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20장.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증명
20장.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증명
노트북 화면에 '합격’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리 내어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햇살이 오후 창문을 타고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커튼이 살짝 흔들릴 때마다, 지난 계절들이 파도처럼 스쳐갔다.
수많은 불안과 고단했던 밤들, 그리고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애썼던 나날들이 하나씩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해 냈다.’
그 순간, 이 모든 경험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이곳에 왔을 때, 낯선 곳에서 외로워했던 내가,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시험도, 자격증도, 영주권도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서 쥐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내가 살아낸 하루하루,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증명이라는 걸.
삶은 정답이 없다는 걸,
캐나다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조용히 알려주었다.
더 잘난,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싸우기보단,
그냥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일.
외롭고 무력한 순간이 나를 무너뜨릴 것 같았지만—
그 순간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답게' 살게 되었다.
여전히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도 불확실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시간을 견디며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
창밖에는 초록 잎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창틀 위로 부는 바람은 얇은 커튼을 살짝 밀어냈고,
식어가는 커피잔 옆에는 어제 다 읽다 만 소설책이 엎어져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평범한 오후,
나는 작은 음악처럼 조용히, 그러나 가볍게 오늘을 지나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이렇게 평범하게 웃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가장 멋진 순간이라는 걸.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는 당신의 삶에도
언젠가—
당신의 어려운 모든 시간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From SEOUL, with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