 게 아니라,
잘 걸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견뎌내느라, 이겨내느라 고생 많이 했어.

앞으로는—
더 씩씩하게, 더 똑똑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나아갈 거야.


***


며칠간 일정을 일부러 비워두었다.
매일 아침, 조금 느긋하게 일어났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스탠리 파크를 걸었다.

눈앞에 놓인 풍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내 안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시험은 끝났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걸.


나는 여전히 살아야 했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해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숨을 쉬는 것도, 따뜻한 햇살을 받는 것도,
살아있는 게 고마웠다.


추억이 겹겹이 깔린 이 도시에서,

나는 또 하나의 계절을 밀어냈다.



***


주말마다 열리는 커뮤니티 도예 클래스.
전단지를 보고도 몇 주를 망설였다.

“왜 하지?”
“왜 안 해?”

그렇게 마음속 목소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신청했다.


첫 수업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흙을 만지며 생각했다.


‘뭐든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느껴보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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