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 마녀의 시간

by 별집


어젯밤 아기는 9시부터 40분을 자고 일어난 후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수유쿠션에서 겨우 잠이 들었다.


젖을 빨며 스르르 잠든 아기를 눕히면 금세 울면서 깬다. 일으켜 기저귀를 갈아주고 좀 안아주면 다시 배고프다고 운다. 다시 수유를 하면 먹으면서 또 스르르 눈을 감는다. 깨워가며 겨우겨우 양쪽을 다 먹이고 트림시키고 안아서 토닥토닥하며 제대로 잠들었구나 싶은 시점에 조심조심 침대에 아기를 눕힌다. 하지만 또 실패. 등이 닿기 무섭게 아아아앙 앙칼지게 울어댄다. 그럼 모든 것의 반복... 먹을 때를 제외하고 계속되는 강성울음 때문에 나도 남편도 멘털이 탈탈 털려버렸다. 새벽시간 악을 악을 쓰고 하울링까지 하며 울어재낀다. 제대로 울어보겠다고 작정한 존재 같다.


수유텀이고 뭐고 젖도 물고 분유도 먹고 또 젖물리기의 반복. 악을 악을 쓰고 울고 나서 젖을 물리자 허겁지겁 급하게 삼키는 소리가 안쓰럽다. 완주한 육상선수가 벌컥벌컥 물을 삼키는 소리가 연상된다.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며 온몸이 벌게지게 울어재꼈으니 지도 얼마나 힘들까.


육아선배들에게 물어보니 마녀의 시간이란다. 이유 없는 강성울음. 그냥 특정 시간만 되면 - 주로 이모님이 가신 후 저녁~새벽시간 - 그냥 우는 거란다. 시간이 답이라며 그냥 많이 안아주라고 한다. 아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인내하자는 친구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엄마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아무 때나 먹고 아무렇게나 싸던 시절을 보냈는데, 모든 것을 스스로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냐는. 세상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힘들겠냐는.


엄마 뱃속에서 10개월, 세상에 나온 지 고작 23일. 눈을 떴을 때 마주하는 빛도, 시간이 지나면 어두워지는 낮밤의 변화도, 눈앞의 모든 존재도, 걸치고 있는 옷의 감촉도, 등을 대고 몸을 펼치는 자세도, 입술에 와닿는 젖꼭지도, 모든 게 아직은 낯설 아기의 입장, 을 생각하며, 하루를 또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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